
전자회로기판 제조 서비스 기업 서킷허브(CircuitHub)가 10월 26일 미국에서 중국 선전 공장보다 2배 빠르게 회로기판을 납품할 수 있다는 제조 시스템 더 그리드(The Grid)를 발표했다. 더 그리드는 공장 전체를 거대한 로봇 1대처럼 움직여 주문마다 설계가 다른 회로기판을 자동으로 만든다.
전자기기 제조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해 지난 수십 년간 생산 거점 상당수가 중국 등 인건비가 낮은 지역으로 옮겨 갔다. 공정 자동화도 진행됐지만 기존 자동화 설비는 같은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용도에 알맞다. 반면 전자기기 개발 과정에서는 시제품 몇 장을 만들어 설계를 바꾸거나 여러 종류 기판을 소량씩 만드는 일이 흔하다. 기존 생산라인은 제품이 바뀔 때마다 설정을 바꾸고 부품을 교체해야 해 소량 다품종 생산에 손이 많이 가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 기판마다 다른 경로로 이동=서킷허브가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설치한 더 그리드는 다른 종류 회로기판을 같은 설비에서 연속으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자기부상식 반송 장치가 기판과 전자부품을 실어 나르며 부품 장착과 납땜, 검사 등을 맡는 장치 사이를 오간다. 기판마다 필요한 공정에 따라 다른 경로로 움직이기 때문에 여러 종류 기판을 동시에 만들 수 있다. 공정 관리에는 AI와 최적화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서킷허브는 기판 100종을 1장씩 만드는 일도 같은 기판 100장을 만드는 일만큼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서킷허브에 따르면 중국 선전 공장은 배송비와 관세를 포함해 65만1,000원대(465달러)가 들고 납기 중앙값은 9일이다. 더 그리드는 88만2,000원대(630달러)에 주문 후 4일 만에 납품할 수 있다. 가격은 1.4배이지만 기판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절반 이하다. 서킷허브는 개발 기간을 5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했다.
더 그리드는 소규모 시제품용 그리드 프로토(Grid Proto)와 더 폭넓은 제조 조건을 지원하는 그리드(Grid)로 나뉜다. 그리드 프로토는 2층이나 4층 기판을 1~10장 만드는 서비스로 납기는 3일이다. 일반 그리드는 1장부터 1,000장 이상까지 주문을 받으며 부품 장착 방식 등도 폭넓게 지정할 수 있다.
더 그리드는 발표 시점에 이미 5년째 가동 중이며 해마다 수천만 달러 규모 전자기기를 만들고 있다. 서킷허브 전체로는 지금까지 기판 220만장 이상을 출하했고 전자부품 1억5,000만개 이상을 실장했다.
◇ 조건 벗어나면 가격 높아=앤드루 세던(Andrew Seddon) 서킷허브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소셜 커뮤니티에서 사용자 질문에 직접 답했다. 한 사용자는 중국 기판 제조 서비스 JLCPCB에서 2,000달러면 되는 주문이 서킷허브에서는 9,000달러가 됐다고 지적했다. 세던 CEO는 그리드 프로토 제조 조건에 들어가면 중국 공장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을 낼 수 있지만 조건을 벗어나면 현재로서는 가격이 높아진다고 인정했다.
세던 CEO는 AI가 설계한 회로기판 주문도 늘기 시작했다며 AI 설계를 더 그리드 제조 공정에 맞추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킷허브는 앞으로도 더 그리드 규모를 키울 방침이며 2026년 안에 생산능력을 5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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