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타트업 혁신 허브…TIB‧제로원부스터 가봤다

지난 2023년 11월 문을 연 도쿄 이노베이션 베이스(Tokyo Innovation Base, 이하 TIB 도쿄)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 마루노우치에 위치한 스타트업 허브다. 글로벌 혁신 거점(global node of innovation)을 지향하는 곳으로 크게 스타트업 규모를 키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고 전 세계로 연결하는 글로벌, 창업 정신과 도전을 지원하는 성장, 스타트업과 정부, 대기업, 대학 등 다양한 주체를 이어주는 협력, 플랫폼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이라는 4가지를 목표로 한다.

TIB 도쿄가 위치한 마루노우치는 도쿄 중심부에 있다. 덕분에 대기업이나 정부 기관, 스타트업이 교류하기에 지리적으로 유리하다. 실제로 TIB 도쿄는 설립 첫 해에만 10만 명이 넘는 방문객, 500건이 넘는 이벤트를 여는 등 압도적인 규모와 활동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 TIB 도쿄, 하드웨어보다 눈길 끈 컨시어지 서비스=실제로 가본 TIB 도쿄는 생각보다는 아담했다. 이곳은 모든 지원 기관이 한 곳에 모이는 오픈 이노베이션 공간을 표방한다. 콘셉트 자체가 연결에 방점을 찍어서 그런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방문증도 지원기관은 파란색, 스타트업은 로엔지, 예비창업자 등 창업 지망생은 빨간색으로 네트워킹을 위해 구분했다고 한다.

1층에는 스타트업을 위한 판매샵과 이벤트홀, 2층에도 이벤트 스테이지 외에 시제품 제작을 위한 TIB FAB, 3층에는 살롱 등이 위치하고 있는 구조다. 방문객은 2층에서 먼저 등록을 해야 한다. 방문한 날은 조금 한산했지만 평일 기준으로 TIB 도쿄를 찾는 일 평균 방문객은 600여 명 정도라고 한다.

2층 이벤트 스테이지는 250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공간으로 TIB가 개최하는 메인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물론 파트너로 등록하면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이곳 무대에선 한 주 2∼3건, 연간 400회 이상 행사가 열린다는 설명이다. 2층에는 룸으로 명명한 이벤트실, 회의실이나 폰부스 등도 자리하고 있다.

TIB FAB은 하드웨어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이다. 3D 프린터를 비롯해 2,000개 이상 기자재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곳은 취미로 이용할 수는 없고 허가받은 스타트업만 이용 가능하다. 내부에는 테크니컬 어드바이저가 상시 대기 중이며 주로 로보틱스나 모빌리티 분야가 많다고 한다. 현재 시제품 제작 등록자는 500여 명 가량. 이곳에서 제작한 제품 가운데 일부는 선별해 1층에 위치한 샵에서 2개월 기간 한정으로 판매를 해볼 수도 있다.

그 밖에 1층에 위치한 140명 가량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이벤트홀에서도 일부 시제품 전시가 이뤄진다. 실제 전시물 중 VR 번지점프 기기의 경우 이곳에서 제작에 성공해 현재 도쿄타워에서 영업 중이라고 한다.

2층에서 눈길을 끈 곳 가운데 하나는 컨시어지 서비스다. 도쿄에서 창업을 하기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한다. 회사 설립이나 사회보장보험, 심지어 주거 등 생활 문제까지 상담할 수 있다. 일본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이라면 비즈니스 모델까지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하드웨어만 보면 TIB 도쿄가 국내보다 더 좋아 보이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국내 시시설이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이곳 상주 인력은 상시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3층에는 살롱으로 명명한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방문일에도 가장 자리가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선 스타트업 지원 기관과 미팅을 주로 하거나 밋업, 네트워킹을 진행한다.

◇ VC+공간 결합…재로원부스터=지난 2012년 설립된 일본 도쿄도 치요다에 위치한 제로원부스터(01Booster)는 일본 대기업 내 경직된 혁신 문화를 해소하는 모델을 통해 단순한 투자사를 넘어 서비스와 금융 엔진을 결합한 비즈니스 구조를 추구하는 곳이다. 목표는 일본을 비즈니스 혁신 허브로 만들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력을 주도하겠다는 것.

서비스 엔진 격인 01Booster Inc.는 액셀러레이터와 벤처 빌더 역할을 한다. 기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물론 사내 기업가 프로그램, 시장 진출 프로그램 등을 설계하고 관리한다. 기업 액셀러레이터(Corporate Accelerator)라는 용어를 상표로 등록해 방법론에 대한 독점적 통제권을 확보해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기도 하다.

금융 엔진 격인 제로원부스터 캐피털(01Booster Capital)은 2022년 출범한 투자 전문 법인으로 말 그대로 벤처캐피털 역할을 맡는다. 이곳의 투자 전략은 01Booster Inc.가 구축한 혁신 파이프라인에서 가치를 추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소개에 따르면 제로원부스터가 현재까지 투자한 포트폴리오는 70여 개 가량이다.

제로원부스터가 갖춘 장점은 서비스 운영 규모에 있다. 연간 80~90개에 이르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해 900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을 심사하고 선발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제로원부스터 캐피털에 기업 요구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건 물론. 시장 분석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검증된 기업 수요를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려 투자 효율성을 높인다.

방문한 제로원부스터 오피스까지 도쿄에는 제로원부스터 오피스 8곳이 산재해 있다. 물론 공간 자체는 지하에 코워킹스페이스, 1층에 바와 이벤트 공간, 4층에 프라이빗 오피스 등이 나뉘어져 있지만 열린 공간 위주인 TIB 도쿄와 달리 제로원부스터는 프라이빗 오피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공간적인 부분에서의 다른 점이다.

제로원부스터는 일본 뿐 아니라 글로벌 혁신 허브로도 도약하려 하고 있다. 시드 액셀러레이터로 아시아 시장에 집중해 해외 기업의 일본 진출이나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을 모두 지원한다. 인도 액셀러레이터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해외 스타트업이 일본 시장에 진입하면 보유한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B2B 엔터프라이즈 부문에 대한 검증, 계약 기회를 제공해 해외 스타트업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돕는다.

제로원부스터 현장 방문에는 벤처기업협회 뿐 아니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고려대 크림슨창업지원단, 서울과학기술대 창업지원단이 함께 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하는 만큼 이들 기관도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을 위한 기반을 다지려는 것. 이 중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경우 올해 ILS 2025 자문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염수원 글로벌사업팀 매니저는 “5개팀에 대한 ILS 2025 참여를 지원하는 것 외에도 도쿄도와 협의를 진행했다”며 글로벌 지원 인프라를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홍석재 벤처기업현회 팀장은 “TIB 도쿄나 제로원부스터 같은 일본 내 지원 시설이나 VC는 현지에 진출하려는 국내 스타트업에 현실적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해외에 진출할 의사가 있는 참여 기업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해 이번 자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