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소영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첫 출근을 앞둔 9월 27일 SNS에 ‘중기부 장관에게 바라는 것’을 댓글로 남겨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장관은 “격려와 덕담은 많이 받았지만 자신에게 거는 기대와 당부는 어떤 것일지, 자주 묻고 업무에 반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만은 꼭 바꿔달라, 이것만은 하지 마라, 이런 태도로 일했으면 좋겠다는 3가지를 들며 덕담보다 쓴소리가 더 도움이 된다는 말로 무엇이든 댓글로 남겨달라고 밝힌 것.
이에 호응하듯 9월 30일 오전 10시까지 댓글 786개가 달렸다. 플랫폼별로는 페이스북 316개, 유튜브 207개, 엑스 134개, 블로그 67개, 인스타그램 62개다. 이 장관은 30일 다시 SNS에 올린 글을 통해 “현업 종사자의 생생한 제안, 따끔한 지적, 기발한 정책 아이디어까지 의견을 놓치지 않도록 문서로 정리해뒀다”며 링크를 공개했다.
스타트업레시피는 공개된 댓글 속 요구 사항을 AI를 이용해 분류했다. 공개된 댓글은 537건이며 이 가운데 85.3%인 450건이 구체적인 요구를 담고 있다.
주제별 요구 댓글 수(복수 집계)
많이 나온 세부 요구 10개
◇ 1순위 요구 사항은 자영업 생존…플랫폼 수수료가 최다=가장 많은 댓글이 몰린 주제는 99건(18.4%)을 기록한 소상공인과 자영업 생존 문제. 그 중에서도 배달·온라인 플랫폼 수수료와 독과점 규제를 요구한 댓글이 35건(6.5%)으로 가장 많았다. 쿠팡과 배민 수수료를 해결해달라는 호소부터 수수료 상한제, 정산 주기 개선 요구 제안도 있었다. “골목상권 보호는 이제 대형마트가 아니라 플랫폼과의 힘의 불균형 문제”라고 짚은 지적도 있었다.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 개선 요구 댓글도 23건(4.3%)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전통시장과 상인회 가맹점 밖으로 사용처를 넓혀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할인율 복원이나 지역화폐 통합, 당일 정산 목소리도 있었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활성화 요구(23건), 소공인이나 온라인 판매자처럼 지원 사업에서 빠져 있는 사각지대를 살펴달라는 요구(9건)도 눈길을 끌었다.
플랫폼 문제에선 유튜브 댓글 99건 가운데 38건(38.4%)이 배달 플랫폼이나 비대면진료·약배송을 다뤘는데 비대면 진료, 약 배송 확대에 반대하는 댓글 19건 가운데 18건이 유튜브에 달렸다. 이들은 의료형 배민은 안된다며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동네 약국 붕괴를 우려하기도 했다.
◇ 새 사업보다 있는 제도부터 고쳐 달라=장관 태도와 소통 방식에 대한 주문은 71건(13.2%)으로 2번째로 많았다. 의전과 행사보다 현장을 찾아 직접 들으라는 요구가 35건(6.5%)으로 플랫폼 수수료와 함께 단일 요구로는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초심을 지키고 정치에 휘둘리지 말라는 당부(30건), 상시 소통 창구를 만들고 건의 처리 결과를 공개해 달라는 요구(13건)도 나왔다. 이번 댓글 제안을 주제별로 담당 부서와 처리 상태, 기한과 함께 공개하고 30일 안에 1차 회신을 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지원사업과 행정 방식을 바꿔 달라는 요구는 69건(12.8%)이었다. 서류와 절차를 줄이고 흩어진 지원사업과 창구를 통합해 달라는 요구가 19건이었다. 중기부 통합회원 시스템에서 유관기관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는 구체적 지적도 있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같은 내용이 올라온 한 댓글은 “임기 동안 새로운 정책을 몇 개 만들었는가보다 불필요한 규제와 절차를 몇 개 없앴는지가 성과가 되는 중기부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도입 건수나 예산 집행률이 아닌 실제 매출과 불량률 개선으로 성과를 평가해 달라는 요구(14건)도 나왔다.
