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인공지능(AI) 혁신 기업과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유치 소식이 이어지며 활기를 띠었다. 특히, AI를 활용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과 소비자 건강 관리 분야에서 거액의 투자가 집중된 점이 두드러진다.
◇ 거대 투자 유치와 유니콘 기업의 탄생=글로벌 급여 및 HR 플랫폼 기업 Deel은 3억 달러 규모 시리즈 E 라운드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가 173억 달러로 급등했다. Deel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월간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라운드는 A급 핀테크 VC인 Ribbit Capital과 Andreessen Horowitz가 공동 주도했으며 Coatue Management와 General Catalyst 등 기존 투자자들도 참여했다. Deel은 이 자금을 AI 혁신 가속화와 글로벌 급여 인프라 확장에 사용할 계획이다.

인도 퀵 커머스 대기업 Zepto 역시 4억 5,000만 달러를 확보하며 기업 가치를 7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이 투자 라운드는 미국 기반의 대형 연기금인 CalPERS가 주도했으며 Avenir, Avra, Lightspeed, Glade Brook, The Stepstone Group, Nexus Venture Partners 등 기존 투자자가 참여했다. Zepto는 10분 이내 배송에 집중하며 인도 도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현재 현금 잔고가 약 9억 달러에 달해 향후 IPO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웨어러블 헬스 테크 기업인 핀란드 스타트업 Oura는 Fidelity Management & Research Company가 주도하고 ICONIQ, Whale Rock, Atreides 등이 참여한 펀딩 라운드에서 9억 달러 신규 자금을 조달했다. Oura는 스마트 링 시장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번 투자로 기업 가치는 110억 달러로 평가됐다. Oura는 AI 및 생산 혁신, 새로운 건강 기능 도입, 그리고 글로벌 유통망 개선에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 AI 인프라 및 에이전트 기술 경쟁 심화=AI 분야에서는 기술 인재 확보와 근본적인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가 집중됐다.
게임 비디오 클립을 활용해 AI 에이전트의 공간-시간 추론 능력을 훈련하는 연구소인 General Intuition은 Khosla Ventures와 General Catalyst가 주도한 시드 펀딩에서 1억 3370만 달러라는 거액을 유치했다. General Intuition은 Medal의 방대한 게이밍 영상을 데이터셋으로 활용하며 이를 통해 로봇 팔, 드론, 자율 주행 차량과 같은 물리적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일반 에이전트(general agent) 개발을 목표로 한다.

AI 기반 과학 연구 자동화를 추진하는 Lila Sciences는 Nvidia의 벤처 부문인 NVentures 등의 투자를 포함해 1억 1500만 달러를 추가 유치, 시리즈 A 투자액이 3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Lila Sciences는 보스턴, 런던, 샌프란시스코에 AI 과학 공장(AI science factories)을 건설해 가설 생성부터 실험, 학습 및 반복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편 AI 개발 인프라 제공 기업인 Dedalus Labs는 Kindred Ventures와 Saga Ventures 등이 공동 주도한 시드 펀딩에서 1100만 달러를 유치했다. Dedalus Labs는 개발자들이 단 5줄의 코드로 복잡한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SDK를 제공하며, 특히 AI 모델이 외부 도구와 표준화된 방식으로 소통하도록 하는 오픈 프로토콜인 MCP(Model Context Protocol) 기반의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다.
이외에도 AI 에이전트 기술은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보험 운영 자동화 스타트업 Liberate는 Battery Ventures가 주도한 라운드에서 5천만 달러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3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달성했다. Liberate는 AI 음성 비서 ‘Nicole’과 내부 에이전트 네트워크를 통해 보험 판매, 서비스, 청구 등 엔드 투 엔드(end-to-end) 작업을 자동화한다.
AI 기반 디지털 트윈 스타트업 Viven은 Khosla Ventures, Foundation Capital, FPV Ventures 등으로부터 3,500만 달러 시드 펀딩을 받으며 잠행 모드에서 벗어났다. Viven은 직원별 특화된 LLM을 개발해 디지털 트윈을 생성해 동료가 부재 중일 때도 이메일, Slack, Google Docs 등 내부 문서에 접근해 필요한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AI 에이전트가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도 돋보인다. Brookfield는 Bloom Energy와 5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AI 인프라를 위한 연료전지 기술을 배포하기로 했다. 또 AI 칩 전력 효율 문제를 해결하려는 Vertical Semiconductor는 Playground Global이 주도하는 시드 라운드에서 1100만 달러를 유치해 수직형 질화갈륨(Vertical GaN) AI 칩을 개발한다. 이 기술은 데이터 센터 효율을 최대 30% 향상하고 전력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게임 산업에서도 ego AI(ego)가 Y Combinator, Patron, Accel, Boost VC 등으로부터 670만 달러 초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ego는 소형 언어 모델과 강화 학습을 결합한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게임 내에서 사람과 유사한 행동과 지속적인 성격, 기억을 유지하는 AI 캐릭터 엔진(character.world)을 구축한다.
◇ 활발한 M&A 및 전략적 투자=대형 기업은 인재 및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움직임을 보였다.
Apple은 컴퓨터 비전 스타트업 Prompt AI의 핵심 인재와 기술을 인수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rompt AI는 5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했던 기업으로, 홈 보안 카메라 앱 Seemour를 개발했으나 사업 모델의 어려움으로 앱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이다. 인수 경쟁자로는 Elon Musk의 xAI와 Neuralink도 있었다.
금융 부문에서는 Goldman Sachs가 대체 투자 플랫폼 강화를 위해 25년 역사의 투자 회사 Industry Ventures를 최대 9억 6,5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전통적인 IPO 시장 침체 속에서 세컨더리 시장과 바이아웃 등 비전통적인 엑시트 방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기반 대학 스타트업 Campus는 Meta의 전 AI 부사장인 Jerome Pesenti를 CTO로 영입하며, 그의 AI 학습 플랫폼인 Sizzle AI를 인수했다. Sam Altman이 후원하는 Campus는 Sam Altman 외에도 Peter Thiel의 Founders Fund, General Catalyst, NBA 스타 Shaquille O’Neal, Palantir 공동 설립자 Joe Lonsdale, Figma CEO Dylan Field 등으로부터 1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 인도 시장과 핀테크/물류 혁신=인도 시장은 AI 기반 소비자 콘텐츠, 핀테크, 그리고 물류 혁신 분야에서 글로벌 자본의 집중을 받았다.
인도 스토리텔링 플랫폼 Kuku는 Granite Asia(구 GGV Capital)가 주도한 시리즈 C 라운드에서 8500만 달러를 유치했으며, 기업 가치는 5억 달러로 평가됐다. Kuku는 Kuku FM(오디오북)과 Kuku TV(마이크로드라마) 플랫폼을 통해 1000만 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생성형 AI 스튜디오를 구축하여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영어 학습 플랫폼 SpeakX.ai는 WestBridge Capital 등이 주도한 프리 시리즈 B 라운드에서 16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Gen-AI 튜터를 통해 구어체 영어 학습을 돕고 있으며, 흑자 성장세를 바탕으로 텔루구어, 타밀어 등 지역 언어로 확장을 계획 중이다.

