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스(Zeiss)가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사업부 첫 글로벌 혁신 거점인 자이스 반도체 이노베이션 센터(ZEISS Semiconductor Korean Innovation Center, ZSKIC) 지난 7월 9일 문을 열었다. 서플러스 글로벌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내에 둥지를 튼 이곳 규모는 350m2. 국내 반도체 고객사 양산이나 첨단 패키징 공정을 현지에서 직접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렇다면 자이스는 왜 용인에 왔을까. 프랑크 로문트(Frank Rohmund) 자이스 반도체사업부 대표는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이 AI 슈퍼 사이클의 원동력인 데다 최근 호남이 새로 추가됐지만 용인이 반도체 클러스터로 선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날 행사에 참여한 미하엘 헨쉘(Michael Hentschel) 자이스 SMT 첨단 패키징 사업부 부서장 역시 “첨단 패키징은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라면서 “앞으로 첨단 패키징이 반도체 성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기존 미세화 공정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이스 입장에서 용인 센터는 “핵심 솔루션 장비를 가장 중요한 생태계 중 하나인 한국 시장과 고객에게 본격적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첨단 패키징이라는 건 여러 다이를 한 패키지 안에서 더 밀도 있게 연결하는 후공정 기술이다. AI 칩 성능을 소자 크기만 줄여서 높이는 게 아니라 여러 다이를 3D로 적층하면 대역폭과 병렬 처리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경쟁력을 갖춘 HBM 역시 여러 다이를 수직으로 쌓아서 집적도와 성능을 높이는 만큼 이런 후공정 기술은 직접적인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미하엘 헨쉘 부서장은 용인 센터가 현지에 장비를 갖춰 한국 고객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독일 본사 R&D 역량을 더할 수 있는 데다 빠른 피드백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슈퍼사이클에 시장이 존재하는 곳. 이 정도면 용인에 온 이유는 명확하다.

◇ 다시 센터를 살펴보기 전에 시계를 조금 되돌려 보자. 자이스는 사실 속된 말로 올해로 180살 노땅이다. 1846년 광학 현미경을 생산하는 작은 공방으로 시작했지만 2020년대 S&P 500 기업 평균 수명이 15∼20년에 불과할 만큼 격렬한 변화에서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다.
자이스는 안경과 카메라 렌즈 등 소비자 시장 부문, 스마트 라식 등으로 대표되는 메디컬 테크놀로지, 계측 장비를 비롯한 산업 통제 및 연구 부문, 그리고 반도체 제조 기술 그러니까 SMT(Semiconductor Manufacturing Technologies) 4개 부문으로 나뉜다. 이들 부문은 전 세계 50개국 100여 개 거점을 통해 4만 7,000여 직원이 지탱한다. AI 반도체 붐을 생각하면 당연하겠지만 SMT가 자이스 4개 부문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들 부문은 자이스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ZSKIC는 이런 자이스 내 SMT 부문에 속한다. 카롤리네 피그돈(Caroline Piegdon) 자이스 반도체 팹 솔루션 부문장은 핵심 시스템으로 초고속 스캐닝을 통해 반도체나 뇌 연구 같은 학계에서도 활용 가능한 다중 전자빔 주사전자현미경인 멀티셈(MultiSEM), 반도체 전공정에서 쓰이는 3D 계측‧결함 분석 장비인 FIB-SEM, 첨단 패키징 공정에 활용하는 3D 엑스레이 장비로 센터에 처음으로 인도된 시스템이기도 한 NLX 100, 3D 집적‧웨이퍼 레벨 패키징 공정에서 문제가 되는 웨이퍼 벤딩 그러니까 휘어짐 현상을 보정해주는 웨이퍼 형상 제어 시스템인 Dune 100 4가지를 소개했다. 그녀는 이 가운데 Dune 100은 “업계에서 완전히 처음 소개되는 신기술로 아직 경쟁 제품이 없는 독점적 장비”라고 강조했다. Dune 100은 NLX 100에 이어 2번째로 설치가 완료된 상태다.

미하엘 헨쉘 부서장이 자세히 덧붙인 설명을 다시 빌리면 NLX 100은 TSV(Through Silicon Via) 그러니까 웨이퍼를 수직으로 관통해서 만든 미세 구멍에 금속을 채워서 칩 위아래를 연결하는 수직 배선 기술과 마이크로 범프(Micro bump), 반도체 다이와기판 또는 칩과 칩을 연결하는 아주 작은 금속 돌기 내부 결함을 시각적으로 검출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인 센터에선 이미 고객과 워크플로 개선, 맞춤형 로드맵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업계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Hybrid copper bonding) 그러니까 범프 같은 중간 매개체 없이 칩 표면 구리 패드까리 직접 접합하는 패키징 기술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Dune 100의 경우 리소그래피 공정에서 메탈 레이어를 적용할 때 흔히 발생하는 웨이퍼 휘어짐 현상을 보정해 수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장비는 최대 700마이크론(µm) 깊이 휘어짐까지 보정해서 웨이퍼를 다시 평평하게 만든다. 이렇게 하면 휘어짐 탓에 공정에서 발생하는 수율 손실이나 오류를 막을 수 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왜곡을 줄어주는 역할은 하는 건 물론이다. 미하엘 헨쉘 부서장은 이 제품이 소모품이 필요 없고 한 번에 처리되는 원스텝 툴인 덕에 빠르다는 걸 장점으로 꼽았다. 용인 센터에는 이들 2개 장비 외에 차세대 포토마스크 결함 수리 장비인 MeRiT AE가 함께 설치된다.

자이스 측은 용인 센터를 위해 5개년 계획을 갖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회사 측이 계획 중인 장기 로드맵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프랑크 로문트 대표는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 공정으로 가려 할 때 가장 큰 기술적 문제가 방사선량 등이 될 수 있지만 이를 낮추는 게 자사 주요 로드맵 가운데 하나”이며 “해상도를 높이는 것도 주요 로드맵”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사선량과 해상도라는 장기적 방향성 외에 계측 장비 뿐 아니라 자이스 인스펙트 같은 뛰어난 AI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한국 고객사에게 신뢰받는 장기적인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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