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K’ 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서사와 정체성 팔아야 가능성 있어.”
유승완 블리몽키즈 대표는 30일 IBK창공 대전과 구로가 공동 주최한 오늘은 뷰티테크데이에서 K-뷰티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글로벌 뷰티시장 동향과 성장 기회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유 대표는 이날 인도 시장을 중심축으로 K-뷰티의 카테고리 개척 사례와 글로벌 확장 전략을 공유했다.
블리몽키즈는 2019년 인도에서 설립된 K-뷰티 유통 플랫폼이다. 삼성전자 인도 법인에서 스마트폰 유통 경험을 쌓으며 인도 시장의 유통 구조를 익힌 유 대표가 이를 바탕으로 K-뷰티 전문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블리몽키즈는 단순한 수입 유통사가 아니라 인도 소비자가 한국 브랜드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해외 직구 플랫폼 마카롱을 운영하는 동시에 아마존 등 주요 채널에 K-뷰티 브랜드를 공급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유 대표는 먼저 인도를 K-뷰티의 다음 성장 축으로 꼽은 배경으로 인구 구조와 문화 확산을 들었다. 인구가 많고 평균 연령이 낮아 소비 주도층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데다 코로나 이후 넷플릭스를 통한 K-드라마 확산이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문화가 먼저 깔리고 제품이 뒤따라 확산되는 구조가 인도에서도 작동했다”고 말했다. 특히 유 대표는 K-뷰티가 인도에서 기존 수요를 빼앗는 데 그치지 않고 없던 수요를 새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케어, 세럼·에센스, 더블 클렌징, 틴트, 쿠션 같은 카테고리가 K-뷰티를 통해 인도 시장에 본격 소개됐다는 것.
쿠션 카테고리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유 대표는 쿠션이 들어오기 전까지 인도에서는 액상 파운데이션이 주류였고 피부 톤이 매우 다양한 시장 특성상 컬러 셰이드 구성이 복잡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식 쿠션 포맷이 들어오면서 시장이 열렸고 이후 틴티드 계열까지 다양한 셰이드가 확장되며 베이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그는 “K-뷰티가 인도에서 더 집중해야 한다면 베이스 쿠션 카테고리”라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역으로 직접 지목했다. 한국형 베이스 메이크업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인도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사용 경험을 줄 수 있는 카테고리라는 게 핵심 이유다.
단 그는 좋은 제품만으로는 이런 신흥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유 대표는 “세럼, 쿠션, 틴트처럼 현지에 익숙하지 않은 상품은 제품명보다 왜 필요한지를 이해시키는 교육형 마케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인도 기후에 맞는 실사용 성능도 시장 진입의 관건으로 꼽았다. 그는 “덥고 건조하거나 습한 지역이 섞여 있는 인도에서는 스머지 프루프, 롱래스팅, 선케어처럼 실사용 성능이 중요한 제품이 빠르게 먹힌다”고 덧붙였다.
가격 경쟁보다는 포지셔닝 경쟁이 유효하다는 조언도 전했다. 유 대표는 “아이 메이크업처럼 저가 현지 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가 동시에 강한 영역은 진입이 어렵다”며 “베이스 쿠션이나 기능성 스킨케어처럼 한국식 사용 경험이 분명한 영역이 더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유통 구조의 변화도 살펴볼 것을 조언했다. 유 대표는 “코로나 이전 전통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유통이 코로나 이후 B2B 이커머스와 옴니채널로 빠르게 재편됐다”며 “과거에는 정산이 느리고 물류 협력이 약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채널이 현금흐름과 확장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인트라, 블링킷 등 채널마다 역할이 다른데 그는 퀵커머스를 대도시 중심의 유망 채널로 꼽으면서도 “대도시 밖에서는 물류 인프라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글로벌 확장 경로에 대해서는 미국 시장의 변화를 사례로 들었다. 과거 구글·아마존 중심이던 소비자 탐색이 틱톡 중심 노출로 옮겨갔고 코스알엑스, 조선미녀, 아누아 등이 이 흐름을 빠르게 탔다는 분석이다. 그는 실리콘투 같은 유통 파트너의 역할을 거론하며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글로벌 유통을 실제로 밀어주는 구조가 있어야 성장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자리 잡은 브랜드들이 이후 중동, 유럽, 일본으로 확장하면서 성장 단계가 한층 정교해졌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지금의 K-뷰티 경쟁 환경에 대해 유 대표는 각자도생 단계라고 표현했다. 온라인 마케팅비가 계속 오르면서 모든 브랜드가 같은 방식으로 확장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진단이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모든 것을 다 하려 하지 말고 히어로 상품 1~2개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것. 그는 “실제로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들은 전체 매출을 이끄는 대표 상품이 분명했고 그 상품이 브랜드 확장의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인도 진출 전략에 대해서는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다. 그는 “해외 직구로 먼저 시장 반응을 보고 잘 팔리는 제품만 위생허가를 받아 정식 수입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위생허가와 라벨링, 원산지 표시 등 절차가 오래 걸리는 만큼 최소 6개월 단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랜드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노출량보다 실제 판매 증거가 중요하다”며 영어 콘텐츠 노출, 미국 아마존 판매 이력, 한국 내 주요 채널 입점 여부 등을 신뢰 판단의 신호로 꼽았다. 그는 “인도는 쉽게 들어가는 시장이 아니라 시스템화된 진입 구조를 가진 브랜드만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정리했다.
끝으로 유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더 이상 한국산 자체가 전부가 아니다”라며 “한국인의 관계 중심 문화와 스토리텔링 역량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예로 그는 한국말 누나(NUNA)라는 이름으로 제조는 한국, 판매는 글로벌에서 하고 있는 미국인이 미국에서 만든 회사를 소개했다. 이제는 K라는 이름보다 브랜드가 가진 서사와 정체성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 제품력만으로 버텨온 K-뷰티 1.0 시대를 지나 각 브랜드가 자기만의 서사와 비주얼, 팬덤을 만들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뷰티테크데이에서는 K-뷰티 관련 다양한 세션이 함께 진행됐으며 IBK창공이 육성한 메디코스바이오텍, 바이오모아메디칼, 바크, 뷰티아이디, 비제이와이, 아몬드앤코, 업드림코리아, 에이지온, 원소프트다임, 팩토스퀘어 등 뷰티 스타트업 10개사가 부스를 마련해 제품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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