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격투 게임 축제 EVO 인수한 사우디, 스포츠워싱 비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프로젝트인 키디야(Qiddiya)가 세계 최대 규모 격투게임 대회인 EVO 운영기업을 완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근래 e스포츠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를 새로운 국가사업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보도에선 사우디아라비아의 스포츠워싱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VO는 2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격투게임 이벤트로 예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것 외에도 프랑스와 일본 등 지역 대회도 개최되고 있다. EVO 회장에는 매년 전 세계 강호가 모인다.

그런 EVO 2020년도 대회는 같은 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받아 온라인 형식으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EVO 운영 상층부 불상사로 인해 중지됐다. 이벤트 취소로 자금 운용이 어려워진 것으로 여겨졌지만 그 후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와 매니지먼트 기업 RTS가 EVO를 인수했다.

지난 8월 22일 SIE는 EVO 주식 지분을 인도 게임 기업인 노드윈게이밍(NODWIN Gaming)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2028년까지 글로벌 스폰서로 관여하지만 EVO 운영은 노드윈게이밍과 RTS에 승계되게 됐다.

같은 해 9월 2일 키디야 최고전략책임자인 무한나드 알다우드가 링크드인에서 키디야가 RTS를 완전 인수했다고 밝혔다. 알다우드가 가장 중요한 건 이번 인수로 키디야가 세계 최대 격투게임 이벤트인 EVO의 지속적인 성장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대로 키디야는 향후 EVO 운영에 직접 관여하게 된다.

키디야는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가 수립한 정부개발프로그램인 사우디 비전 2030(Saudi Vision 2030)으로 기획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사우디아라비아에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복합도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 운영조직은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펀드(PIF) 지원을 받고 있다.

살만 왕세자는 게임·애니메이션 애호가로 알려져 있으며 2022년에는 아랑전설, 용호의 권,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로 알려진 게임메이커 SNK 주식 96%를 취득했다. 또 닌텐도, 캡콤, 코에이테크모 등 내로라하는 게임메이커 주식도 대량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키디야는 2024년부터 e스포츠 세계대회인 EWC(e-Sports World Cup)를 개최했다. e스포츠 역사상 최대 상금 규모가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예를 들어 2025년 아랑전설 City of the Wolves 부문에서 우승한 GO1 선수는 상금 30만 달러를 획득했다.

이렇게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적인 e스포츠 열기에 크게 관여하는 것에 대해 보도에선 이번 인수는 스트리트 파이터 6, 철권 8 같은 격투게임 최고 이벤트인 EVO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스포츠워싱 표적이 되는 걸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e스포츠, 축구, F1, 골프 등에 거액의 오일머니를 투입해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국가가 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지만 전통적으로 여성 권리가 대폭 제한되어 있는 것이나 절대군주제에 의한 실질적인 독재정치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전 세계로부터 비판이 모이고 있다.

Another big step for 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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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DWIN Gaming (@NodwinGaming) August 22, 2025

그 중에서도 키디야를 추진하는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비판한 저널리스트를 암살하도록 명령했다는 의혹이 있다. 또 EWC를 홍보하는 다큐멘터리가 2025년 1월 공개됐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배급된 버전에서는 LGBTQ+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선수 발언이 삭제되어 있었던 것도 화제가 됐다. 이런 문제를 받아 일부 프로게이머 선수는 EWC가 인권 문제로부터 눈을 돌리기 위한 스포츠워싱에 지나지 않는다며 항의 의미를 담아 EWC 참가를 취소한다고 표명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투자펀드는 EVO 내 한 주주에 지나지 않으며 오너십 변경이 향후 EVO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명하다. 보도에선 최소한 사우디아라비아가 EVO 연간 토너먼트 개최국 목록에 추가되게 될 것이라며 프로플레이어 반응도 아직 불투명하다고 언급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