눈에 띄는 건 지원을 늘려 달라는 요구만큼 퍼주기식 지원을 멈추라는 목소리도 컸다는 것. 선택과 집중을 주문하거나 부정수급과 좀비기업 지원을 끊으라는 댓글이 21건(3.9%)을 기록했는데 “억지로 산소 호흡기 대주는 지원은 없어야 된다”는 표현도 나왔다.
◇ 창업·금융·판로 요구도 줄이어=창업·벤처 분야 요구는 50건(9.3%)이었다. 26건이 모두의창업과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창업지원사업을 다뤘다. 전시행정으로 흐른 모두의창업을 재점검하고 청년창업사관학교 폐지를 재검토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청년에 치우친 지원을 중장년과 시니어로 넓혀 달라는 제안도 여러 건 나왔다. 벤처투자와 회수시장 활성화를 요구한 댓글(18건) 외에 엔젤투자 육성과 M&A 활성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등 요구 사항도 나왔다.
R&D와 판로, 공공조달 분야는 47건(8.8%)이었다. 중소기업 전용 R&D 확대와 업종별 평가를 요구한 댓글이 15건, 공공조달 제도 개선이 15건이었다. 직접생산확인 기준과 수의계약 한도, 강화된 선금 제도의 행정 부담을 지적하는 내용이 많았다. 기술 개발 이후 첫 구매를 정부가 열어 달라는 요구(14건)도 눈길을 끈다.
정책금융·세제 요구는 43건(8.0%)으로 이 가운데 정책자금과 대출, 보증 문턱을 낮춰 달라는 요구가 31건(5.8%)으로 가장 많았다. 매출 위주 심사와 짧은 상환 기간이 주로 문제로 꼽혔다.
코스닥 활성화 요구 댓글도 33건(6.1%)에 달했다. 단일 요구로는 3번째로 많다. 국회의원 시절 자본시장 개혁에 목소리를 냈던 이 장관에게 코스닥 밸류업과 공매도 제도 개선, 주가누르기방지법 통과를 챙겨 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 52시간·대형마트 규제는 요구 엇갈려=중소기업 노동 관련 요구는 43건(8.0%)이었다. SNS라는 성격상 근로자 입장에서의 요구가 다수였다. 포괄임금제 폐지와 근로계약 준수 감독, 주 52시간제 유지를 요구한 댓글이 23건이었다. 대·중소기업 임금과 복지 격차 해소 요구는 13건이었다. 반면 납기에 쫓기는 소규모 제조업 등을 이유로 근로시간 유연화를 요구한 댓글도 8건 있었다.
규제 문제도 방향이 갈렸다. 규제 혁신과 샌드박스 확대를 요구한 댓글은 29건(5.4%)으로 자율주행과 드론 실증, 법인 등기 디지털화 등 구체 사례가 제시됐다.
그 밖에 AI·디지털 전환 지원 실효성을 높여 달라는 요구가 19건, 지방 중소기업과 로컬 창업을 챙겨 달라는 요구가 15건이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하도급 불공정 개선은 12건, 장애인과 시니어 등 사회적 약자 포용은 10건이었다. 방향이 엇갈린 요구 사항을 정리하면 첫째 근로시간 노동, 둘째 지원 규모, 셋째 유통 규제로 이들 문제가 생태계 내에서 대립적 성격을 보이는 사례라는 걸 잘 나타내고 있다.
댓글은 모였고 이제 남은 건 실행이다. 한 댓글에선 “잘 듣는 장관보다 들은 걸 끝까지 처리한 결과가 숫자로 확인되는 장관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장관 역시 “댓글 개수가 많아 아직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부처 직원과 짬날 때마다 검토하면서 새길 건 새기고 고칠 건 찾아서 바로 고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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