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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라면 사람과 큰 업사이드에 베팅해야”


이석원 기자 - 2022년 4월 8일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단기적인 변화에 휘둘리기보다 제대로 된 선택과 뚝심 있는 집중을 덕목으로 삼는다. 이런 철학은 LB인베스트먼트가 기업을 선별하고 지원하는데 있어서도 드러난다. 그는 실천을 통해 선택과 집중이 벤처 투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인생] 집중된 액션의 중요성

주변에 성공한 분은 많지만 대표적으로는 LB 포트폴리오인 하이브 방시혁 의장님이 생각나요. KPOP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워낙 뛰어나고 작곡이라는 명확한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어서 대화를 나눠보면 아주 깊은 인사이트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일을 하실 때는 이런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존경스러운 분이죠. 사석에서도 자주 뵙지만 이런 뛰어난 분이 과감하게 뛰어들어 전광석화처럼 움직이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직접 내린 실수가 주로 너무 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다 나온 경우라 더 그렇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계속 알아보며 선택지를 너무 많이 만들다 보면 가장 좋은 옵션은 사라지고 삶과 투자 결정 모두에서 결국 최악의 수를 두는 경우가 꽤 있었죠. 그래서 요즘은 너무 많은 고민을 하기보다는 최악을 피하고 빠르게 움직여 실행을 잘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개선과 다음 선택이 있으니까요.

최근에 배울 점이 가장 많다고 느끼는 대상이 현장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 CEO입니다. 아주 활동적이고 도전적이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굉장히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보여줍니다. 업계 현자와 같은 분께 배울 수 있는 지식도 있지만 아직 조금 덜 다듬어졌더라도 현장에서 움직이는 창업자의 생각은 정말 새롭고 주변 사람에게도 영감을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사고법] 복잡하고 어려울 때 활용하는 사고법

상황이 막막해 답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빈 종이를 양분해 한쪽에는 선택지별 장점을, 다른 쪽에는 단점을 적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뿐 아니라 결정에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 입장을 함께 정리하면 빠르게 선택지를 좁힐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방식으로 언제나 최선의 답이 찾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마지막에 남은 몇 개 안이 모두 장단이 있어 보일 수 있죠. 어느 선택지가 최고인지 미리 전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너무 오래 고민하지 않습니다. 일단 최악은 면한다는 원칙으로 선택을 빠르게 내려 실행에 집중합니다. 일단 최악의 선택지를 피하면 살아남아 다음에 더 나은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으니까요.

  • 남들은 동의하지 않는 나만의 비밀: 유행이나 대세를 따르는 것은 좋지 않다.
  • 세상을 떠날 때 기억되고 싶은 나의 모습: 주어진 소명(건강한 기업가 정신의 확산)을 충실히 다한 자
  • 나의 빌보드에 적고 싶은 한마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최선의 파트너가 되자.
  • 일을 하며 가장 힘든 순간: 기업이 초심을 잃고 잘못된 길로 가는 게 보일 때
  • 1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해줄 말: Just Do It! 장고보다는 움직여라.
  •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만의 루틴: 투자한 기업 대표와 자주 만나 함께 고민하기. 생각을 깊이 할 때는 배경으로 클래식 음악을 듣기.

[창업] 창업자가 하는 가장 흔한 실수

창업자가 단기적 변화에 휘둘리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어떤 창업 아이템이 굉장히 좋은 주제라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되고 새로운 분야일수록 트렌드도 급격하게 변하죠. 이럴 때 스스로도 모르게 유행에 편승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대표도 있고 경쟁에 조급해져서 중심을 잡지 못하게 흔들리는 분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너무 이것저것 해보며 시도와 실패를 너무 많이 반복하는 경우도 있죠. 혹시라도 그런 상황이 찾아올 때 중요한 것은 부산(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지 네비(트렌드)가 알려주는 최단 경로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반면에 성공하는 창업자의 공통점은 위기를 이겨내는 경쟁력 있는 팀이라는 점입니다. 초기에 아무리 핵심 경쟁력이 뛰어난 팀 멤버가 뭉치더라도 위기는 찾아옵니다. 지금 유니콘이 된 기업은 정말 100% 위기에 직면한 경우가 있습니다. 성공한 창업자의 과거를 돌아보면 처음 계획한 그대로 성공하는 경우는 정말 거의 없어요. LB에서 BTS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작은 방에서 연습하던 중학생들이었는데 그들이 21세기 동서양을 아우르는 비틀즈 이상 존재가 될지 누가 알 수 있었겠습니까. 좋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위기를 이겨내면서 예상치 못한 기회를 잡게 되는 경험이 성공한 창업자의 공통점 같습니다.

