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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A 전, CMO·CTO 없이도 전문성을 확보하는 법

임태은 플렉스웍 대표 by 임태은 플렉스웍 대표
2026년 10월 8일
in news
Reading Time: 3 mins read

“아직 CMO를 뽑을 단계는 아닌데, 마케팅 전략은 필요하다”

제품은 준비됐는데 시장에 어떻게 진입할지 막막하다. 개발팀은 있지만 기술 방향을 함께 판단할 사람이 없다.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재무 모델도 정리해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문제가 한꺼번에 찾아온다.

필요한 전문성은 분명하지만, 모든 분야의 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비용도 문제지만, 그 역할이 지금부터 상시로 필요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고민이다.

창업자는 흔히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한다.

직접 공부하며 해결할 것인가, 경험 있는 임원을 채용할 것인가. 전자는 창업자의 시간과 시행착오를 요구하고, 후자는 검증되지 않은 역할에 고정비를 먼저 투입하게 할 수 있다.

그 사이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Fractional Talent다. 외부 전문가가 업무 시간의 일부를 회사에 배정해, 합의한 범위의 역할과 책임을 맡는 방식이다. 특히 Fractional CMO나 CTO는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정 기간 팀의 의사결정과 실행에 참여할 수 있다.

Fractional CMO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보다 역할이다

Fractional CMO를 단순히 주 1~2일 일하는 마케터로 이해하면 핵심을 놓치기 쉽다. 중요한 것은 근무일 수보다 어떤 판단을 맡기고, 어디까지 책임지게 할 것인가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광고 집행에 앞서 정리해야 할 질문이 있다. 어떤 시장을 공략할 것인지, 누구를 고객으로 삼을 것인지, 어떤 메시지로 제품의 가치를 전달할 것인지다.

Fractional CMO는 이런 질문을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계획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 우선 공략할 고객 세그먼트 정의
  • 포지셔닝과 핵심 메시지 수립
  • 초기 고객 획득 전략과 검증 계획 설계
  • 마케팅 채널과 예산의 우선순위 설정
  • 내부 마케팅 담당자의 채용 기준과 역할 설계

이 과제들은 회사의 성장 방향을 좌우한다. 다만 지금 당장 풀타임 CMO를 채용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판단의 범위와 업무량에 맞춰 전문가의 참여 방식을 설계할 수 있다.

Fractional CTO도 마찬가지다. 개발을 대신하는 것에 더해 기술 아키텍처를 검토하고, 개발 우선순위와 기술 부채의 대응 순서를 정하며, 내부에 어떤 기술 역량을 갖춰야 할지 판단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단, 핵심 기술의 맥락과 지식이 내부 팀에 쌓이도록 협업 구조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 전문성은 직함보다 의사결정에서 드러난다=초기 스타트업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조직도에 CMO라는 자리가 있는지가 아니다.

그 역할에 필요한 의사결정이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지고, 실행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음 질문은 회사 규모가 작을 때부터 답해야 한다.

  • “우리는 누구를 첫 고객으로 삼을 것인가?”
  • “어떤 채널부터 검증할 것인가?”
  • “제한된 마케팅 예산을 어디에 배분할 것인가?”
  • “앞으로 6개월 안에 어떤 마케팅 역량을 내부에 확보할 것인가?”

이 질문을 풀타임 임원이 맡을 수도 있고, 창업자와 내부 담당자가 외부 전문가와 함께 해결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답을 내리는 데서 끝내지 않고, 누가 실행하고 어떤 기준으로 결과를 평가할지까지 정하는 것이다.

여러 기업과 산업을 경험한 전문가는 내부 팀이 놓친 가정이나 익숙하게 받아들인 방식을 짚어줄 수 있다. 다만 그 경험이 우리 회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 단계와 고객, 제품의 맥락을 이해하고 함께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채용의 기준을 ‘임원 수’에서 ‘사업 검증’으로=투자 유치를 준비할 때도 임원 채용 자체를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다. 팀이 필요한 역량을 갖췄는지, 제한된 자본으로 사업을 얼마나 진전시키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Fractional Talent는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외부 전문가를 활용한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비용에 비해 어떤 판단과 실행이 개선됐는지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투자금을 받은 두 스타트업을 가정해 보자.

