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당국, 애플에 벌금 부과‧왓츠앱엔 AI 챗봇 배제 약관 삭제 명령

이탈리아 경쟁감독당국인 AGCM(Autorità Garante della Concorrenza e del Mercato)가 애플이 앱스토어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9,863만 유로 제재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EU기능조약(TFEU) 제102조에 근거해 iOS 사용자 대상 앱 배포 플랫폼 시장에서 애플이 초지배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AGCM은 2023년 5월부터 조사를 진행한 결과 애플이 2021년 4월 iOS 14.5부터 도입한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 ATT) 기능이 경쟁을 제한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ATT는 앱이 개인화 광고를 위해 사용자 활동을 추적할 때 사전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기능. 하지만 AGCM은 이 ATT가 서드파티 개발자에게 이중 동의를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AGCM은 EU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에 따른 동의 프롬프트에 더해 애플 자체 ATT에서도 동의를 받아야 하며 이게 개발자와 광고주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어 비즈니스 모델을 훼손하는 요인이 된다고 판단했다.

AGCM은 애플이 스스로 내세우는 데이터 보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쟁을 덜 제한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다고 비판하며 단일 단계 동의 프로세스로 동등한 프라이버시 보호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며 ATT에 대응하도록 만드는 현행 사양은 개발자와 광고주에게 불공정하고 유해한 부담을 준다고 결론지었다. 나아가 이 ATT가 애플에게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당국 결정에 강력히 반대하며 항소할 방침을 밝혔다. 애플 측은 자사 앱이 ATT 팝업을 표시하지 않는 건 애초에 사용자 활동을 다른 앱이나 웹사이트에 걸쳐 추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ATT는 사용자에게 중요한 프라이버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며 AGCM은 그 가치를 경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항소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제재금 납부는 유예될 전망이지만 규제의 물결은 다른 국가로도 확산되고 있다. 폴란드에서도 2025년 11월부터 ATT 관련 유사한 조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애플의 프라이버시 기능이 경쟁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럽 전역에서 엄격한 감시의 눈길이 향하고 있다. 애플은 향후 EU 내에서 ATT 제공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현지시간 2025년 12월 24일AGCM은 메시징 앱 왓츠앱에서 경쟁 AI 챗봇을 배제하는 이용약관을 삭제하도록 명령했다.

메타는 메시징 앱 왓츠앱과 AI 챗봇 메타 AI를 개발 및 제공하고 있다. 메타는 왓츠앱 비즈니스 솔루션 이용약관에서 메타가 독자적 재량으로 정의하는 인공지능(AI) 또는 머신러닝 기술 제공자 및 개발자(이하 AI 프로바이더)는 다음의 경우 왓츠앱 비즈니스 솔루션(왓츠앱이 제공하는 사업자 대상 API 및 관련 서비스)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접근하거나 이를 이용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타사가 제공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이나 생성형 AI 플랫폼, AI 어시스턴트 또는 이와 유사한 기술이 주요 기능이라고 메타가 판단할 경우 이런 기술을 제공·배포·제시·판매 또는 기타 방법으로 이용 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왓츠앱 비즈니스 솔루션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

AGCM은 왓츠앱 이용약관에 있는 이 조항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보고 메타에 삭제를 명령했다. 하지만 메타는 AGCM 측 결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다며 AI 챗봇 등장으로 자사 시스템에 예상 이상 부하가 걸리고 있다고 설명하고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GCM은 메타 측 행위가 AI 챗봇 시장에서 공급량, 시장 진입, 기술 개발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으며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GCM은 지난 7월 왓츠앱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며 메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나아가 11월에는 왓츠앱 비즈니스 솔루션 이용약관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형태로 조사를 확대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AGCM은 해당 이용약관은 AI 챗봇 시장에서 메타 AI 경쟁사를 왓츠앱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U 독점금지법 집행 당국은 유사한 의혹에 대해 메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AGCM은 메타 측 행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응하기 위해 EU 행정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