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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비즈니스로 푼다…사회적 페스타에서 만난 로컬 임팩트 모델

주승호 기자 by 주승호 기자
2026년 9월 22일
in news
Reading Time: 2 mins read

지역에 지원금을 주고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사주는 것만으로 지역경제를 지속적으로 살릴 수 있을까. 올해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는 지역소멸이라는 하나의 문제를 두고 공공기관과 기업, 소셜벤처가 서로 다른 방식의 해법을 내놓았다. 현장에서 반복해서 등장한 키워드는 단순한 지원보다 연결에 가까웠다.

21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는 ‘생각을 넘어 행동으로, 문제를 넘어 해결로’를 주제로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등이 사회문제 해결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지역’ 존과 관련 포럼에서는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협업 모델이 소개됐다.

이날 열린 콜렉티브 임팩트를 통한 지역소멸 극복 포럼에서는 지역소멸을 하나의 주체가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지역과 기업, 중앙정부가 함께 해결책을 만드는 협업 모델이 소개됐다.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지역을 중심으로 인구 유출과 생활 인프라 축소, 지역경제 위축 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만큼 중앙정부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시도가 ‘지역사회 문제해결 아이디어 대회 솔버톤’이다. 솔버톤은 솔루션(Solution)과 마라톤(Marathon)을 결합한 방식으로, 지역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를 놓고 기업과 청년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해결방안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성이 확인된 아이디어를 지역과 기업의 실제 협업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제2회 솔버톤에서는 5개 기업의 5개 아이디어가 최종 선정돼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현장에서 발표와 시상이 진행됐다. 선정된 아이디어는 오는 10월부터 지역·기업 연계를 통해 실제 사업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철도 공공기관과 사회적기업의 협업은 일방적 지원에서 함께 시장을 만드는 협력으로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사회적기업 코이로는 코레일의 브랜드를 활용한 철도 굿즈를 직접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기존 공공기관과 사회적기업의 협력이 제품을 일정 금액 구매하거나 판로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모델에서는 공공기관의 브랜드와 유통망, 사회적기업의 제품 제작 역량을 결합했다. 

사회적기업과 코레일의 협력은 양측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만든다. 사회적기업은 일반 소비시장에서 가격과 브랜드 인지도 경쟁의 어려움이 있지만 코레일의 브랜드와 유통망을 활용하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다. 반대로 코레일은 단순히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가치를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 즉 공공기관은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시장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가 되고 사회적기업은 일회성 지원을 넘어 스스로 판매 경험과 브랜드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 구조다.

손혁기 코레일 대외협력팀부장은 “굿즈는 기업에게는 브랜드를 확장하는 기회, 소비자에게는 자신의 정체성과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며 “철도 굿즈에는 여기에 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미가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굿즈 제작 과정에서는 지역 자활센터 등에 일감을 제공하는 등 사회적 일자리 창출도 함께 시도됐다. 일부 굿즈는 완판으로 이어졌고, 향후에는 여행 콘텐츠와 지역 특화 굿즈를 결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역에서 쉽게 버려지거나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자원을 새로운 상품으로 만드는 시도도 눈에 띄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정부와 기업을 연결해 지역 자원을 상품화하고 판로를 넓히는 상생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제시와 코레일유통의 협업이다. 전국 최대 논콩 생산지인 김제에서는 콩 선별 과정에서 상품성이 낮아 판매가 어려웠던 ‘반태콩’을 활용해 두유와 단백질바, 콩과자 등 8종의 제품을 개발했다. 코레일유통은 스토리웨이 입점과 주요 역사 내 팝업스토어 운영 등을 통해 판매와 홍보를 지원한다.

이러한 협업의 결과물은 페스타 현장에 마련된 콩생역전 부스에서도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김제콩 두부 목이버섯칩부터 단백질 셰이크, 뻥튀기, 후무스까지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맛볼 수 있도록 시식 행사가 진행됐다. 설문에 참여하면 뽑기를 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됐는데 뻥튀기를 뽑은 한 관람객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콩생역전이라는 이름에서도 지역 농산물을 새로운 상품으로 되살리겠다는 의미와 재치를 엿볼 수 있었다. 

버려질 수 있었던 농산물이 새로운 상품이 되고 다시 지역 농가의 소득과 판로 확대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또 다른 모델을 보여줬다.

상품뿐 아니라 사람을 지역과 연결하는 방식도 있었다. 부산 워케이션은 부산 내 인구감소 지역을 중심으로 업무공간과 숙박 지원을 제공해 외부 기업과 근로자가 부산에 일정 기간 머물며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동구·중구·영도구 등에 워케이션 센터를 두고 숙박비 지원과 업무공간,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이예지 부산 워케이션 매니저는 “워케이션을 계기로 부산으로 기업을 이전한 사례도 현재 약 22건 정도 있다”며 “기업이 이전하면 실제 부산에 거주하며 근무하게 되는 만큼 장기적인 체류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셜벤처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지역에 사람이 찾아올 이유를 만들고 있었다.

트래블스줄은 외국인의 지역 방문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문화 콘텐츠와 여행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정 작성이나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했지만, 외국인 이용자 인터뷰 결과 이미 여행 일정은 스스로 충분히 준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지원 트래블스줄 대표는 “그러면 무엇을 해야 외국인들이 지방까지 갈까를 계속 인터뷰했다”며 그 과정에서 발견한 키워드가 ‘연애’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부안에서 외국인이 참여하는 로컬 연애 관광 콘텐츠를 제작했다. 시즌 1·2에서는 교통비나 출연료를 별도로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참가자들이 자비로 부안까지 찾아왔다. 트래블스줄은 이를 통해 콘텐츠가 실제 지역 방문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현재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참여해 서비스의 앱 개발까지 이어가고 있다. 지역에 사람을 끌어오기 위해 ‘지역을 홍보하는 것’보다 ‘사람이 움직일 이유를 만드는 것’에 주목한 셈이다. 

지역의 자원과 창업을 연결한 사례도 눈에 띄었다. ‘하이로컬이천’ 부스에서는 청년 농업기업 온답과 헨파즈, 마노코리아가 협업해 개발한 ‘K-보리커피 서로’를 소개했다. 상대적으로 판로가 제한적인 보리와 쌀 등의 곡물을 볶아 커피와 유사한 음료로 상품화하고, 이를 향후 프랜차이즈 형태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 농산물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농가의 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주민의 창업과 고용으로 다시 연결하는 구조다. 장애인도 별도의 복잡한 교육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도입해 지역 주민과 장애인의 일자리까지 함께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농산물을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한 자원이 상품이 되고 상품이 다시 지역의 창업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사례들의 형태는 서로 달랐다. 철도 굿즈는 사회적기업을 소비시장과 연결했고 지역 특산품은 대기업의 제품과 유통망을 만났다. 워케이션과 관광 스타트업은 외부 사람이 지역을 방문하고 머물 이유를 만들었으며 로컬 창업은 지역의 자원을 새로운 상품과 일자리로 연결했다. 공통점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일방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 주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브랜드, 유통망, 지역 자원, 콘텐츠와 사람을 연결해 지원이 끝난 뒤에도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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