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유럽에서도 스타트업 육성과 지원에 적극적인 국가다. 2013년 정부 주도로 시작한 스타트업 육성 정책인 라 프렌치테크(La Frenchtech)를 통해 프랑스 전역에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했고 덕분에 프랑스는 몇 년 만에 유럽 스타트업 허브로 부상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가 추진했지만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운 건 기업과 투자사, 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시장 구성원이다. 정부는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자금 지원 등 토대를 마련하고 구성원은 정부 지원을 받아 생태계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얀 고즐란(Yann Gozlan) 대표가 이끄는 크리에이티브밸리(Creative Valley)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며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2011년 문을 연 크리에이티브밸리는 지금까지 200여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테이션F(StationF), LE KB 등 프랑스 내 5곳에 지원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과 정부, 대기업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프랑스 공공 투자은행인 BPI프랑스와도 협력해 투자 연계 지원은 물론 유럽과 프랑스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위한 맞춤형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크리에이티브밸리는 2016년부터 한국 스타트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국내 스타트업 기관과 협력해 프랑스 진출을 희망하는 40여개 기업을 지원했고 국내 여러 행사에 프랑스 액셀러레이터를 대표해 얼굴을 비췄다. 고즐란 대표는 “아시아 스타트업, 특히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이 크다”며 “지난해에는 한국 스타트업 15곳을 보육했다”고 말했다. 올해 6월부터 참여한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 론치패드(LAUNCHPAD)는 지난해 이어 두 번째 함께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의 유럽 진출을 지원하고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업무협약도 체결하였다. 이번 론치패드를 통해 국내 콘텐츠 스타트업 5곳을 선발했고 10월까지 심층 멘토링을 진행한 뒤 프랑스 현지 진출을 지원한다. 비자 발급과 사무 공간 지원, 현지 스타트업 네트워크 연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시장 안착을 지원할 계획이다.
◇ 콘텐츠 스타트업에 유리한 환경 갖춘 프랑스=고즐란 대표에 따르면 프랑스는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이 진출하기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 K-컬처로 유명한 한국처럼 패션, 예술, 문화에서 강점을 지닌 국가인데다 5G 인프라 구축으로 VR과 AR, 게임 등 콘텐츠 스타트업이 뿌리내리기 좋은 환경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처럼 엔지니어 문화가 강하다는 것도 유사하다. 이번에 론치패드 최종 선발팀도 기술적 성숙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론치패드에는 초기 기업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게임 스타트업을 비롯해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이 많았다. 고즐란 대표는 “글로벌 진출에 있어 문화 이해도가 큰 역할을 하는 만큼 다양성, 그 중에서도 팀 내 외국인 구성원이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살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배치 스타트업 모두 굉장히 인상 깊었지만 그 중에서도 B2B 이모티콘 서비스 모히톡(Mojitok)을 제공하는 플랫팜을 유럽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았다. 이미 해당 분야에서 경쟁사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술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모히톡은 인공지능을 활용, 메시지를 분석해 문맥에 어울리는 이모티콘을 자동 추천해준다.
◇“해외 진출에 대한 압박감 버려야”=고즐란 대표에게 한국 스타트업 육성 경험에 대해 묻자 그는 “해외 진출에 있어 큰 압박감을 느끼는 데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고 답했다. 열심히 일하는 문화 탓에 빠르게 일을 진척시키려는 조급함이 있는데 이런 부담을 버려야한다는 얘기다.
그 밖에 한국 스타트업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데 있어 갖춰야할 것으로 분명한 비전, 시장 파악, 언어 능력, 문화 차이 이해 등을 꼽았다. 시장 조사는 직접 짧게라도 현장을 방문해 시장 분위기를 살펴볼 것을 추천했다. 또 무엇보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그는 “문화는 물론 사람도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며 “언어는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자질”이라고 말했다.
고즐란 대표는 “프랑스는 우수 엔지니어 인력을 고용하는 비용과 회사 운영비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장점이 있다”며 “가능하다면 아주 초기 단계에서 잠재적 클라이언트를 만나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