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대 벤처캐피탈 중 하나인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가 지난해 말 서울에 거점을 마련한 데 이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박성모 a16z 크립토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28일 부산에서 열린 스타트업생태계컨퍼런스 2026에 참석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그는 “AI가 글로벌과의 간극을 좁혀놓은 지금이야말로 한국 창업자들이 치고 나갈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괄은 “5년 전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의 개발자 50명짜리 조직이 만들어내는 개발 밀도와 속도를 한국에서 따라가기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서울의 3인 팀도 AI 툴을 활용해 불과 3년 전 샌프란시스코 20인 팀이 달려들어야 했던 수준의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 반복 매출(ARR) 1억 달러를 달성하는 데 이제는 2년도 걸리지 않는 시대가 됐고 한국처럼 우수한 인재 풀을 가진 환경에서는 1~2년 만에 글로벌 플레이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건 자본과 정보 네트워크의 비대칭성”이라며 “a16z 같은 글로벌 VC가 그 부분을 메워줄 수 있다”고 밝혔다.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마크 안드리센과 벤 호로위츠가 2009년 설립한 펀드로 현재 운용자산(AUM)은 약 90억 달러(135조 원)에 달한다. 누적 투자 건수는 2,000건, 임직원은 500여 명이며 오피스는 맨해튼, 캘리포니아 2곳, 워싱턴 DC에 이어 서울을 다섯 번째 거점으로 두고 있다. 박 총괄은 “아시아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려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성과도 놀랍다. a16z는 설립 이래 390억 달러의 유동성을 창출했고 LP에게 돌려준 금액만 270억 달러로 단일 VC 기준 이례적인 규모다. 북미 VC 중 지난 10년간 유니콘 배출 건수 1위이며 시리즈B까지 리딩한 투자 중 41건이 기업 가치 5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민간 기업 매출의 약 3%가 a16z 포트폴리오사에서 나온다.
박 총괄은 “a16z는 단순히 돈을 넣는 VC가 아니다”라며 “핵심 투자 철학은 아이템이 아니라 창업자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결정 이후에는 오히려 창업자에게 자신들을 역피칭하는 방식이 a16z만의 전통이다. 여러 부서 팀 헤드가 직접 나와 “우리와 함께하면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캐피탈 네트워크를 통한 후속 거래는 180억 달러, 인재 채용 연결은 2,100건 이상 비즈니스 기회 연결은 7,000건 이상에 달한다. 또 내부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추적하는 지표는 재무 수익률이 아닌 창업자 만족도다. 창업자가 투자를 받은 뒤 얼마나 만족했는지 그리고 그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들에게 얼마나 좋은 레퍼럴을 주는지를 정성적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창업자들이 a16z의 투자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총괄은 두 가지 경로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a16z가 운영하는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스피드런(Speedrun)이다. 와이콤비네이터(YC)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는 섹터 구분 없이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다. 한 번에 75개 팀을 선발해 두 달간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생활하며 인큐베이션을 진행하고 마지막 데모데이에서는 투자 유치까지 지원한다.
두 번째는 내부 레퍼럴을 통한 경로다. 박 총괄은 “이미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a16z 직원과의 접점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16z 투자팀은 일주일에 100건이 넘는 딜을 받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의 레퍼럴이 있어야 해당 딜에 플래그가 달리고 실제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박 총괄은 “내가 입사 이후 받은 딜 약 50건 중 10건 정도를 투자팀에 전달했고 그중 8건은 피칭 콜까지 진행됐다”며 “내부 레퍼럴이 있으면 검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만큼 어떻게든 접점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 총괄은 “한국 창업자들이 잘 돼야 한국 VC가 잘 되고 국력이 커진다”며 “AI가 간극을 좁혀놓은 지금 최대한 빠르게 글로벌로 치고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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