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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떠받치는 반도체 상당 부분을 공급하는 곳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다. AI가 확산하면서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계속 올랐고 2025년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5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엔비디아가 AI 업계 중앙은행이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엔비디아는 최근 3년 동안 스타트업에 98조원대(700억 달러) 넘게 투자했고 고객사에도 420조원대(3,000억 달러) 규모 금융 지원을 제공했다. 보도에선 엔비디아가 업계 자금 공급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이 회사를 AI 중앙은행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 젠슨황 엔비디아 CEO 주장처럼 이런 막대한 투자가 업계 성장을 돕는 건 맞지만 위험도 따른다고 지적했다.

최대 고객이 경쟁자로=엔비디아가 이런 재무 전략을 펴는 배경에는 최대 고객이 경쟁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정이 있다. 아마존과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는 엔비디아 매출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저마다 AI 인프라에 거액을 투자할 뿐 아니라 자체 반도체 설계에도 나섰다. 앞으로도 엔비디아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들일지는 불투명하다.

빅테크 입장에서 자체 개발 반도체는 엔비디아 제품 가격의 5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이어서 매우 싸다. 자사 소프트웨어에 맞춰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어 일부 처리에서는 성능도 뛰어나다.

엔비디아에 더 골치 아픈 대목은 일부 빅테크가 자사용뿐 아니라 외부 판매까지 염두에 두고 반도체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독립 AI 연구기업인 앤트로픽(Anthropic)에 AI 특화 프로세서인 TPU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아마존도 자체 맞춤형 AI 칩인 트레이니움(Trainium)을 외부에 팔기 위해 고객과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AI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맞춤형 반도체 점유율이 점차 늘어 2026년 40%에서 2030년 말 50%까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입 비용 격차 메우는 엔비디아=빅테크는 신용등급이 높아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클라우드 기업도 비슷한 투자 수요가 있지만 빅테크만큼 매출이 크지 않아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 차입 금리는 신생 AI 기업 코어위브(CoreWeave)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엔비디아는 빅테크와 신생 AI 기업 사이 차입 비용 격차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앞으로 고객이 될 스타트업이나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를 간접적으로 만들어낼 기업에 대한 투자다. 엔비디아는 2025년 이런 투자를 90건 집행했다. 2024년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2026년에도 9월까지 이미 투자 60건에 합의했다.

엔비디아 투자 일부는 오픈웨이트 AI 모델 확산을 겨냥한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무료로 내려받아 고칠 수 있다. 반면 앤트로픽과 오픈AI(OpenAI), 구글이 제공하는 AI 모델은 구독 방식으로 제공되며 내부 구조가 공개되지 않는다.

허깅페이스(Hugging Face) 인수가 대표 사례다. 엔비디아는 18조 1,024억 2,000만원대(129억 3,030만 달러)에 허깅페이스를 사들였다. 빅테크에서 독립한 AI 제품과 기업을 늘려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려는 포석이다.

데이터센터 임대까지 보증=엔비디아는 막대한 연산 능력이 필요하면서 현금을 계속 태우는 대형 AI 연구기업을 상대로도 독특한 방식을 쓰고 있다. 엔비디아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지원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일본 복합기업 소프트뱅크(SoftBank) 계열 SB에너지(SB Energy)가 소유하고 오픈AI가 입주한다.

엔비디아는 이 데이터센터 토지와 건물 임대 계약에 더해 시설 운영에 필요한 전력 구매 계약까지 보증했다. 그 대가로 이 프로젝트에는 엔비디아 프로세서 150만개가 쓰이며 시설 운영 기간에 업그레이드도 여러 차례 이뤄질 전망이다.

아마존과 구글에서 반도체를 사는 앤트로픽도 이 연결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복잡하게 얽힌 여러 계약을 통해 엔비디아가 투자한 람다(Lambda)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능력을 빌리는 350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람다는 또 다른 신생 기업 헛8(Hut 8)이 짓는 시설을 쓴다. 보도에선 헛8 연산 능력을 엔비디아가 모두 빌려 쓰고 있어 컴퓨팅 능력 대부분을 엔비디아가 람다에 다시 빌려주는 구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가 이런 프로젝트에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는 독창적인 방법도 찾고 있다. 투자자가 별도 투자기구에 돈을 대면 그 투자기구가 엔비디아 하드웨어를 사서 인프라를 짓고 연산 능력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이런 거래에 현금을 미리 내지도 않고 빚을 지지도 않는다. 다만 일부 거래에서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하드웨어 가치가 예상보다 낮으면 그 차액을 메워주는 잔존가치 보증을 제공한다. 보증 한도는 거래 총액의 최대 4분의 1이다.

고객 수요를 원활하게 하려고 갈수록 복잡한 금융 상품을 쓰는 곳은 엔비디아만이 아니다. 경쟁사 AMD는 오픈AI와 메타가 자사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는 계약을 따내는 대가로 두 회사에 AMD 지분을 대규모로 넘기는 안을 제시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원래라면 자금을 구하기 어려웠을 투기적 프로젝트까지 지어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AI 시장에서 관련 기업 자금 지원에 엔비디아만큼 깊이 관여한 기업은 없다. 보도에선 엔비디아 투자가 지금까지 매우 순조로웠지만 호황이 길어질수록 AI 거품이 꺼질 때 떠안을 손실도 커진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고 짚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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