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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00억 기준 다시 검토…코스닥 퇴출 기조는 유지”

주승호 기자 by 주승호 기자
2026년 8월 13일
in news
Reading Time: 1 mins read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을 완화하고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의 요구가 쏟아졌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 참석해 중소기업계 대표들과 규제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취임 후 첫 중소기업 규제 대토론회인 이번 행사에는 정부 관계자 10여명과 중소기업계 110명 등 120명이 참석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7월 1일부터 강화된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정면으로 짚었다. 그는 “시가총액이 200억 미만이나 동전주 기업이 경영을 잘못했으면 당연히 퇴출되어야 한다”면서도 “재무 상태나 경영 실적과 상관없이 투자 주식을 팔아서 코스피로 이동하는 등 시장의 변동성으로 시가총액이 낮아지거나 동전주가 되는 억울한 기업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실적이 아닌 시장의 변동성 때문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옥석을 가리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시가총액과 주가는 증시상황, 투자심리, 시장 유동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올해 주식시장이 역대 최고의 변동성을 겪고 있어 기업가치가 정상적으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며 “상장폐지는 한 기업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 사안이다. 1년 유예해달라”고 말했다. 높은 변동성으로 이미 투자자 신뢰가 저하된 상황에서 상장폐지 우려 기업으로 낙인찍히면 기업 신뢰도가 더 떨어지고 그 피해가 일반주주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대다수 중소기업 단체들이 같은 목소리로 상장폐지 요건 개선과 1년간 시행 유예를 촉구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2월 부실기업의 신속·엄정한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했고, 지난달 1일부터 시가총액 하한선을 코스피 300억원·코스닥 200억원으로 상향했다. 내년부터는 이 기준이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으로 한 단계 더 높아진다. 업계는 내년 1월부터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 기업 총 394개사가 새 기준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돼 상장사 4곳 중 1곳이 퇴출 위험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코스닥 시장의 20여년 역사를 짚으며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20여년간 코스닥 시장의 기업은 700곳이 늘었는데 지수는 500~600에 머물러있다”며 “부실기업과 좋은 기업이 혼재돼 신뢰를 잃은 것 아니냐는 중론이 많아 퇴출기업 기준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의 시장 상황은 감안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권 부위원장은 “변동성 높은 이 시기의 업계 애로에 공감하며 급변한 시장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 업계 부담을 고려해 300억원에 대해 생각할 여지 있다”면서도 “한 번은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을 한 번 정리하지 않으면 코스닥이 앞으로도 20년 동안 500~1000개 사이를 오가는 시장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전했다.

코스닥 신규상장기업의 자발적 보호예수 관행을 개선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이에 대해 권 부위원장은 “업계 건의를 충분히 고려하되 자율과 책임의 균형점을 생각해 과도한 부분을 합리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답했다.

코스닥 이슈 외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AI와 디지털자산 등 신산업을 둘러싼 규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정광천 이노비즈협회장은 AI와 로봇 등 신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신속하고 광범위한 학습데이터 확보가 중요하지만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저작권법으로 인해 데이터 수집·학습·활용 전반에서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LLM 학습데이터와 관련해 TDM(Text and Data Mining) 면제 조항 마련 등 글로벌 수준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에 이정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AI 학습 특례를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의 시행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관련 법안이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며 6개월 내 시행을 목표로 하겠다고 답했다. 또 AI 학습데이터 관련 심의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필요한 안전성 확보 조치 등을 심사해 절차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스크래핑 규제 해소를 요구했다. 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본인전송요구권이 금융에서 공공, 일반 기업으로 확대되는 방향은 환영하지만, 스크래핑 방식을 당장 API 방식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카드 발급, 보험 계약, 대출 등 비대면 금융거래에서 스크래핑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갑작스러운 전환은 서비스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API와 스크래핑이 공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스크래핑 사업자를 통제·허가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스크래핑을 8월 20일부터 일괄 금지하려던 것이 아니며, 안전한 방식으로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한시적 유예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사전 협의 신청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8월 말까지 3차 신청 기간도 운영하기로 했다.

규제 샌드박스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규제 샌드박스가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빠르게 사업화하는 것이 목적인데도 실증 이후 법률이나 시행령 개정이 지연되거나 이행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증특례가 끝난 뒤 소관 부처가 처리 방향을 회신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장치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실증 종료 시점에 부처가 처리 방향을 회신하지 않으면 임시허가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하고, 규제 샌드박스 최초 접수부터 부처 배정·관리까지 지원하는 통합센터를 국무조정실에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규제샌드박스 통합 특별법이 하반기 통과되면 총리실에 통합운영센터를 두고 신청부터 실증, 법령 정비까지 원스톱으로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실증 종료 후 부처가 회신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임시허가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국민 안전에 위해가 있는지를 사전에 테스트하는 제도라는 점을 들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 이해관계 충돌을 조정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이사는 “신기술이 기존 산업에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더라도 기존 산업과의 이해관계 충돌을 이유로 신사업의 시장 진입이나 사업 지속 자체가 제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닥터나우 역시 코로나19 당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후 비대면 진료가 재진 중심으로 제한되고 약 배송이 금지되면서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 대표는 이 같은 신·구 산업 간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별도의 조정기구를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정부는 규제합리화위원회 산하에 ‘창업벤처규제혁신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신산업·신기술에서 발생하는 신·구 산업 갈등을 규제합리화위원회 차원에서 조정하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성숙 총리도 창업벤처 규제를 별도로 다루는 전담기구를 통해 신산업·신기술 관련 규제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디지털자산 분야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마련을 요구했다.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이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부재로 유망한 스타트업과 기술인력,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종욱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와 디지털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과 관련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본법을 만들고 있으며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를 목표로 속도를 내겠다고 답했다.

여성기업과 여성 창업에 대한 규제 개선도 주요 현장 요구로 제시됐다. 박창숙 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현재 대부분의 창업 지원사업과 정책자금이 창업 7년 미만 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여성 창업가에게 이 기간은 임신·출산·육아가 집중되는 시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고 지적했다. 창업 후 임신·출산으로 경영 공백이 발생한 여성 창업자가 7년을 넘기게 되면 각종 세제 혜택과 정책자금, 정부 지원사업 참여 기회가 줄어드는 만큼 임신·출산 기간을 창업 지원기간에서 제외하거나 지원기간을 연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책자금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제도도 함께 요구했다.

목승환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현행 창업 7년 기준이 초기 기업의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기준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임신·출산 등 불가피한 경영 공백으로 여성 CEO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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