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자본의 우위로 싸우기보다 학습 속도의 우위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수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 대표가 된 김재중 인코드(iNKODE) 대표는 2일 상암 큐브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뮤콘(MU:CON)에서 ‘슈퍼스타에서 신생태계 설계자로: 글로벌 디깅 시대 인코드가 증명하는 K-뮤직 다변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중소 엔터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와 다른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운영 전략을 소개했다.
그가 중소 엔터테인먼트사의 글로벌 생존 전략으로 꼽은 것은 막대한 자본도 거대한 조직도 아닌 바로 속도다. 처음부터 큰돈을 투자해 성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작게 테스트하고 빠르게 배우고 가능성이 확인된 곳에만 투자하는 전략을 반복한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유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영역으로 의사결정의 속도를 꼽았다. 조직이 작기 때문에 콘텐츠를 테스트하고 반응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다는 것. 인코드는 실제로 콘텐츠와 시장을 계속 테스트한다. 김 대표는 “저희는 콘텐츠를 테스트하고 반응을 확인하고 수정하고 무한대로 계속 테스트하고 있다”며 “꼭 필요하다면 시장도 바꾸고 음악도 바꾸고 콘텐츠의 방식도 바꾼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학습 루프를 최대한 빠르게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속도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 이상으로 실패를 빠르게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능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 그는 “중소기업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계속 쓰는 것”이라며 “반응이 없으면 수정하고 멈추면 된다. 반응이 있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싸게 실패하고, 빨리 재도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철학은 인코드의 모든 사업에 적용된다. 처음부터 해외 대형 공연이나 대규모 마케팅에 투자하는 대신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국가와 도시별 반응을 먼저 확인하고 실제 반응이 나타난 시장에서는 300명, 500명, 1000명 규모의 공연과 이벤트를 통해 온라인 관심이 실제 티켓 구매와 소비로 이어지는지를 다시 검증한다.
김 대표는 “처음 단계에서는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시장의 신호를 찾아야 한다”며 시장 반응이 확인된 이후에야 다음 단계로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진출할 전략을 설계하고 테스트한 뒤 검증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 언제든 다시 테스트 단계로 돌아간다.
특히 자본이 제한적인 중소 엔터에게 잘못된 전략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 작은 실험을 통해 실패 비용을 낮추고 실패했다면 빠르게 중단한 뒤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빠른 실험 방식은 해외 시장을 선택하는 전략에도 적용된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국가로 보면 진다. 도시와 조건으로 봐야 한다”며 미국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이 가장 많은 도시가 반드시 가장 좋은 시장은 아니다. 경쟁 공연이 적고 공연 비용이 낮으며 팬들의 구매력과 재방문 가능성이 높은 도시라면 팬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더 먼저 진출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 역시 속도의 전략이다. 가장 큰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신 가장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성공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장을 먼저 찾는 것이다.
빠른 실험을 위해서는 조직 역시 가벼워야 한다. 김 대표는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모든 기능을 직접 구축하려 하면 시장을 검증하기도 전에 자본이 소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코드의 원칙은 IP는 우리가 소유하고, 인프라는 파트너와 공유한다로 정리된다. 아티스트 IP와 음악, 콘텐츠, 브랜드, 팬과의 관계는 회사가 직접 확보하되 해외 유통과 공연, 홍보, 커머스 등은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중소 콘텐츠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정부 역할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적은 비용으로 실험하고 실패를 빠르게 확인한 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정부가 만들어 주길 바란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해외 현지 프로모터와 크리에이터, 홍보·공연·유통사 등 검증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중소 콘텐츠 기업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인프라 풀 구축을 제안했다. 기업마다 해외 네트워크를 처음부터 구축하는 대신 이미 검증된 현지 파트너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원 방식 역시 처음부터 큰돈을 투입하기보다 작은 규모의 테스트부터 시작해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가능성이 검증된 경우에만 다음 단계 투자를 이어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끝으로 김 대표는 “정부가 모든 기업을 성공시킬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정부의 역할은 성공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실패하고 그 실패에서 배우고 더 빨리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6년 글로벌 뮤직 페어 ‘뮤콘(MU:CON) 2026은 9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상암 큐브컨벤션센터와 용산어린이정원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뮤콘은 글로벌 음악산업계 네트워크 구축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 간 교류 활성화를 통해 국내외 뮤지션과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아시아 최대 글로벌 뮤직 마켓으로 K팝 유망주 및 다양한 장르의 국내 뮤지션들이 만드는 글로벌 뮤직 쇼케이스, 음악 및 엔터 산업계 전문가들의 오픈세션 및 워크숍, 국내외 음악·엔터 기업 및 뮤지션들이 참가하는 비즈니스 미팅 등 음악 관련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다양한 행사로 구성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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