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CON 연사 릴레이 인터뷰] K-콘텐츠 중심지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국 콘텐츠 업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콘퍼런스 <스타트업콘> 개막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11회째를 맞이하는 스타트업콘은 CONTENT X EVERYTHING, BEYOND IMAGINATION(콘텐츠 X 모든 것,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다)를 주제로 오는 9월 25일(목)~ 26일(금)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스위트스팟 스테이지 성수(피치스도원)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구글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관계자를 비롯해 갤럭시코퍼레이션, SAMG엔테테인먼트 등 콘텐츠 선도기업 관계자, 한국형 소버린 AI 개발팀에 선정된 NC AI, 업스테이지,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테크셀레스터 배우 이제훈 등이 연사자로 참여해 AI 기반 콘텐츠 혁신 사례와 산업간 융합의 확장성, 기술과 콘텐츠 결합으로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다양한 사례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 밖에 국내외 선도기업과 투자자 30명이 참석하는 1:1 밋업도 함께 진행된다. 이에 스타트업콘 주요연사 7인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미리 듣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 대상은 윌 페이지(Will Page)다.

◇ 냅스터 모멘트와 AI 혁명의 차이점=윌 페이지는 前 스포티파이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타잔 경제학(The Economics of Tarzan)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스타트업콘 행사 기간 중 AI가 음악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찰을 공유할 예정이다.
페이지는 음악 산업이 항상 혼란으로부터 가장 먼저 고통 받지만 가장 먼저 회복하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면서 지금 일어나는 AI 혁명을 냅스터 모멘트(Napster moment)에 비유한다. 냅스터는 1999년 등장한 P2P 파일 공유 애플리케이션이다. 개인이 보유한 MP3 음악 파일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 누구라도 음악 파일을 불법 복제해서 무료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음악 산업에선 음반사가 줄지어 파산을 하고 기존 CD 같은 음반 판매에서 음원 구독이나 스트리밍 등장을 불러오는 등 여러 의미로 음악 산업에 혁신을 불러왔다.
페이지는 냅스터가 판매 시대에 복제를 통제할 권리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스포티파이가 스트리밍 발명으로 이를 해결했다고 말한다. 다만 현재 일어나는 AI와는 차이가 있다. AI는 복제하거나 학습시킬 권리(right to control copying–or training)를 제거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는 공정 사용(fair use)이라는 법적 질문으로 이어진다는 것. 하지만 그는 기업가에게 혁신은 이미 진행형이며 AI가 인간 창의성을 해칠지 혹은 생산성을 높일지에 대한 대답이 실시간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한다.
페이지는 “AI 기술과 저작권이 공존할 수 있는 경제적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거 스트리밍 기업과 음반사가 공존하는 균형을 확립했을 때 소비자 행동은 여전히 음악을 접하지만 합법적으로 이용하는 등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산업은 변화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AI 시대에 저작권이 언제, 어디서 보호되고 어떻게 라이선스될지에 대한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라이선싱은 직접 라이선스, 집단 라이선스, 부과금(levies), 전시세(display tax) 4가지 형태 중 하나를 취할 수 있으며 저작권 문제에 대한 히스테리를 넘어서면 진정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은 라이선싱이라는 것이다.
