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13일 서울 홍대 SVC Seoul에서 열린 벤처파크 행사에서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이자 UC버클리 하스 MBA 페컬티로 활동하고 있는 샘 하 파트너는 실리콘밸리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 이렇게 조언하며 미국 스타트업과 투자 생태계의 사고방식과 창업 전략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는 SVC Seoul 입주기업을 비롯해 투자사, 외국인 창업자, 스타트업 지원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해 실리콘밸리에서 실제로 통용되는 커뮤니케이션과 시장 검증 방식을 직접 경험했다.
하 파트너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개인적 연결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누군가를 만나자마자 자신의 회사와 제품을 설명하거나 투자 이야기를 꺼내기보다 먼저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순한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의 대화가 아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대방이 창업자라는 사람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신뢰가 형성되고 이후 더 깊은 비즈니스 대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업무와 개인적인 대화를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며 “회의에서는 사업 이야기만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사적인 영역으로 남겨두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경계는 조금 다르다. 업무적인 이야기냐 개인적인 이야기냐가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냐 사적인 이야기냐에 가깝다. 업무 공간에서도 개인적인 경험이나 가족, 관심사, 성장 배경 등 자신을 설명하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다. 반면 상대방이 불편해할 수 있는 지나치게 사적인 영역은 선을 넘지 않는다.
하 파트너는 이러한 개인적 연결이 결국 판매와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야 고객에게 제품을 팔고 투자자에게 회사를 설명하고 인재에게 합류를 설득하는 과정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행사는 샘하 파트너의 강연과 함께 참가자 자기소개, 게임, 롤플레이, 네트워킹 등을 결합한 워크숍 형태로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입주기업 밀레니얼웍스 송유상 대표는 글로벌 투자 유치를 준비하며 행사에 참석했다. 밀레니얼웍스는 AI 테마파크를 집 앞에서 경험할 수 있는 SaaS 플랫폼을 개발한다. 디즈니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 대만,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송 대표는 SVC 프로그램이 해외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실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기관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사를 만나면 한 번 걸러졌다고 생각하시기도 하고 특히 외국 회사는 더 신중하게 들어주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VC에서 진행한 외국 투자자 대상 IR 행사에서 수상, 이후 해당 기사를 본 다른 투자사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홍대 사무실 입주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른 기관의 입주 공간에 비해 비용이 높은 편이지만 홍대라는 입지를 고려하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송 대표는 “홍대 AK플라자 같은 곳에서 팝업을 열려면 수천만 원이 드는데, SVC는 1층에서 팝업 스토어 기회를 제공해준다”며 “뷰티, IP, K-컬처 기업들을 선발해 같은 업종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김준 겁쟁이 사자들 대표 역시 SVC 프로그램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SVC 멤버십에서 시작해 입주사로 전환한 기업으로 충남 지역에서 AI 데이터 분석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현재는 NFC 기반 스마트 명함을 활용한 B2C 인맥 관리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가 개발하는 서비스는 명함을 교환하는 순간부터 대화가 자동으로 녹음·요약되고, 특정 인물과의 공통 연결고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인사이트 기능 등을 제공한다. 명리학과 AI를 결합한 ‘궁합 분석’ 기능도 차별화 요소다.
김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투자문화 차이에 대한 설명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과거 매출이나 학력 같은 정량적 지표를 중시하는 반면 실리콘밸리는 창업가의 비전과 미래 가능성을 본다는 얘기가 와닿았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오픈한 SVC Seoul은 국내 ㅚ대 규모 스타트업 허브로 서울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현재 44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2인실부터 10인실 이상까지 다양한 규모의 사무공간을 제공하고있다. 입주사와 멤버십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IR, 창업 단계별 교육·컨설팅, 커뮤니티 및 네트워킹,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특히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은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별도의 선정 과정을 거쳐 실리콘밸리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집중 지원한다.
임희선 SVC Seoul 글로벌팀 팀장은 “프로그램 기획 과정에서 입주 기업과의 1대1 소통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사들의 실제 수요를 파악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입주사 대상 IR을 비롯해 외부인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정기 행사와 워크숍을 운영하며 투자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날 열린 벤처파크도 그 일환이다.
공간과 프로그램을 결합한 지원도 이뤄진다. 임 팀장은 “민간 코워킹스페이스 같은 곳과 비교해보면 공간 사용료가 비슷한데 저희는 지원금도 있고 오픈이노베이션 사업 참여 기업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며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 지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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