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기업협회가 10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대구에서 2026년 예비창업패키지 소셜벤처 필드다이브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그간 해외에서 열던 현장 프로그램을 대신해 처음으로 국내 지역을 찾아 연 행사다. 김진숙 벤처기업협회 팀장은 “예비 창업자가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가능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지역과의 네트워크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는 말로 이번 행사 취지를 밝혔다.
대구 지역을 찾은 소셜벤처 예비 창업자가 첫날 찾은 곳은 경북 경산에 위치한 대구한의대학교 오성 캠퍼스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대학 산학협력 체계와 화장품 생산 현장을 직접 직접 살펴본 것.
◇ 한의학 산업화 내건 글로컬대학=김경 대구한의대 기업지원센터장(재활치료학부 교수)은 이날 발표에서 대학 비전을 한마디로 “K-MED 실크로드 거점”이라고 소개했다. 한의학을 과학화·산업화·세계화해 한국에서 유럽까지 지역과 세계를 잇는 혁신 대학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대구한의대는 지난 2024년 교육부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되어 5년 동안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5년간 정부 지원금은 1,000억원 규모다.
대학 측은 특화 분야를 G-벨트로 묶어 소재·바이오·재활의료 3개 클러스터를 운영한다. 소재 클러스터는 경북 북부 한약재와 영덕·울진 수산 소재를 쓰는 기업을 지원한다. 바이오 클러스터는 화장품과 식품 기업을 맡고 재활의료 클러스터는 고령화에 맞춰 예방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둔다. 클러스터마다 가족 기업과 지자체 공무원, 연구기관과 교수진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기업 애로사항을 듣고 새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기업 지원은 산학 공동 연구개발에서 출발해 시제품 제작과 국내 마케팅을 거쳐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3차 연도 연구개발 투자액은 80억원으로 과제 90개에 평균 1억원씩 돌아간다. 연구개발 뒤에는 국내 마케팅과 인증, 제품 개선 컨설팅을 돕는 스텝업(Step Up)과 해외 진출을 돕는 스케일업(Scale Up)이 이어진다. 대학 보유 기술을 기업 제품에 연결하는 테크브릿지 사업은 건당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한다.
해외 지원은 기업이 실제로 수출하려는 국가 전시회에 맞춘다. 부스와 항공권, 체류비를 지원하고 별도 수출상담회를 열어 실제 판매까지 후속 관리한다. 현지 언어 패키지와 상세 페이지 제작, 해외 인허가와 플랫폼 입점도 지원 항목이다. 대학은 다음 해 진출 국가를 정하려고 12월 중순부터 1월까지 기업 수요를 조사한다. 김 센터장은 기업이 연초에 연간 일정을 세운다는 점을 확인하고 수요조사 시기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자체 브랜드가 약한 초기 기업은 대학 공동 브랜드를 쓸 수 있다. 대학 측은 올해 2월 글로벌 공동 브랜드 이스턴 캐비닛(Eastern Cabinet)을 만들었다. 기업은 별도 비용 없이 대학 브랜딩 자산과 홍보 경로를 활용한다. 해외 오프라인 매장도 베트남 1곳과 몽골 3곳 등 4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11월 중순 중국 베이징에 1곳을 더 열고 내년 4월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도 매장을 낼 계획이다.

◇ 동방의 약장 여는 공동 브랜드=안창근 대구한의대 산학협력단 글로컬마케팅지원센터장은 현장에서 공동 브랜드 구상을 설명했다. 이스턴 캐비닛은 동방의 약장이나 보물 상자를 연다는 뜻을 담았다. 해외 의대와 좋은 약재를 넣어 만든 기본 처방을 바탕으로 각국 기업이 향이나 보습감을 더하고 디자인을 바꿔 자국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안 센터장은 “한의학 기반 화장품이 의료기기도 기존 화장품도 아닌 경계에 있어 이 틈을 기업과 함께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공동 매장 모델은 올리브영 개념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했다.

안 센터장은 미국·일본·중국·베트남·몽골·튀르키예·헝가리·멕시코 등 10여개국 대학·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선스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동 생산 등 협력 방식은 조건에 따라 다르다. 해외에는 300평 규모 공동 매장을 열어 대학과 연구개발을 함께한 기업 제품을 함께 판매한다.
대학 내에 위치한 현장 체험 공간인 AI 뷰티랩에선 피부 상태를 측정해 필요한 성분을 조합한 화장품을 그 자리에서 만든다. 안 센터장은 소비자가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만 살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피부 데이터를 가장 잘 아는 곳은 기업이나 정부보다 대학 연구기관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실제로 방문 현장에선 일부 참가자가 직접 피부 상태 측정부터 피부 맞춤형 화장품 완성을 15분 남짓 짧은 시간 동안 직접 체험해보기도 했다.

생산 기반은 학교기업이 맡는다. 이를 위해 학교 건물 내 지하에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2004년부터 운영한 학교기업은 300kg과 1톤 규모 유화 설비를 갖췄다. 원료 추출은 계약한 추출물·제약 업체가 맡는다. 학교기업 관계자는 지자체 요청으로 고령 딸기를 넣은 제품을 만든 사례를 들며 지역 농산물을 넣은 소량 제품도 개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천연·합성 원료를 섞을 때는 제형 단계에서 안정성도 평가한다.


◇ 유휴 공간을 기업 마을로=대구한의대는 교육부 사학연합혁신단지 조성 사업으로 5년간 80억원을 지원받아 대학 유휴 공간을 기업 입주 공간으로 바꿨다. 화장품·식품·헬스케어 특화 연구실에 장비를 들였고 산학협력 브랜드는 더플러스 빌리지(The Plus Village)로 정했다. 입주기업은 60곳에서 90곳으로 늘었다. 김 센터장은 다른 지역 기업도 지점이나 연구소기업 형태로 참여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선 예비창업자 입장에선 그동안 말로도 듣던 산학 협력이 실제로 어떤 장소에서 어떤 구조로 이뤄지는지 직접 접해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스마트에바(26년 예창 참여) 장소영 대표는 이번 방문을 통해 대학이 추진 중인 사업과 탄탄한 산학연 협력 단지 인프라릉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뜻 깊었다묜서 “앞으로 대학 및 지역 유관기관과의 기술 협력이나 스케일업 연계릎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유의한 시간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드 다이브 참가 기업 가운데는 벤처기업협회 교육을 거쳐 창업한 뒤 대구한의대와 산학 공동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는 사례도 나왔다. 참가 창업자는 27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번 필드 다이브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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