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류의 조별 과제입니다. 한국이 미국, 중국과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 조장 역할을 해야 합니다.”
11일 서울 강남 씨스퀘어에서 열린 AXIS 2026 인공지능(AI) 서밋 첫 번째 패널토론에서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글로벌 시대 AI 경쟁을 이렇게 정의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최한 행사 첫 세션으로 진행된 AI 생태계 세션에는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 박영선 서강대 서강멘토링센터장(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해민 국회의원,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패널로 참석해 한국 AI의 나아갈 방향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이날 토론의 출발점은 최근 연이은 젠슨 황의 방한이었다. 류중희 대표는 “젠슨 황이 타이베이 GTC를 진행하는 중에도 한국인 기업인들만 모인 자리에 가서 술을 드셨다”며 “타이완 언론에서 욕도 많이 먹었는데 그걸 하셨다. 이건 찐으로 좋아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그분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인류의 조별 과제를 하는 데 조원으로서 대한민국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이해민 의원은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구글 프로덕트 리드를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젠슨 황이 찐으로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시간당 몸값 계산을 하면 그냥 좋아서 오는 케이스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은 젠슨 황의 방한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HBM 등 칩 생산에 필요한 재료를 가진 SK하이닉스 등 공급망 관리, 또 하나는 수요 창출”이라며 “성장이 둔화되거나 예측치가 불투명해질 때 주가가 내려가기 때문에 끊임없는 수요 창출이 경영진의 핵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시각차는 국가의 역할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류중희 대표는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의 여러 프로젝트가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국가 주도 산업 성장의 망령을 벗어던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은 저를 포함해서 국가를 선택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일 필요가 없다. 그냥 인간인 것”이라며 개인과 기업이 이미 국가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시대임을 강조했다.
그는 “리얼월드의 모회사는 이미 미국 법인”이라며 “저도 영어가 한국말보다 편하지 않지만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그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자본시장만으로는 미국의 파운데이션 모델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자본시장과 연결되는 길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엔비디아가 이렇게까지 한국에 구애를 하면 이 정도면 한국의 동맹국이라고 생각하고 전폭 지원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며 소버린AI 개념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센터장은 정부 편에 섰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딥엑스, 모빌린트 등 국내 NPU 팹리스 기업 약 10곳에 각 2억 원씩 시드 머니를 지원했던 경험을 꺼냈다. “그 2억 원이 어떤 회사는 3000억이 되기도 하고 1조 원이 되기도 했다”고 회고하며 국가의 초기 투자가 생태계를 만들어냈음을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엔비디아 종속에 대한 우려는 전했다. 그는 “엄밀히 말하면 대한민국은 AI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 AI 시대를 설계할 수 있는 전체적인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며 “K-온톨로지 프로젝트를 통해 국방, 의료, 제조 등 보안이 필요한 국가 데이터를 온톨로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버린 AI, 버티컬 AI를 구축해야 한다”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이해민 의원은 두 사람의 중간 지점에서 의견을 전했다. 이 의원은 “소버린 AI의 정의, AI 3강의 정의가 도대체 무엇인지부터 명확해야 한다. 정의를 말할 때는 측정 가능한 매트릭을 말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정의”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세 곳에서 인정받는 모델 개수가 늘어나면 AI 3강인지” 같은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수요 창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산업에서 시장이 준비된 뒤에 국산을 쓰라고 하면 안 된다. 지금 정부가 AI 3강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수요 창출”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미국에서 같이 일했던 엔지니어들은 코딩할 때 기본으로 1억 명 정도를 깔고 시작하는데 한국 엔지니어들은 기본이 5000만 명으로 캡이 씌워져 있다”며 “AI 3강도 한국 안에서 3등이 아니라 전 세계 탑 3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통과된 AI 데이터센터법에 대해선 “솔직히 반쪽짜리지만 반쪽이라도 통과돼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가 AI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류중희 대표는 “정부 계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진짜 70년대 80년대 발상을 하신다. 우리는 추격자고 중국과 미국을 따라잡아야 된다는 것인데 지금 대한민국의 위상은 중국과 미국이 바보짓 하는 걸 가르쳐줘야 되는 위상”이라고 직격했다. 이해민 의원도 “전 세계 관점에서 우리나라를 보지 않으면 망한다. AI 서비스는 시작부터 글로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는 정책 논쟁 대신 10년간 사업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공유했다. 서울로보틱스는 2019년 BMW 공장에 피지컬 AI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혼다 등 일본 완성차 기업까지 고객사로 확보한 국내 1세대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자율주행 스타트업의 90%가 사라졌고 저희는 그분들이 못 한 프로젝트를 이어받고 있다”며 생존 경쟁의 냉혹한 현실을 전했다.
이 대표는 정부의 분산 투자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자율주행에 몇 조의 돈을 뿌렸는데 90%까지는 만들고 끝났다. 너무 자잘하게 뿌리지 않았나”라며 되물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AI 시대에 메모리 하나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것처럼 자율주행,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몇 군데를 골라 집중적으로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여주기식 소액 지원이 아닌 제품화까지 가기 위한 수백억 수천억 규모 집중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AXIS 서밋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개최한 첫 행사로 AXIS라는 이름은 AI 전환의 중심축(軸)이 기관, 정부에서 스타트업 현장으로 이동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AX IS here(AI 전환은 이미 와 있다)이라는 선언과 함께, AI 최전선에 선 스타트업이 직접 담론을 재정의하겠다는 설명이다.

행사는 3개 세선으로 진행돼 AI 전환 세션에는 방글아 본에이아이 대외협력총괄,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 대표, 서영규 엘리스그룹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가 나서 공공 AX vs 산업 AX, 대한민국 AX의 출발점은 어디가 되어야 하는가를 두고 토론을 진행했으며 글로벌 진출을 다룬 글로벌 AI 세션에는 이경훈 채널코퍼레이션 최고AI책임자(CAIO), 오혜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나서 미·중과는 다른 ‘제3의 AI 리더십’과 일본 등 현지 시장 진출 전략, 글로벌 표준 선점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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