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중국 자본 반도체 제조업체인 넥스페리아(Nexperia) 경영권을 네덜란드 정부가 냉전 시대에 제정된 긴급법을 활용해 장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네덜란드 정부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긴급 상황 시 넥스페리아 제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중국 측은 지정학적 편견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전기기기 제조업체 필립스에서 분리된 기업으로 이후 중국 정부계 투자 컨소시엄에 인수됐으며 2019년 중국 기업 윙테크(Wingtech) 손에 넘어갔다. 그 이후로 윙테크 자회사로 자동차 산업 및 민생용 전자기기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10월 13일 윙테크는 네덜란드 정부 부처와 법원 개입으로 넥스페리아 경영권이 사실상 동결됐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넥스페리아 및 전 세계 자회사·지점·사무소에 대해 최대 1년간 자산·지적재산·사업 운영·인력에 관한 일체 조정을 하지 말 걸 명령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명령으로 넥스페리아는 일시적으로 정부 관리 하에 놓이게 되며 기존과 같이 업무를 계속할 수 있지만 정부가 넥스페리아 이사회 결정을 저지하거나 뒤집을 권한을 갖게 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긴급 상황 시 넥스페리아가 생산하는 제품이 입수 불가능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물품공급법을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물품공급법은 1952년에 제정된 법률로 긴급사태에 대비해 중요 물자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을 인정하는 것이다. 전쟁 등 재난을 상정한 이 법률이 적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넥스페리아 사내에서 심각한 거버넌스상 결함과 행동이 목격됐다며 이런 징후는 네덜란드 및 유럽 지역에서의 기술적 지식과 능력, 그 보호에 대한 위협이 됐으며 이런 능력을 상실하는 건 네덜란드 및 유럽 경제 안보에 대한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리스크가 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넥스페리아가 반도체에 관한 지식을 중국에 유출하는 징후가 있었다고 한다. 네덜란드 경제부는 지난 9월 30일 이번 조치를 실시했지만 공표는 10월 12일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넥스페리아 내에서는 모회사 윙테크에 대한 반발이 있었으며 10월 1일 중국인 이사 장쉐정(Zhang Xuezheng)을 정직 처분하고 넥스페리아 주식 지배권을 중국인 주주로부터 박탈한 뒤 독립적인 제3자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하는 긴급 심리를 네덜란드와 독일 국적을 가진 넥스페리아 임원 3명이 네덜란드 항소법원에 제출했다고 전해진다.
윙테크에 따르면 판사는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요청을 승인했으며 장쉐정 이사의 넥스페리아 이사직 정지에 더해 윙테크에서의 비상임 이사직 직무 수행도 정지했다고 한다. 나아가 판사는 결정적인 의결권을 가지고 넥스페리아를 대표하는 독립적인 비중국인 이사 임명도 명령했다고 한다. 보도에선 항소법원이 이 건에 관해 이례적으로 비공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윙테크는 네덜란드 정부가 국가안보를 구실로 넥스페리아 글로벌 사업을 동결하는 결정은 사실에 기반한 리스크 평가가 아닌 지정학적 편견에 의한 과도한 개입이라고 지적하며 반발했다. 또 이 조치는 시장경제 원칙, 공정한 경쟁, 국제무역 규범을 오랫동안 제창해 온 유럽연합 입장에 현저히 반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네덜란드는 진정으로 시장원칙을 준수하고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안보라는 개념을 남용한 중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2024년 윙테크를 외국무역 거래제한 목록인 엔티티 리스트에 추가했으며 미국 기업은 동사에 대한 제품 판매 시 라이선스를 신청해야 한다. 2025년에는 엔티티 리스트 등재 기업 자회사에도 판매 제한을 확대하는 새로운 규칙이 도입됐으며 윙테크 자회사인 넥스페리아도 제한 대상이 됐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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