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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성적으로 묘사한 노골적인 사진이나 영상 등은 아동 성착취물(CSAM, Child Sexual Abuse Material)로 불린다. EU는 이런 CSAM을 탐지하고 보고하기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로 채팅 통제법(Chat Control)을 추진해 왔지만 이 제안이 다시 철회됐다.

10월 30일 EU 이사회는 채팅 통제법 제안을 재차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EU 의장국인 덴마크 페터 훈멜고르 법무장관은 채팅 통제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불과 몇 주 전인 10월 8일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사이버보안 전문가 안드레아 포르투나(Andrea Fortuna)는 채팅 통제법 철회는 디지털 권리의 승리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암호화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가 여전히 유럽 전역 정책 논의를 괴롭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팅 통제법은 2022년 처음 제안된 이후 전문가와 시민으로부터 꾸준히 반대에 부딪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은 여러 차례 되살아났고 좀비 법안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을 비롯한 80여 개 시민단체는 CSAM 대응을 명분으로 암호화된 통신 클라이언트 측 스캔을 의무화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비판 측은 채팅 통제법이 아동 성착취물 대책을 빌미로 메신저뿐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 암호화를 무력화할 위험한 법안이라고 지적한다. EU 채팅 규제법은 겉으로는 아동 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사용자 통신의 근본적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EU 내 지지 의원은 프라이버시 보호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암호화가 붕괴될 위험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기술 전문가는 이 주장이 기술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포르투나는 소폭 수정 후 다시 제안되는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으며 덴마크가 이번에 철회한 과정 역시 같은 패턴을 따른다고 비판했다.

채팅 통제 지지자가 말하는 프라이버시 보호 조치란 엔드투엔드 암호화를 유지한 채 백도어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렇게 하면 특정 메시지만 선택적으로 복호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포르투나는 이런 방식은 시스템 전체를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며 승인된 접근뿐 아니라 악의적 행위자에게도 취약하게 만든다고 반박했다.

그는 문제의 핵심이 암호화 기술에 대한 오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엔드투엔드 암호화는 송신자와 수신자만 복호화 키를 가지기 때문에 작동한다며 정부기관이나 기술 기업 등 제3자는 메시지 내용을 읽을 수 없으며 이는 설계상 선택이 아니라 수십억 건에 이르는 통신 보안을 보장하는 수학적 확실성이라고 설명했다.

지지 진영은 또 다른 대안으로 클라이언트 측 스캔을 제안한다. 이는 암호화 전이나 복호화 후, 사용자 기기 내에서 메시지를 검사해 불법 콘텐츠를 탐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포르투나는 이 역시 암호화의 보안 모델을 근본적으로 파괴한다고 경고했다. 기기가 메시지 내용을 스캔하고 보고할 수 있다면 악성코드나 해커가 그 보안 취약점을 악용할 위험이 커지며 결국 모든 사용자가 더 큰 리스크를 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애플 역시 과거 이와 유사한 CSAM 탐지 시스템을 도입하려다 강한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감시 기술 범위 확장(Scope Creep)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불법 콘텐츠 탐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술이 정부 비판, 시위, 정치적 의견까지 감시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채팅 통제법이 반복적으로 무산되는 배경에는 전자프런티어재단(EFF) 등 프라이버시 단체가 국민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경각심 캠페인을 벌여온 덕분이 크다. 포르투나는 이런 여론 덕분에 현 시점에서 의원이 채팅 통제법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례가 미래의 정책 논쟁에서도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첫째, 기술 전문성이 중요하다며 보안 연구자가 안전한 백도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지적하면 정치인이 이를 과장된 우려로 치부하기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둘째 다양한 부문 간 협력이 반대 세력을 강화하는 것. 시민단체, 기술기업, 개인 이용자 모두가 반대할 경우 그 문제는 실제로 광범위하다는 증거가 된다. 셋째 지속적 압박이 필수적이다. 채팅 통제법 사례에서 보듯 부적절한 법안이 한 번에 폐기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채팅 통제법을 밀어붙이는 정치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며 근본적인 정치적 동인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은 아동 보호 문제에 있어 무언가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하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암호화를 훼손하지 않는 대안이 정치적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는 유사한 법안이 계속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정책 입안자는 기술적 마법탄을 찾으려 하지 말고 실제로 효과 있는 해결책에 투자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법집행기관 교육 강화, 암호 해독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사 도구에 대한 자금 지원, 국제 공조 강화, 교육 및 사회 프로그램을 통한 온라인 착취의 근본 원인 해결 등을 제시했다.

CSAM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한 채팅 통제법은 실제로는 검열 대상이 아동 성인물 뿐 아니라 마약 사용, 정부 비판, 시위 활동 등으로 확장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또 아동 성인물 유통 상당수가 10대 연인 간 합의된 행위이거나 오프라인에서 아동과 접촉 가능한 성인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이 법안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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