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는 수만 년 전부터 요리를 해왔지만 현대처럼 동영상이나 블로그, 레시피 북 같은 형태로 기록하게 된 건 최근 일이다. 고대에도 요리는 만들었지만 요리 기법은 오랫동안 구전으로 전해졌고 문서화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레스터 대학에서 고대 로마 빵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파렐 모나코에 따르면 계량된 재료와 명확한 지시를 포함한 레시피가 일반화된 건 최근 수백 년 일이라고 한다. 또 고대에는 의료용 조합물에 식재료가 포함되는 경우도 많아 기록된 게 요리인지 약인지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더구나 레시피 중 단어를 번역할 수 없거나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재료가 기록되어 있는 것도 해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현재 가장 오래된 레시피라고 부를 수 있는 건 기원전 1730년경 바빌로니아 것으로 현대 이라크 남부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다.
이 점토판은 20세기 초 예일 대학에서 분석이 시작됐지만 처음에는 쐐기문자 해독이 진행되지 않아 내용도 약이나 연금술에 관한 것으로 여겨졌다. 1945년 요리 레시피가 아닌가 하는 지적은 있었지만 당시 학자는 그 견해에 회의적이었다. 예일 대학 아시리아학자인 고이코 바랴모비치에 따르면 근대까지 요리 레시피는 대대로 구전으로 전해져 왔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메소포타미아 시대 문서화된 레시피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학자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1980년대가 되어 고고학자 장 보트로가 이들 점토판에 쓰여진 정보가 요리 레시피라는 걸 확인했다. 그 후 바랴모비치와 하버드 대학 연구팀이 손상이 심한 점토판 번역과 레시피 재현에 도전했다. 몇몇 재료는 번역할 수 없었지만 결락 부분을 보완해 고대 요리 레시피를 현대에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점토판에는 스튜나 작은 새 고기를 채운 파이, 푸른 밀을 사용한 요리, 소형 포유류 요리 등 25종류가 기록되어 있었다. 재료로는 양고기나 고수 등 현대 이라크 요리에 통하는 게 사용된 한편 피나 쥐 같은 현대인에게는 거부감이 드는 식재료도 등장한다.
어떤 점토판에는 비교적 자세한 지시가 쓰여 있었고 고기를 사용한다. 물을 준비한다. 곱게 간 소금, 말린 보리 케이크, 양파, 샬롯, 우유를 넣는다. 부추와 마늘을 으깨어 넣는다와 같은 기술이 보였다.
이 점토판에 기록된 정보는 현존하는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요리 레시피로 여겨지며 이후 시대에서는 유사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바랴모비치는 특정 장소와 특정 시대 요리 전통에 관한 지식이라는 흥미로운 고립된 섬을 조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모나코는 이런 고대 레시피를 배워 식문화 가치를 재인식하고 고대 사람과 현대인을 아름다운 선 하나로 연결해 준다고 말했다.
한편 예일 대학은 이 레시피를 기반으로 고대 바빌로니아 요리를 재현하는 이벤트를 개최해 양고기 비트 스튜나 파와 보리 죽을 조리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