인도 웰스테크 기업 Dezerv는 Elevation Capital이 주도한 시리즈 C 펀딩에서 4000만 달러를 확보했으며, 금융 계획 및 투자 기회 접근을 민주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신용 점수 개선 솔루션을 제공하는 GoodScore는 Peak XV가 주도한 시리즈 A 라운드에서 13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Coinbase가 인도 거래소 CoinDCX에 대한 투자를 늘려 CoinDCX의 기업 가치를 24억 5천만 달러로 평가했다. Coinbase는 인도에서 운영을 재개하고 있으며, CoinSwitch에도 투자하고 있다.
물류 분야에선 AI 기반 트럭 운송 마켓플레이스 FleetWorks는 First Round Capital 등이 참여한 시리즈 A 라운드에서 1700만 달러를 유치했다. FleetWorks는 AI 디스패처를 도입하여 운송사와 화물 간의 매칭을 가속화하고, 운송업계의 비효율적인 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인도 드론 스타트업 Airbound는 Lachy Groom이 주도한 시드 라운드에서 865만 달러를 확보하며 총 1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다. Airbound는 로켓처럼 수직 이착륙하는 초경량 드론(TRT)을 이용해 기존 대비 20배 낮은 비용으로 물품을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현재 Narayana Health와 의료 물류 배송 시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 글로벌 금융 및 헬스케어 투자=멕시코 핀테크 기업 Plata는 Kora, Moore Strategic Ventures, TelevisaUnivision 등이 참여한 펀딩을 통해 2억 5,000만 달러를 유치했으며, 기업 가치는 31억 달러에 달했다. Plata는 멕시코 규제 당국의 은행 라이선스 승인을 앞두고 있다.
BNBChain 기반 결제 플랫폼 Better Payment Network (BPN)는 YZi Labs(구 Binance Labs)가 주도한 시드 펀딩에서 5,000만 달러를 확보했다. BPN은 국경 간 결제 효율성을 높이고, 결제 시간을 2일에서 몇 시간으로, 거래 비용을 2%에서 0.3%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다양한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사용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AI(DeAI) 생태계에 초점을 맞춘 TAO Synergies는 디지털 자산 투자사 Digital Currency Group(DCG)이 처음으로 참여한 펀딩에서 1,100만 달러를 조달했다. TAO Synergies는 Bittensor(TAO) 토큰 전략을 성장시키는 데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또 다른 암호화폐 플랫폼인 Temple Digital Group (Temple)은 Canton Network에서 개인 정보 보호에 중점을 둔 거래 플랫폼 구축을 위해 Paper Ventures 등이 주도한 시드 라운드에서 500만 달러를 모금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항생제 내성 감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이스라엘 바이오 제약회사 Omnix Medical이 Harel Insurance & Finance와 European Innovation Council Fund가 공동 주도한 시리즈 C 라운드에서 2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보스턴 기반 헬스 테크 스타트업 OutcomesAI는 Kuldeep Singh Rajput 전 Biofourmis CEO가 설립한 회사로, Santé Ventures 등으로부터 1,000만 달러 시드 펀딩을 확보해 AI 음성 에이전트를 활용해 간호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태양광 스타트업 Daylight Energy는 Framework Ventures, Andreessen Horowitz, Lerer Hippeau, M13, Room40 Ventures, EV3 등의 투자자와 Turtle Hill Capital로부터 7,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주택 태양광 및 배터리 시스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리노이와 매사추세츠 약 1,200가구에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의 대규모 해외 투자 계획도 발표됐다. 프랑스 자동차 부품 다국적 기업 OP Mobility SE는 향후 5년간 인도에 2억~3억 달러를 투자해 제조 시설을 2배(10개)로 늘리고 새로운 기술 허브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 대만 Foxconn은 인도 타밀나두에 AI 기반 제조 확장 및 연구 개발을 위해 약 18억 달러를 투자해 1만 4,000개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기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벤처 펀딩이 2025년 첫 9개월 동안 30억 달러를 기록하며 동남아시아(SEA)의 8억 3900만 달러를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점은 지역 투자 지형 변화를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