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자사 AI 클로드(Claude)가 박테리오파지 DNA를 분석해 유전체 편집 기술 크리스퍼(CRISPR)와 비슷한 반복 서열을 동반한 미지의 효소 시스템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을 배열 연관 역전사효소(array-associated reverse transcriptases)라는 뜻에서 ART라고 이름 붙였다. 구체적인 기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클로드가 방대한 DNA 서열을 스스로 조사해 연구할 만한 새로운 생물학적 시스템을 찾아낸 사례다.
◇ 에이전트 950개가 21시간 탐색=앤트로픽은 2026년 봄 클로드를 활용해 기초생물학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팀과 분자생물학 연구소를 세웠다. 연구팀은 클로드에게 방대한 DNA 서열과 관련 문헌을 조사하게 해 아직 자세히 연구되지 않은 단백질과 생물학적 시스템을 찾고 실험할 가치가 있는 후보를 추리고 있다.
이번에 클로드가 받은 과제는 거대한 DNA 서열 데이터베이스에서 흥미로운 역전사효소(RT)를 찾는 일이었다. 역전사효소는 RNA를 주형으로 DNA를 만드는 효소다. 레트로바이러스뿐 아니라 세균 등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클로드는 역전사효소 20만 종 이상을 모아 새로운 후보 시스템 3,500종을 골랐고 그 가운데 유망한 20종을 자세히 분석했다.
이 작업에는 클로드 에이전트 950개가 병렬로 투입돼 21시간 동안 모두 2억1,000만 토큰을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에이전트 하나가 어떤 역전사효소 유전자 옆에 DNA 서열이 규칙적으로 여러 번 반복되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클로드는 반복 횟수와 간격을 조사하고 알려진 역전사효소 시스템과 비교했다. 과거 연구에서 같은 구조가 보고된 적이 있는지도 확인한 뒤 새로운 생물학적 시스템 후보로 인간 연구자에게 보고했다.
◇ 크리스퍼와 닮은 반복 서열=ART는 주로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에서 발견됐다. 기본 구조는 역전사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와 그 옆에 있는 기능 미상 유전자,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긴 DNA 반복 서열 3가지로 이뤄진다. 역전사효소 자체는 과거 연구에서 이미 발견됐다. 다만 앤트로픽은 반복 서열과 인접 단백질까지 묶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인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반복 서열 배열 방식이 크리스퍼와 닮았다고 짚었다. 크리스퍼-카스(CRISPR-Cas)에서는 세균 등의 DNA에 있는 반복 서열과 그 사이 서열에서 RNA가 만들어진다. 카스 단백질은 이 RNA를 표지 삼아 특정 DNA를 인식한다. 이 원리를 응용해 원하는 DNA 서열을 조작하는 유전체 편집 기술이 개발됐다.
앤트로픽이 진행한 첫 실험에서는 ART 반복 서열에서 짧은 RNA 여러 개가 만들어지는 게 확인됐다. 크리스퍼와 닮은 점 가운데 하나지만 이 RNA와 역전사효소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앤트로픽은 ART가 지닌 특징 조합이 지금까지 소수 시스템에서만 확인됐으며 이미 알려진 그런 시스템 가운데 DNA를 자르거나 복제하고 끼워 넣는 기능을 가진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ART 반복 서열이 크리스퍼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ART가 같은 방식으로 DNA를 편집하는 시스템이라고 밝혀진 건 아니다.
Claude has discovered a previously unknown enzyme system hidden in the DNA of bacteriophages. Beside the enzyme’s gene sits a long array of repeating DNA—a structure that looks somewhat similar to CRISPR.
We don’t yet understand what this system does, but only a handful of known systems share its features, and all of them are able to cut, copy, and paste DNA. Historically, the discovery of such programmable systems has helped revolutionize medicine. CRISPR, for instance, is now the foundation of genetic medicines. But it will take much more work to learn what this system does, and whether it can be put to similar 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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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hropic (@AnthropicAI) September 23, 2026
◇ 아모데이 “5~10년 안에 많은 질병 치료“=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성과를 두고 새로운 유전자 편집 메커니즘이 될 수 있는 분자 시스템을 클로드 주도로 발견했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그 정확한 기능과 바이오 기술로서 쓸모, 발견으로서 중요성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는 AI가 과학 연구를 앞당기면 앞으로 5~10년 안에 지금은 치료할 수 없는 질병 상당수를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크리스퍼 연구자 루카스 해링턴(Lucas Harrington)은 이번 발표를 단순하게 말하면 알려진 유전자와 새로운 유전자 옆에 이상한 DNA 반복 서열이 있다는 걸 알아챈 연구라고 설명했다. 현 단계에서 드러난 주요 성과는 미지의 시스템 후보를 찾아낸 것이지 그 생물학적 역할을 밝혀낸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에서 클로드는 인간에게 첫 과제를 받은 뒤 방대한 DNA 서열 탐색과 후보 비교, 문헌 조사, 후보 시스템 선정까지 진행했다. 최종 후보는 인간 연구자가 실험으로 검증했다. 앤트로픽은 ART 기능을 밝히는 실험을 이어가는 한편 AI와 인간 연구자를 결합하는 방식을 기초생물학의 새로운 연구 방법으로 검증해 나갈 방침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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