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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제도 젊은 화산섬에 자생하는 야생 토마토가 수백만 년에 걸쳐 획득한 진화적 형질을 버리고 조상이 갖고 있던 원시적인 화학 방어 능력을 부활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이 현상은 역진화 중 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남미에서 새에 의해 운반된 조상으로부터 진화한 갈라파고스 제도 야생 토마토는 현대 토마토와 달리 가지에 가까운 조상이 가지고 있던 독성인 알칼로이드를 생성하고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연구팀은 이 현상이 스테로이드글리코알칼로이드(SGA)라고 불리는 화합물 내 입체화학적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는 걸 밝혀냈다.

스테로이드글리코알칼로이드(SGA)는 주로 토마토, 감자, 가지 등 가지과 식물에 포함된 천연 화학물질이다. 구조적으로는 스테로이드를 기본 골격으로 하는 아글리콘이라고 불리는 부분에 당이 결합되어 있다.

식물에게 SGA는 곤충이나 균류,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방어물질로 기능하며 내장된 살충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간을 포함한 동물에게는 고농도에서 독성이 있어 식품 안전성에서 관리가 필요한 성분이기도 하다.

SGA는 그 입체구조에 따라 25S형과 25R형 2종류로 크게 나뉜다. 예를 들어 토마토나 감자는 주로 25S형 SGA를 만드는 반면 가지는 25R형 SGA를 생성한다. 이 미세한 입체구조 차이가 SGA 독성이나 생물활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진다.

이 입체구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게 GAME8이라는 효소다. GAME8은 SGA 원료가 되는 콜레스테롤 분자 말단에 있는 메틸기 중 어느 한쪽을 특이적으로 수산화해 입체구조를 결정한다.

지금까지의 진화 과정에서 가지과 식물 조상은 원래 25R형을 생성하는 GAME8 효소를 가지고 있었지만 유전자 변이를 거쳐 토마토 등 일부 종은 25S형을 생성하는 능력을 획득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갈라파고스 제도에 군생하는 토마토는 진화 과정에서 한 번 잃어버린 것으로 여겨졌던 25R형을 생성하는 GAME8 효소 유전자를 다시 획득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현상은 갈라파고스 제도 전체에서 일률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섬 지리나 형성 연대와 강한 관련성을 보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비교적 오래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동쪽 섬 토마토는 현대적인 25S형 알칼로이드를 생성했다. 반면 화산활동이 활발하고 환경이 엄혹한 서쪽의 젊은 섬 토마토는 조상적인 25R형을 높은 비율로 포함하고 있었다. 이로부터 연구자는 서쪽 섬의 엄혹한 환경이 더 강력한 방어 효과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조상의 알칼로이드를 부활시키는 도태압으로 작용해 역진화를 촉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진화가 반드시 일방향적인 전진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라 과거 유전정보를 재활용하는 유연한 프로세스임을 보여준다고 논했다. 효소 기능을 미세하게 개변해 생성물을 제어할 수 있다는 지견은 향후 더 독성이 낮은 작물의 개발이나 병해충에 강한 신품종 설계, 나아가 새로운 의약품의 공학적 생산에 응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기대를 표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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