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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9월 말 2024년 전 세계에서 새로 발생한 암 가운데 12%는 감염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는 암 치료 분야 의학 학술지인 랜싯 온콜로지(The Lancet Oncology)에 실렸다.

연구팀은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암 통계 데이터베이스인 글로벌 캔서 옵저버토리(Global Cancer Observatory)의 캔서 투데이(Cancer Today)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를 토대로 2024년 발생한 암 가운데 원인이 될 수 있는 감염성 병원체 12종과 관련된 발병 건수를 추정했다.

논문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에서 새로 생긴 암 가운데 감염 때문으로 추정되는 사례는 230만 건이다. 전체 신규 암 사례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병원체별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가 76만 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체 4%를 차지했다. 이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75만 건과 B형 간염 바이러스 36만 건 순이었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는 26만 건이고 C형 간염 바이러스(HCV)는 16만 건으로 감염 관련 암은 이들 5종 병원체에 크게 쏠렸다. 이런 감염은 위암과 간암을 비롯해 혈액암과 자궁경부암 등 20종 넘는 암을 일으킬 수 있다.

◇ 병원체가 암 일으키는 3가지 경로=병원체가 암을 일으키는 방식은 3가지로 추정된다. 첫째는 세포 방어 기능을 무력화하는 경우다. 건강한 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스스로 파괴하거나 세포분열을 멈추는 능력을 발휘하는데 병원체가 이 능력을 차단하면 세포가 암세포로 바뀐다. 둘째는 바이러스 자체 DNA가 숙주세포 DNA에 끼어들면서 세포 사멸과 분열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의도치 않게 망가뜨려 암세포가 되는 경우다. 셋째는 바이러스가 다른 생물로부터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인 암유전자를 우연히 받아들여 지니고 있다가 사람을 감염시킨 뒤 암을 유발하는 경우다.논문은 감염 관련 암 부담이 지역마다 달랐다는 점도 보여줬다. 감염 때문에 생긴 암 사례가 가장 많은 지역은 동아시아로 99만 건이었다. 세계 전체 42%에 해당한다. 인구 대비 연령표준화 발생률에서도 동아시아는 인구 10만 명당 31.9건으로 세계 평균 22.7건을 웃돌았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중·동부 유럽, 동남아시아도 세계 평균을 넘었다.

이런 지역 차이에는 병원체 유행 상황과 감염 예방책 보급 정도 등이 영향을 미친다. 호주에서는 자궁경부암과 관련성이 높은 특정 HPV 유형을 막는 백신이 널리 보급돼 있다. 2007년 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접종 대상자 HPV 감염률은 90% 줄었고 2035년까지 자궁경부암을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덴마크에서도 2008년부터 14세 소녀를 대상으로 HPV 4종 감염 위험을 낮추는 4가 HPV 백신을 접종한 결과 HPV 감염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국가별 대응 차이와 빈부 격차 탓에 감염 관련 암 대책에는 큰 격차가 생기고 있다. 월터앤드일라이자홀의학연구소(Walter and Eliza Hall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 존 라 마르카(John La Marca)는 안타깝게도 WHO 새 연구에서 감염이 원인인 암 75%가 저소득·중소득 국가에서 발견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HIV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B형·C형 간염처럼 암을 일으키는 감염병을 치료하는 게 암 발생률을 낮추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과 콘돔 사용, 질병 선별검사 같은 예방책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다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암 대책 접근성은 여전히 큰 형평성 문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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