◇ AI가 콘텐츠 소비‧수요 늘릴 것 ‘글로컬라이제이션도 가속화’=AI는 음악 산업에서 생산성 향상을 불러올 수 있다. 페이지는 리아나(Rihanna)를 위해 곡을 쓰는 작곡가를 예로 든다. 이 작곡가는 AI 음성 모방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곡을 리아나 목소리로 어떻게 들릴지 상상하고 이를 통해 리아나가 곡을 선택할 가능성이나 해당 곡이 히트할 가능성을 높인다. 페이지는 이 사례가 가수와 작곡가, 기술이 서로 성장을 돕는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서로의 정원을 가꾸는(grow each others gardens) 스코틀랜드 표현에 완벽하게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페이지는 자신의 저서 타잔 경제학에 나오는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 AI 영향에 대한 많은 질문에 답을 해준다고 말한다. 이 역설은 새로운 기술이 효율성을 높여도 소비량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린다는 점을 지적한다는 것. 예를 들어 연료 효율적인 자동차는 더 많은 자동차 구매, 더 먼 출퇴근을 유도한다. 클라우드 저장 비용이 저렴해지면 더 많은 이들이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한다. AI 역시 효율성을 높이면 AI 콘텐츠 소비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AI 기술이 현지 아티스트의 글로벌 성공 그러니까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sation)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번역 도구를 예로 들면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모든 권리를 소유한 아티스트가 자신의 목소리를 윤리적으로 학습시켜 다양한 언어와 방언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거나 무명 한국 아티스트가 AI로 생성한 다른 언어 버전 곡으로 글로벌 시장과 연결될 수 있다. 이는 지역 언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기술이 이를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AI를 도입하게 된다면 비용이나 시장에 영향이 발생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저작권 문제도 있지만 페이지는 그 외에도 프로덕션 뮤직(Production Music)이나 라이브러리 뮤직(library music) 시장 위축을 꼽았다. 그는 엘리베이터나 호텔 로비를 위한 배경 음악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음악 시장이 AI 음악으로 인한 첫 번째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치 AI 이미지 생성(text to visual) 도구가 포토스톡 기업을 하룻밤 새 쓸모없게 만든 것과 비슷하다면서 스타트업은 자신에게 스스로가 “종이인지 아니면 타자기인지” 질문을 던져 가치 사슬 내에서의 위치를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 두려움보다 자신감, 적응형 콘텐츠 준비하라=페이지는 수많은 산업 변화를 목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AI 시대 도전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두려움 대신 자신감이라고 강조한다. 변호사가 위험을 회피하고 흑백 노리를 선호하는 반면 경제학자는 회색 영역을 다루며 기술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1980년대 영국 음악가 노동조합이 드머러를 고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댄스 음악을 금지하려던 사례를 들면서 기술 진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스포티파이가 냅스터에 대응했던 방식 그러니까 대중이 저작권이 싫어서 음악을 훔친 게 아니라 편의성 때문이었다는 점을 간파해 불법 복제보다 더 편리한 걸 구축해 8억 명 이상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사례를 들면서 경제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AI와 창의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말한다. 페이지는 “한국인이 보여주는 퍼스트 무버에 대한 갈망에 깊이 매료됐으며 토론을 이해하고 기회를 활용하려는 열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만일 우리나라가 AI 난제를 해결하고 창작자와 플랫폼, 소비자 사이에서 필수적인 균형을 찾는다면 미국, 영국, 스웨덴과 함께 글로벌 4대 음악 수출국 중 한 곳인 우리나라가 AI 저작권 우위를 수출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페이지는 우리나라가 크게 성공할 잠재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이 앞으로 2∼3년 내 시장 수요를 위해 뭘 구축해야 할지에 대해 적응형 콘텐츠(adaptive content)를 제시했다. 적응형 콘텐츠는 사용자 특정 요구에 맞춰 콘텐츠가 조정되는 걸 뜻한다. 페이지는 2014년 스포티파이에서 개발한 러닝 앱을 예로 들었다. 이 러닝 앱은 사용자가 장르를 선택하고 달리기를 시작하면 앱이 보폭 속도에 맞춰 음악을 준비하는 방식을 지원했다. 페이지는 이게 적응형 콘텐츠의 시작이었다면서 한국 스타트업도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콘텐츠를 적응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페이지는 아이스하키 선수인 웨인 그레츠키(Wayne Gretzky)의 말을 인용해 “퍽이 어디에 있을지를 보고 그곳으로 스케이팅을 하라고 말한다. 지금 당장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비즈니스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시장 흐름은 분명히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스타트업콘 행사 개요>
- 일시 : 2025년 9월 25일(목) ~ 26일(금)
- 장소 : 스위트스팟 스테이지 성수(피치스 도원)
- 프로그램 : 콘퍼런스, 워크숍, 배틀필드(IR 피칭), 1:1 밋업, 네트워킹
- 참가신청 : 스타트업콘 홈페이지 | https://startupcon.kr
※ 본 기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협찬으로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