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을 살펴보면 먼저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국방·우주 하드웨어 제조에 대규모 투자가 몰렸다. 대표적으로 미국 방산 기술 기업 하드리안(Hadrian)은 무려 13억 7,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78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드리아스는 무기를 제작하는 대신 군용 정밀 부품을 고도 자동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위성 인프라에도 자본이 투입됐다. 핀란드 위성 스타트업 아이스아이(Iceye)는 유럽 연합 주도 스케일업 유럽 펀드와 제너럴 애틀랜틱이 이끄는 10억 유로 규모 시리즈F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해당 펀드의 첫 번째 투자 사례다. 중국 상업 로켓 개발사 아이스페이스(i-Space)도 10억 위안 규모 시리즈E 1차 투자를 마무리 지으며 경쟁력을 다졌다.

한편 AI 연산 수요가 급증하며 촉발된 전력망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는 스타트업 기세도 매섭다. 미국 에너지 저장 장치 플랫폼 베이스 파워(Base Power)는 1년 만에 다시 10억 달러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리빗 등이 합류한 시리즈 D 라운드를 통해 베이스 파워는 13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대형 그리드 연결 방식을 택하는 에너지 기업들과 달리, 베이스 파워는 가정의 뒷마당에 대용량 배터리를 설치하는 분산형 전략을 고수한다. 이들이 출시한 39.2킬로와트시 용량의 베이스 코어 시스템은 정전 시 백업 전력을 보장하고, 전력 피크 시간대에 그리드에 전력을 재판매해 수익을 낸다.

철-공기 기술을 이용한 장주기 배터리를 개발하는 네덜란드 오어 에너지(Ore Energy) 역시 3,730만 유로 시리즈A 투자를 확보했다. 이들은 수입 원자재 의존 없이 철, 물, 공기 반응을 이용해 최대 100시간 동안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구현해 유럽 공급망 자립화를 도모하고 있다.

물리 세계를 직접 제어하고 대체하는 피지컬 및 엠바디드 AI에 대규모 투자가 단행됐다. 중국 촉각 센서 기업 파시니(PaXini)는 글로벌 반도체 그룹 등에서 10억 위안 투자를 유치했다. 이들의 다차원 촉각 센서 칩은 지난해 100만 유닛 이상 출하됐다. 가정용 로봇을 제조하는 중국 포크봇(PokeBot)은 슌웨이 캐피탈 등에서 수억 달러 규모 프리A 투자를 유치하고 마파두부 요리가 가능한 자율 가전 로봇을 공개했다. 네덜란드 공간 지능 네트워크 방그리드(Vangrid)는 900만 달러를 유치했고 중국 멀티모달 데이터 인프라 기업 카이왕 데이터(Kaiwang Data)는 1억 위안 규모 전략 투자를 유치했다.
한편 데이터센터 관리 로봇을 제작하는 스위스 엑스클레임 로보틱스(Exclaim Robotics)는 429만 유로를 조달하며 고압 환경 내 드라이브 교체 작업을 무인화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하수관 관로 정비 로봇을 개발하는 인도 기업인 솔리나스 인테그리티(Solinas Integrity)도 550만 달러 시리즈A1 자금을 수혈받았다.

그런가하면 소프트웨어 분야 역시 단순히 인간 입력을 기다리는 도구에서 스스로 추론하고 행동을 완수하는 에이전트 AI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미국 기업용 에이전트 AI 플랫폼 개발사인 해피로봇(HappyRobot)은 시리즈C 라운드에서 1억 5,000만 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12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이들의 AI 에이전트는 이메일, 음성 통화, 문서 등 공급망 데이터를 직접 해석하고 추론해 기업 시스템 내에서 유기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이와 함께 AI 에이전트로 법인 설립, 이메일 구축 등 기업 행정을 통합 API 하나로 자동화하는 미국 나이브(Naïve)는 2,850만 달러 시리즈A 투자를 완수했다. 나이브는 최근 3만 명이 넘는 개발자를 확보하며 매출 폭증세를 보여주었다. 또 세일즈포스 임원 출신 창업가가 이끄는 준(June)은 마크 베니오프의 타임 벤처스를 필두로 2,000만 달러 프리시드 투자를 받아 레거시 데이터 비효율을 진단하고 에이전트 배포를 돕는 차세대 솔루션을 제시했다.
소비자 선호도 데이터를 분석해 AI 방향을 잡는 디자인 아레나 개발사인 인텔리전스(Intelligence)는 79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음성 제어 및 가성비 위주 고객 대응 AI를 공급해 온 아테네 기반 오밀리아(Omilia)는 6,700만 달러 시리즈B 투자를 이끌어냈다.

한편 전문 영역에서도 버티컬 특화형 AI가 독자 시장을 개척 중이다. 영국 리걸테크 스타트업 아발링스(Aavalynx)는 분쟁 해결에 특화된 의사결정 보조 시스템인 시수(Sisu)를 개발해 175만 유로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아발링스는 법률 분쟁을 재무적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정의하고 기업 송사 히스토리를 데이터 기반으로 구조화해 분쟁 기간 자체를 단축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브라질 법률 AI 기업 저스파이(Jusfy)도 결제 관리 솔루션인 저스파이 페이 고도화를 위해 쿠오나 캐피탈 주도로 1,500만 달러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핀테크와 자산 운용 부문에서도 대형 딜이 이어졌다. 영국 대표 주자이자 전 바클레이스 최고경영자가 세운 10x 뱅킹(10x Banking)은 4,000만 파운드 실탄을 충전하며 글로벌 뱅킹 시장 확장에 나섰다. 남미 자산관리 AI 서비스를 개발 중인 브라질 기업인 데케이드(Decade)는 8,500만 달러라는 대형 시드 투자금을 조달했고 인도 전기 이륜차 제조 스타트업 리버 모빌리티(River Mobility)는 1억 2,000만 달러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연 생산 확대에 나섰다. 마지막으로 핀란드의 아이포리아(Aiforia)는 암 정밀 진단 AI 플랫폼 연구를 위해 유럽투자은행으로부터 2,000만 유로 벤처 대출 자금을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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