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판 실리콘밸리…출생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자녀 11명을 둔 아버지인 일론 머스크를 필두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출산 장려주의인 프로나탈리즘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도체 제조 거점으로 주목받는 대만은 오랫동안 세계 최저 수준 출생률에 시달려왔지만 최근에는 대만판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지역에서만 출생률이 상승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대만에서 출생률이 상승하고 있는 곳은 TSMC와 미디어텍, UMC 등 약 600개의 테크놀로지 기업이 집중된 신주사이언스파크(Hsinchu Science Park. HSP) 뿐이다. 대만판 실리콘밸리라고도 불리는 HSP에서 제조되는 반도체는 스마트폰부터 AI까지 모든 분야에서 필수적이 되고 있다.

대만 전체 합계특수출생률 그러니까 여성 1명이 낳는 자녀 수 지표는 2024년 기준 0.89명이었다. 이에 반해 HSP에서는 최근 합계특수출생률이 1 전후를 유지하고 있으며, 산후조리원은 예약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젊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찾아 HSP로 이주하고 있으며 2024년 동 지역 인구는 17만 7,000명을 넘어섰다. HSP의 젊은 인재 유입과 고용기회 증가 조합은 인구학자 사이에서 HSP 효과라고 불리고 있다.

한 인구학자는 HSP 출생률 상승에 대해 출산 적령기에 있는 고학력 젊은이가 유입되고 있는 게 이유라며 그들은 안정적인 고소득을 얻고 있으며 가족을 꾸릴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2024년 기준 미국 출생률은 사상 최저인 1.6까지 떨어졌으며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출생률은 2019년과 비교해 19%나 감소했다.

HSP는 대만에서 유일하게 14세 이하 아동 수가 고령자를 웃도는 지역이다. 인구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시 보육·교육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HSP에서는 시민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학교 시설을 확장하고 새로운 학급을 증설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기술 기업도 직원 출생률이 급증하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TSMC는 사원 출생률이 이상하리만큼 높아지고 있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또 다른 인구학자는 대만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초저출산율 지역이 프로나탈리즘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한다며 어떤 엘리트든 출생률 저하라는 문제를 깨닫는 건 좋은 일이지만 테크 엘리트는 아직 사회 전체 출생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이나 문화 변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는 샌프란시스코 출생률이 낮은 이유를 사람들이 육아를 시작하는 단계가 되면 주택비나 생활비가 싼 지역으로 이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만에서 출생률이 저하된 배경에는 많은 요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대만 출생률은 2024년 인구 1,000명당 5.76명까지 떨어졌으며 이는 10년 전 절반이라는 수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 여성 증가다. 또 현지 설문조사 결과 대만 시민이 육아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있음도 밝혀졌다. 이 밖에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관을 거부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전문가는 교육 수준과 소득이 올라갈수록 여성은 모성을 미루거나 완전히 선택지에서 제외하게 된다며 기회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육아를 장려하기 위해 기술 기업은 가족친화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TSMC와 미디어텍은 HSP에 탁아시설을 설치하고 직원들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노바텍은 자녀가 6세가 될 때까지 월 5,000 대만달러 육아보조금을 직원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유연한 근무체계나 재택근무를 인정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HSP에서 일하는 노동자 평균 연수입은 185만 대만달러로 전국 평균 3배 이상이다. TSMC 고위 사원이 되면 500만 대만달러에 달하기도 한다. 이 고소득 덕분에 한쪽 부모가 HSP에서 일하고 다른 쪽이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가정도 적지 않다. 다만 그 역할 분담은 전통적인 성별 역할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