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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으로 이란을 공격한 이후 세계 에너지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영향을 받는 건 석유 같은 연료 자원뿐 아니라 반도체와 의료 기기 내 중요 재료인 헬륨(Helium)과 알루미늄(Aluminum) 등에까지 미치고 있다.

전 세계 헬륨 공급량 3분의 1을 차지하는 카타르 국영 기업 카타르에너지(Qatar Energy)가 소유한 액화천연가스 시설 2곳이 이란 측 공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카타르에너지는 해당 시설에서의 헬륨 생산을 중단했다.

헬륨은 천연가스 처리 부산물로 카타르 액화천연가스 시설 공격은 생산 라인 재건에 수년이 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3월 초 카타르에너지는 이란 측 공격으로 카타르 액화천연가스 수출 능력 중 17%가 상실됐으며 복구에 3~5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지금까지 이란 전쟁 영향으로는 원유와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가격 폭등만 주목받아 왔으며 헬륨 공급 부족은 거의 간과되어 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가스 공급에만 신경 써 헬륨 부족을 놓쳤다고 말한다.

헬륨 생산국이 소수여서 이들 국가 중 어느 한 곳 공급이 끊기면 전 세계 시장이 불안정해진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헬륨 세계 최대 생산국이지만 카타르, 알제리, 러시아도 주요 생산국이다. 또 러시아산 헬륨 공급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제재로 금지되어 있어 카타르는 중요한 공급처다.

헬륨은 열전도율이 높고 급속 냉각에 이상적이어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 반도체 제조사는 미세한 전자 회로가 인쇄된 실리콘 웨이퍼를 냉각하기 위해 헬륨을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헬륨은 반도체 제조 공정 식각(Etching) 단계에서 사용된다. 식각은 웨이퍼 위에 쌓인 물질을 깎아내 트랜지스터 구조를 형성하는 공정이다. 전문가는 헬륨은 반도체 제조에 필수 불가결하며 상당 부분이 중동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다며 노트북이나 아이폰, 소형 가전제품을 동작하게 하는 칩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회로를 갖춘 모든 기기는 헬륨을 원료로 하고 있으며 헬륨을 곧바로 확보할 수 없으면 그 모든 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료 산업에서도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전원이 되는 초전도 자석을 냉각하기 위해 헬륨이 활용되고 있다. 우주산업에서도 로켓 연료 탱크 퍼징에 헬륨이 사용되고 있으며 스페이스X(SpaceX)와 블루오리진(Blue Origin) 같은 우주개발 기업이 앞다퉈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있어 헬륨 수요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헬륨을 사용하는 제조업체는 보통 2개월 이상분의 헬륨을 비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헬륨이 부족해지면 훨씬 광범위한 영향이 시작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헬륨 공급업체는 이미 반도체, 전자기기 메이커 등 미국 고객에게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을 각오하라고 통보하고 있다고 한다.

헬륨 탐사개발 회사 펄사헬륨(Pulsar Helium) 클리프 케인(Cliff Kane) 회장은 자동차용 칩부터 아이폰까지 모든 게 확실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케인 회장은 가까운 미래에 헬륨 공급량을 늘릴 방법이 없어 세계적인 헬륨 부족이 반도체 제조를 저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컨설팅 회사 옥스포드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도 헬륨 부족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방해해 AI 기업 투자 계획을 축소시킬 가능성을 지적했다. 케인 회장은 반도체 제조사는 2030년 제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이미 표명했다며 자원은 있지만 세계적인 혼란을 보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헬륨 공급 부족과 연관된 칩 부족이 미국 AI 기업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능력이 아닌 성장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 또 공급망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 질소(Nitrogen)와 알루미늄 공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만일 그렇게 되면 미국 소비자의 식료품과 포장재 가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량 9%를 중동 지역이 담당하고 있으며 이미 공급망에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알루미늄은 3월 제5주에 4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알루미늄 부족은 단기적으로 포장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자동차 산업과 전자기기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세계 유수 반도체 메이커를 보유한 우리나라는 적어도 2026년 6월까지분의 헬륨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충분한 헬륨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고 있으며 주로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개시 이후 5주가 경과한 가운데 원유 안정적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마존이 연료비와 물류비 급등을 이유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아마존 풀필먼트(Fulfillment by Amazon, FBA)를 이용하는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3.5% 연료할증료 부과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아마존 측에 따르면 연료비·물류비 급등분을 지금까지는 아마존이 부담해왔지만 대형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비용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경우에 일부 비용 회수를 위해 임시로 할증료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연료할증료는 상품 판매가격이 아닌 아마존이 FBA로 상품을 발송할 때의 청구액에 적용된다. 상품 규격에 따라 금액은 달라지지만 FBA로 취급하는 상품 평균을 기준으로 하면 개당 17센트가 된다.

아마존 측은 항공사가 부과하는 할증료에 비하면 대폭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한 뒤 자사는 판매 파트너의 성공과 고객을 위한 광범위한 상품 구성 및 저가격 유지에 계속해서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이란은 물류의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저해하는 대응책을 취하고 있으며 원유 가격 지표가 되는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무력 충돌 이후 최고치에 접근하고 있다. 아마존 측 연료할증료 도입은 4월 1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연료비·물류비 급등의 영향을 받는 건 아마존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우편 서비스도 4월 26일부터 연료할증료가 부과될 예정. 또 대형 운송업체인 UPS와 페덱스(FedEx)는 이미 연료할증료를 부과 중이며 부과금 규모를 인상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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