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호주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16세 미만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률이 시행된 것처럼 스마트폰으로부터 받는 악영향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업 중 주의산만, SNS 의존, 학습시간 감소 등 문제가 지적되는 한편 스마트폰은 연락수단이나 학습보조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어 학교에서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게 옳은지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주 대규모 도시 학군에서 수행된 연구가 학교 내 스마트폰 금지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밝혀냈다.
이 연구를 수행한 건 로체스터대학교 데이비드 N. 피글리오(David N. Figlio)와 랜드연구소 움우트 외젝(Umut Özek)이다. 연구 무대로 선택된 곳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대규모 도시 학군. 플로리다주에서는 플로리다주 하원법안 379호에 따라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지만 이 학군에서는 더 엄격하게 수업 중 뿐 아니라 교내에 있는 동안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규칙이 도입되어 있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주 하원법안 379호에선 학생이 수업시간 중 무선통신기기를 사용하는 걸 금지, 교사에게는 무선통신기기를 보관하는 지정 장소를 마련할 걸 요구, 학생이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연령에 적합한 교재·정보로 한정, 학생 개인정보를 보호할 것, 학군 네트워크를 경유한 소셜미디어 이용 금지, 틱톡 이용 제한, 소셜미디어 영향에 관한 교육 의무화 등이 규정되어 있다.
또 이번 연구 대상이 된 대규모 도시 학군에서는 교내에 있는 동안은 종일 무선통신기기 사용 불가, 위반 시 압수나 정학을 포함한 징계처분 가능성 같은 규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피글리오 등은 학생 학력 테스트 결과나 결석·무단결석 기록, 정학 등 징계처분 이력 등 학교 공식 데이터에 더해 학교 부지 내 스마트폰 이용 상황을 나타내는 위치정보 데이터까지 활용해 분석했다. 스마트폰 금지 전에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던 학교와 이용이 적었던 학교를 비교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았던 학교일수록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지가 검증되고 있다.
분석 결과 스마트폰 금지 도입 직후 정학이나 징계처분이 일시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 금지 1년차에는 스마트폰 관련 위반이나 교사 지시를 따르지 않는 행동이 두드러져 규율 면에서는 악화된 것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타났다.
다만 이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 건 아니었다. 2년차에는 징계 건수가 거의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으며 연구팀은 이를 일시적인 조정 비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성적을 보면 스마트폰 금지 1년차 단계에서는 테스트 성적에 큰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금지하면 곧바로 학력이 향상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한편 2년차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화했다. 영어와 수학 모두에서 테스트 성적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했으며 학력 면에서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도입 직후 혼란이 가라앉은 후 성과가 나타난 형태다.
이 성적 향상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나타난 건 아니었다. 효과가 컸던 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었으며 스마트폰 금지 전 스마트폰 이용이 많았던 학교일수록 성적 상승이 현저했다. 나이가 높을수록 스마트폰에 의한 주의산만의 영향이 학습에 미쳤을 가능성도 고려된다.
성적 상승 폭은 극적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전국 기준으로 보면 수 퍼센타일에 해당하는 변화다. 교육연구 분야에서는 이 정도 개선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효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구에서는 왜 성적이 향상됐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한 분석이 이뤄졌다. 그중에서 주목받은 게 학생의 결석 수 변화다. 스마트폰 금지 후 학생이 학교를 쉬는 횟수는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그 중에서도 감소가 두드러진 건 질병 등 정당한 이유가 없는 무단결석이었다. 단순히 결석 일수가 줄어든 것만이 아니라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서 쉬는 학생이 줄어든 걸 의미한다. 이 경향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그리고 스마트폰 금지 전에 스마트폰 이용이 많았던 학교일수록 강하게 나타났다. 수업 중 집중력이 높아진 것 뿐 아니라 학교생활에 대한 관여 자체가 강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성적이 오른 이유 중 30~40%는 이 결석이 줄어든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금지로 학교에 오는 날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학습시간이 확보되게 된 게 성적 향상에 대한 한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건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금지는 도입 직후에는 혼란을 초래하지만 그 단계만 보고 실패라고 판단하는 건 너무 이르다는 점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금지 1년차에는 정학이나 징계처분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학생이나 교사가 새로운 규칙에 익숙해지면서 상황이 안정됐고 2년차 이후에는 결석이 줄고 성적이 향상되는 변화가 확인됐다.
한편 이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분석 대상은 단일 학군에 한정되어 있으며 학군 전체에서 일제히 스마트폰 금지가 도입됐기 때문에 실제 효과보다 보수적으로 추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의 영향이나 학생에 대한 정신적 건강이나 사회성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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