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우리나라보다 의사 결정에 오랜 시간을 쏟는다. 이런 문화 차이를 이해한다면 비즈니스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터렉 포우드(Tarek Fouad) 쇼룩파트너스(Shorooq Partners) 성장 총괄은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해외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첫걸음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중동 국가는 종교적 이유로 휴일이 달라 업무를 조율하는 일에 있어서도 한국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동과 북아메리카 일대를 의미하는 메나(MENA) 지역은 우리 스타트업에게는 다소 생소한 곳이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등 국가가 위치한 지역으로 한국 스타트업이 이곳 정보를 얻기란 매우 어려웠다. 2016년 설립된 쇼룩파트너스는 이 지역 전문 투자자로 중동과 우리나라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자처한다. 중동에서 성공 가능한 유망 한국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는 물론 현지 진출도 지원하는 것. 한국인 공동창업자가 설립한 덕에 양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난 1~2년간 우리나라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스타트업 육성과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여러 스타트업 행사에서 중동 시장 진출과 관련해 쇼룩이란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VR 시장 큰 중동…韓 스타트업 기술력 좋아=쇼룩파트너스는 우리 시장에 관심이 높아 한국 스타트업만을 위한 펀드도 조성 중이다. 여러 국내 스타트업을 만나고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콘텐츠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 론치패드(LAUNCHPAD)에 참여한 이유도 여러 한국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쇼룩파트너스가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다. 팀, 제품, 그리고 시장 적합성이 그것이다. 특히 중동과의 관계성(Relevance)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이는 중동에 진출할 때 쇼룩파트너스 지원 성공률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화적 측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언어는 갖춰야 할 필수 자질로 봤다. 그는 “해외에서 경험이 있는 팀원이나 미국 환경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 여부가 해외 진출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론치패드를 통해 중동 권역에 진출할 스타트업 선발도 이런 기준에 맞춰 5곳을 최종 선발했다. 대부분 중동에서 성장 중인 분야에 속한 스타트업이다. 포우드 파트너는 선발 기업 중 렛시(Letsee) (https://www.letsee.io)를 가장 먼저 중동 시장에서 성공할 기업으로 꼽았다. 렛시는 웹 기반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WebAR SDK)를 서비스한다. 그는 노코드 기반에 개인이 쉽게 AR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력을 높이 샀다. 중동에서 AR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기업이 다양하게 VR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렛시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봤다. 그 밖에 홀로그램과 아바타 기술을 보유하고 VR 시장을 노리는 더블미(Doubleme)와 여행 스타트업 글로벌리어(Globaleur)도 늘어나는 중동 지역 여행 수요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 중동은 변화 중…해외 기술 기업 몰려드는 이유=석유의 나라 중동에는 최근 기술 기업 중심으로 혁신 바람이 부는 중이다. 석유 보유국을 넘어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기술 환경을 지원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포우드 파트너는 “정부가 기술 기업에게 주거 지원, 의료 지원, 라이선스 지원 등 초기 비용을 줄여주기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메나 국가 간 다양한 이니시에이티브(Initiative)도 일어나고 있어 흥미로운 시기이자 우리 같은 VC 구성원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말로 중동 스타트업 생태계를 설명했다. 새로운 기회가 탄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 메나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은 해외 기업이 진출해 가능성을 시험해본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기업에게 기회가 늘어나고 있지만 중동 진출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모든 국가가 공통 정책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지를 잘 아는 파트너 없이 도전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얘기다. 쇼룩파트너스는 중동 진출을 위한 현지 파트너 역할을 한다. 한국 스타트업은 물론 여러 글로벌 스타트업을 위한 현지 파트너로서 투자 뿐 아니라 관련 커뮤니티를 키우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교류하며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한다.
포우드 파트너는 “글로벌 사업에 있어 현지 파트너는 많은 기회의 문을 열어 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인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동에 기반을 둔 한국 기업이든 누구든 현지 파트너를 찾는 걸 추천했다. 또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중동 대표 IT 행사인 자이텍스(GITEX) 같은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동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문화적 규율이나 법칙은 없다면서도 일하는 방식 차이는 염두에 두라고 조언했다. 포우드 파트너는 “우리는 의사 결정에 시간이 걸리지만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로 데드라인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며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일처리가 늦어져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시장별 문화를 파악하는 것은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쇼룩파트너스는 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자체 펀드를 조성하는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입지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포우드 파트너는 “지금까지 2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진행했고 올해 안에 가능하면 2개 스타트업에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