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위탁 제조 업계 최대 기업인 TSMC가 2027년부터 위탁 가격을 최대 10% 인상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TSMC가 가격 인상 방침을 고객에게 전달한 사실은 지난 6월 알려진 바 있지만 관계자 2명 정보를 인용해 인상 폭이 최대 10%라고 보도한 것, 인상 요인으로는 재료비 상승 등 외에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공장 비용 상승분을 상쇄하기 위한 것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기존 보도대로 가격 인상은 6월 고객에게 전달되어 7월 최종 확정됐으며 2027년 초부터 적용될 예정.
이번처럼 즉각적인 인상을 시행하지 않고 고객과 협상을 거친 뒤 인상 실시까지 유예 기간을 둔 점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그다지 공격적이지 않은 접근 방식을 선택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반도체 업체들 중에서는 이미 인텔과 AMD가 가격 인상을 실시한 바 있으며 TSMC 관련 기업인 VIS(Vanguard International Semiconductor)도 가격 인상을 시행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테크놀로지 3사가 기존형 DRAM 공급을 공조해 제한하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반독점 소송이 미국에서 시작됐다. 원고 측은 AI 수요 급증만으로는 이 정도의 가격 상승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DRAM은 스마트폰이나 PC, 서버 등이 작동 중인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보관하기 위한 메모리다. 그중 이번 소송이 대상으로 하는 기존형 DRAM은 DDR4·DDR5·LPDDR·GDDR 등 업계 규격에 맞춰 제조된 제품을 가리키며 AI 가속기용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제외된다.
1994~2022년 제조사별 DRAM 시장 점유율 추이를 보면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가 전 세계 DRAM 매출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소비자 14명과 PC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3개사가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의한 공급 제한이 셔먼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 제1조 등을 위반한다며 캘리포니아 북부 지구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기존형 DRAM 계약 가격은 2025년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71.8% 상승했고 2025년 4분기에 전분기 대비 50% 추가 상승, 2026년 1분기에 전분기 대비 93~98% 추가 상승했다. 소장에 따르면 기간별 계약 가격 상승률을 순차 반영하면 2024년 3분기 대비 상승률은 697%, 가격은 7.97배에 달했으며 일반 소비자용 DRAM 소매가격도 100~500% 상승했다고 원고 측은 주장하고 있다. 소장에서는 697% 가격 상승이 공급 확대를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라고 표현되어 있다.
원고 측이 공모의 시작으로 자리매김하는 시점은 DRAM이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던 2022년 하반기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10월 2023년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줄이는 방침을 발표했고 마이크론도 같은 해 11월에 DRAM과 낸드(NAND) 웨이퍼 투입량을 20% 삭감했다. 삼성은 당초 감산을 보류했으나, 2023년 4월 메모리 생산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소장이 문제 삼는 것 가운데 하나는 삼성 측 움직임이다. 삼성은 과거 시황 악화 시 생산과 투자를 유지하며 경쟁사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앗는 전략을 취해왔다. 2019년 불황 때도 감산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의 감산을 이용해 공세에 나서는 대신 스스로도 감산에 동참한 점이 종전과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2023~2024년이 되자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는 기존형 DRAM에서 HBM으로 생산 능력과 설비투자를 이전했다. HBM은 DRAM 다이 여러 장을 적층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인 메모리로 대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가속기에 사용된다.
HBM과 기존형 DRAM은 같은 공장 생산 능력을 사용한다. 마이크론 측 설명에 따르면 1비트분의 HBM을 만들려면 기존형 DRAM이라면 3비트분을 만들 수 있는 생산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해 HBM을 증산하면 그것만으로도 기존형 DRAM 공급량은 크게 줄어든다. 보도에선 AI 수요 급증과 한정된 생산 능력을 3사가 각각 독립적으로 동일한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편 2025년 4~6월에는 3사가 3개월 이내에 주력 DDR4 제품을 단계적으로 종료하는 방침을 잇달아 발표했다. 삼성은 2025년 12월 중순, 마이크론은 2026년 1분기, SK하이닉스는 2026년 4월까지 주요 출하를 종료할 계획으로, 원고 측은 제품 구성이나 고객이 다른 3사 종료 시기가 지나치게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기존형 DRAM 가격이 급등한 후 대만의 윈본드(Winbond)와 난야 테크놀로지(Nanya Technology), 중국의 CXMT 등 대형 3사 이외의 제조사는 생산을 확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생산 능력을 보유한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기존형 DRAM을 증산하지 않은 점도 원고 측이 단독으로는 이익이 되지 않는 행동 근거로 들고 있다.
2025년 12월 3일 마이크론은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메모리와 SSD를 판매하던 크루셜(Crucial) 브랜드 종료를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소비자 브랜드 종료를 AI에 의한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대응해 대규모 전략적 고객에 대한 공급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원고 측은 소비자용 메모리가 사상 최고가로 팔리는 상황이라면 경쟁하는 기업은 판매망을 폐지하는 게 아니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가 거래처에 대한 심사를 같은 시기에 엄격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GPU·서버 관련 기업 임원에 따르면 3사로부터 제품을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공급하는가, 필요한 수량은 얼마인가, 고객 수요는 실재하는가라는 동일한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 임원은 일부 구매자 과잉 발주나 재고 적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원고 측은 경쟁 관계에 있는 3사가 같은 시기에 같은 심사를 도입한 점을 공모의 징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가 기존형 DRAM 공급을 늘리지 않는 이유로 HBM 쪽이 더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되어 왔다. 하지만 올초에는 기존형 DRAM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역전되어 삼성과 마이크론은 기존형 DRAM 이익률이 HBM을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3사가 기존형 DRAM을 증산하지 않은 점에 대해, 소장은 통상적인 경쟁 행동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코넬대학교 로스쿨 리걸 인포메이션 인스티튜트(Legal Information Institute)에 따르면 경쟁 기업 행동을 관찰하면서 각 사가 독립적으로 같은 방침을 선택하는 의식적 병행 행위는 그것만으로는 위법이 아니다. 보도에선 AI용 메모리 수요가 동시에 급증한 점, 반도체 공장 신설에 수년이 걸리는 점, HBM 공급이 장기 계약으로 채워져 있는 점을 고려하면 3사가 연락이나 합의 없이 유사한 판단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 뒤 공모를 명시하는 증거는 현 시점에서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2016~2017년 DRAM 가격 상승 당시에도 가격 조작을 했다며 2021년 집단소송을 제기당한 바 있다. 또 이 소송과 같은 주장을 한 2018년 소송에서는 3사의 동시기 감산만으로는 공모를 추인하기 위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소를 기각한 지방법원 판단을 2022년에 제9순회 항소법원이 지지했다.
이번 소장은 2016~2018년 소송과 달리 삼성의 종래와 다른 방침 전환이나 수익성이 높아진 후에도 증산하지 않은 점 등도 3사건 합의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추가 요소로 들고 있다.
마이크론은 소장 내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자사는 적용 법률을 준수하면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고, 재판에서 다투겠다고 논평했다.
법원의 공개 기록에 따르면 아직 기업 정보 공개서 등이 제출된 단계이며 집단소송으로 인증될지, 청구가 기각되지 않고 증거 개시 절차로 진행될지는 미정이다. 2002년 제기된 과거 DRAM 반독점 소송에서는 최종 합의 승인까지 12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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