A사는 CMO와 CTO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B사는 내부 실행팀을 중심으로 운영하되, Fractional CMO와 CTO에게 필요한 전략과 기술 판단을 맡긴다.

어느 방식이 더 나은지는 회사의 과제와 업무량에 달려 있다.

B사는 역할이 아직 상시 업무로 자리 잡기 전이라면 고정비 증가를 줄이면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반복되는 업무와 필요한 역량을 확인한 뒤 정규직 채용의 범위를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매일 긴밀한 조율과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면 A사의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에게 설명할 내용은 단순한 인건비 절감이 아니다. 어떤 역량을 외부에서 확보하고, 어떤 역량을 내부에 축적하며, 그 조합으로 무엇을 검증했는지다.

핵심 제품 개발이나 지속적인 고객 관계처럼 맥락과 지식이 내부에 쌓여야 하는 업무는 내부 팀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외부 전문가에게 전략을 맡기더라도 최종 의사결정과 실행을 연결할 내부 책임자는 필요하다.

반면 초기 전략 수립, 시스템 설계, 특정 성장 과제처럼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아직 풀타임 업무량은 아닌 영역이라면 Fractional Talent를 검토할 만하다. 핵심은 저렴한 임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 단계에 맞는 역할을 설계하는 데 있다.

◇ 전문가를 찾기 전에 정해야 할 네 가지=Fractional Talent의 효과는 전문가의 경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회사가 문제와 협업 방식을 얼마나 명확히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첫째, 해결할 문제와 결과물을 구체화해야 한다.

“마케팅을 도와주세요”보다 “우선 공략할 B2B 고객군을 정의하고, 고객 획득 가설을 검증할 90일 실행 계획을 만들어주세요”가 낫다. 무엇을 완료하면 성과로 볼 것인지도 함께 합의해야 한다.

둘째, 의사결정 권한과 실행 책임을 정해야 한다.

전략을 제안하는 데까지 맡길지, 내부 팀과 실행을 이끌게 할지 구분해야 한다. 예산 승인, 우선순위 변경, 내부 담당자와의 협업 방식도 정해두면 조언과 실행 사이의 공백을 줄일 수 있다.

셋째, 회사에 남길 지식과 결과물을 정의해야 한다.

전략 문서뿐 아니라 고객 가설, 실험 결과, 운영 프로세스, 의사결정 기준을 내부 팀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의 참여가 끝났을 때 팀이 같은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풀어야 한다면 전문성이 충분히 이전되지 않은 것이다.

넷째, 정규직 채용을 검토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관련 업무가 매일 발생하는지, 판단과 실행의 속도가 외부 전문가의 참여 시간을 넘어서는지, 내부 인력만으로 조율하기 어려워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Fractional Talent와 일하며 확인한 역할과 역량은 이후 채용 기준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초기 스타트업의 전문성은 역량을 조합하는 데서 나온다=시드 단계에서 모든 전문성을 내부에 갖추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전문성이 필요한 순간마다 임원을 채용할 수는 없다.

창업자가 해야 할 일은 지금 필요한 판단을 구분하고, 그 판단을 맡을 사람과 실행할 팀을 연결하는 것이다.

어떤 역량은 내부에 쌓아야 하고, 어떤 역량은 외부 전문가와 함께 확보할 수 있다. 이 경계는 회사가 성장하고 업무가 늘어날 때마다 다시 점검해야 한다.

Fractional Talent는 그 경계를 탐색하는 방법이다. 필요한 전문성을 제때 확보하고, 실행을 통해 역할을 검증하며, 다음 채용을 더 정확하게 준비할 수 있다. 시리즈 A를 앞둔 스타트업이라면 채용할 임원의 직함에 앞서 지금 해결해야 할 의사결정부터 살펴볼 만하다.

다음 편에서는 필요한 역량을 조합하는 관점을 한 단계 더 확장해 본다.

[초기 채용의 함정] “일단 사람부터 뽑자”가 런웨이를 갉아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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