[투자] 선택과 집중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선택과 집중은 단순히 성공할 기업을 잘 고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번 투자 결정을 내렸으면 시장이 좋지 않더라도 초기부터 후기 단계까지 지속적으로 후속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실제로 펀드를 크게 결성하더라도 초기에 작게 투자한 기업에도 지속적으로 4회 이상 후속 투자하는 경우도 여럿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생색내기 위해 조금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다음 라운드로 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투자를 집행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한번 신뢰를 주면 심지어 기업이 망하더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합니다. 지금도 투자 후 실패한 기업 대표와도 격의 없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편입니다. 이런 LB의 철학이 성공적이라는 것은 펀드 수익률로 증명됩니다. 투자자는 결국 수익률로 증명해야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LB는 이런 선택과 집중이 정답에 가깝다는 것을 모든 펀드로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 팀을 볼 때는 시장 상황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전문성을 위주로 봅니다. 이 때 경험이라는 것은 꼭 성공 경험이 아니라 실패 경험도 해당됩니다. 실패한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수많은 실패를 통해 배워서 한번만 성공하면 다른 모든 실패를 메우고 남는 성공이 되는 게 스타트업이니까요. 같은 의미에서 LB를 통해 투자를 받았다 실패한 대표님들의 재도전도 그런 의미에서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팀 경쟁력이지 회사 외부 시장에 대한 인식 같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오랜 기간 이 업을 본 결과 성공하는 기업은 절대 트렌드에 맞거나 VC가 좋아하는 기업이 아니에요. 이번 트렌드 다음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있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뉴 트렌드가 옵니다. 트렌드는 바뀌지만 기회는 기다리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언젠가 찾아옵니다. 그럴 때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당장의 트렌드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항공 우주나 인공위성처럼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간혹 내부에서 “한국에서 우주시장이 열리겠냐”는 지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한국에서 중학생 연습생이 10년 뒤 비틀즈 같은 위상을 누리는 글로벌 스타가 되는 것과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 인공위성 사업에 성공하는 것 중 어떤 게 확률이 더 높을지 물어봅니다. 당장 트렌드나 상황으로 함부로 원대한 비전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면 안 되죠.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를 지원한 이사벨라 여왕처럼 VC라면 사람과 큰 업사이드에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렇게 투자한 기업에는 3가지 영역에서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첫 번째는 앞써 언급한 후속 투자이고, 두 번째는 VC 인원이 직접 기업 대표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LB는 VC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보다 산업계 출신 전문성을 가진 심사역을 채용하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을 발굴한 담당자와 기업 대표간 시너지가 나는 경우가 많죠. 개인적으로도 포트폴리오 사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직접 가서 영업을 돕고 회사 대신 엘리베이터 피치를 하는 등 발로 뛰어서라도 전문 분야를 살려 도우려 노력합니다. 물론 대표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심사역에게도 좋은 성장 기회가 된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LB에서 장기 근무자가 나가서 VC를 세우거나 스타트업을 세우는 경우가 많아요.

마지막 세 번째는 네트워크입니다. LB에선 26년간 530여개 기업에 투자해서 100개 이상 상장과 100개 이상 매각 엑싯이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네트워크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이 부분을 최대한 제공하고자 대표인 저도 포트폴리오사 대표와 핫라인을 구축해 필요한 네트워크를 그때그때 제공해드립니다.

[추천 도서] 제로투원

창업자라면 아마 다 읽어봤겠지만 피터 틸의 제로투원을 추천드립니다. 기본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근본에 가까운 제로투원이 입문서로는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잘 읽히기도 하고 재미있습니다. 3번 가까이 필기하면서 꼼꼼히 읽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실리콘밸리가 보유한 비법을 잠시 엿볼 수 있는 책으로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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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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