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캐피탈이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 창업자를 상대로 한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대법원 확정 승소를 받고도 채권 회수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4일 딜사이트 보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하진우 전 어반베이스 대표를 상대로 확정받은 채권 13억원을 집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 사실이라면 투자계약상 주식매수청구권, 이른바 풋옵션을 행사해 창업자 개인에게 주식 매수를 요구했고 대법원까지 이를 인정받았지만 실제 추심 단계에서 권리 행사를 접은 셈이다.
어반베이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2017년 11월. 신한캐피탈은 어반베이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 1,586주를 4억 9,984만원에 인수했다. 당시 대표이사이자 지분 41%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하 전 대표는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투자계약서에 직접 서명했다. 계약서 제28조는 회사에 해산·청산·파산·회생 또는 이에 준하는 절차가 개시되면 투자자가 회사 또는 대표이사 개인을 선택해 주식 매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매수 가격은 투자 원금에 연복리 15%를 가산한 금액이었다. 제29조는 지급 지체 시 별도 지연손해금을 연복리 15%로 물리도록 했다.
어반베이스는 2차원 도면을 3차원으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로 실내 공간정보·가상현실 플랫폼을 개발하며 한때 기업가치 4,000억원대까지 평가받았지만 투자 위축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지연으로 자본 잠식에 빠져 2024년 1월 회생절차가 개시되고 같은 해 7월 폐업했다.
신한캐피탈은 회생 개시를 풋옵션 행사 사유로 보고 하 전 대표 개인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법원은 2025년 7월 신한캐피탈 측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고, 조항 배제 합의가 있었다는 하 전 대표 측 주장은 근거로 제시된 텔레그램 대화 당사자와 취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항소심에서는 하 전 대표가 다른 투자사와 맺은 계약에 귀책 제한 문구가 있었던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이런 규정이 없는 이 사건 계약에서는 대표가 귀책 사유와 무관하게 대금 지급 의무를 지겠다는 의사로 계약한 것으로 봤다. 안전장치를 넣을 줄 알았다는 사실이 역으로 불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대법원은 2025년 4월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해 12억 5,205만원 지급 원심이 확정됐다. 이자를 포함한 실제 청구 규모는 13억원에 이르러 원금 5억원이 7년여 만에 2.5배로 불어났다.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보도에선 신한캐피탈이 방향을 튼 배경으로 주요 출자자(LP) 기류를 지목하고 있다.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창업자에게 사업 실패 책임을 개인적으로 부담하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하 전 대표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소식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신한캐피탈이 대법원에서 이기고도 추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보도 링크를 걸고 와이프는 기사를 보자마자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고 적었다. 이어 자신이 창업한 게 죄라는 생각에 그간의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다며 늦게라도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 한 신한캐피탈의 용단에 작은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사 사안을 겪고 있는 OGQ 신철호 대표를 언급하며 응원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 전 대표는 오는 9월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정부의 대국민 창업오디션에 지원한 상태다.
하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대법원 판결 이후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위로를 담은 답장을 받았으며 신한캐피탈 측도 벤처 투자를 지속하며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해당 계약이 9년 전 체결한 것이어서 현재 기준으로 보면 독소 조항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당장 채권 회수에 나서겠다는 건 아니며 아직 의사 결정을 한 상태가 아니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해당 보도에도 언급됐듯 신한캐피탈 측은 해당 소송과 폿옵션을 포기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문구가 나온다. 지주 쪽에 확인해본 결과 “개별 회사여서 입장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신한캐피탈 측이 밝힌 내용은 맞다”고 확인했다. 하 전 대표는 “신한캐피탈에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받은 건 없다”면서도 “후문으로 들으니 내부 정리가 안 됐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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