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은 인공지능(AI) 하드웨어와 인프라, 그리고 대형 로보틱스 분야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유입되며 기술 패권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 독주에 도전하는 칩 스타트업들과 모든 로봇에 적용 가능한 범용 인공지능 뇌를 개발하는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이상 가치를 증명했다.

◇ AI 칩 스타트업 부상‧로보틱스 하드웨어 도약=이번 주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엔비디아의 범용 GPU 지배력에 도전하는 특화형 AI 칩 스타트업의 대규모 자금 조달이다.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는 220억 달러 기업 가치로 10억 달러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며 2026년 2분기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세레브라스가 보유한 웨이퍼 규모 칩은 엔비디아의 블랙웰보다 추론 속도가 21배 빠르면서도 비용은 32%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워, 최근 급증하는 AI 추론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동시에 에치드(Etched)는 트랜스포머 모델 전용 주문형 반도체(ASIC) 개발을 위해 5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피터 틸 등이 참여한 이번 라운드에서 에치드의 기업 가치는 5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이들은 특정 모델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통해 엔비디아가 지닌 범용성을 넘어서는 효율성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단 24시간 만에 AI 칩 분야에서만 15억 달러가 모집된 건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외 대안적인 인프라 구축에 강력한 베팅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기록적인 투자가 단행됐다. 스킬드 AI(Skild AI)는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등이 참여한 시리즈 C 라운드에서 14억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가 7개월 만에 3배 이상 뛴 1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스킬드 AI는 특정 형태 로봇에 국한되지 않고 사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팔 등 다양한 형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범용 로봇 기반 모델인 스킬드 브레인(Skild Brain)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로봇이 인간 동작을 보고 스스로 학습하며 다양한 환경에 실시간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해 로봇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개별 학습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싱가포르의 봇싱크(Botsync) 역시 추가 자금을 확보하며 물류 및 제조 현장의 자율 이동 로봇(AMR)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포드, 네슬레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2025년 기준 100만 건 이상 생산 주행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 생성형 AI 세분화‧신약 개발 혁신=생성형 AI 기술은 영상, 음성, 고객 서비스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영역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전 스냅(Snap) 임원이 설립한 힉스필드(Higgsfield)는 1억 3,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마무리하며 13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힉스필드는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최적화된 고품질 AI 영상 생성 도구를 통해 출시 9개월 만에 1,5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연간 반복 매출(ARR) 2억 달러 궤도에 진입했다.

음성 AI 기업인 딥그램(Deepgram)은 1억 3,000만 달러를 추가 조달하며 13억 달러 가치를 평가받았다. 딥그램은 1,300개 이상 조직에 저지연 음성 인식 및 처리 API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퀵서비스 레스토랑용 음성 AI 스타트업인 오브원(OfOne)을 인수하며 식음료 산업으로의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베를린 기반의 팔로아(Parloa)는 고객 서비스 AI 에이전트 개발을 위해 3억 5,000만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3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이는 글로벌 1,700만 명에 달하는 고객 센터 상담원을 AI 에이전트로 대체하려는 거대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포석이다.
AI의 급격한 확산은 역설적으로 보안 위협을 증대시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AI 보안 스타트업이 이번 주 대거 자금을 확보했다. 노비(Novee)는 5,150만 달러를 유치하며 스텔스 상태에서 벗어났으며 AI 전용 해커 모델을 통해 지속적인 침투 테스트 솔루션을 제공한다. 데프스퍼스트(depthfirst) 또한 4,000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소프트웨어 보안 자동화 시장에 뛰어들었고 위트니스AI(WitnessAI)는 기업용 AI 에이전트의 데이터 유출과 악성 프롬프트를 방어하는 ‘신뢰 계층’ 구축을 위해 5,800만 달러를 모았다.

바이오테크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효율화에 자금이 몰렸다. 프록시마(Proxima)는 8억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미개척 영역인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제어하는 치료제 설계에 나섰고, 컨버지 바이오(Converge Bio)는 DNA, RNA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을 위해 2,500만 달러를 확보했다. 한편 오픈AI(OpenAI)는 개인 의료 정보를 통합 분석하는 스타트업 토치(Torch)를 1억 달러에 인수하며 챗GPT 헬스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 핀테크와 지역 특화 기업 성장=금융 분야에서는 아시아권 디지털 뱅킹 약진이 두드러졌다. 홍콩 기반의 위랩(WeLab)은 푸르덴셜, HSBC 등으로부터 2억 2,000만 달러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하며 동남아시아 시장 확장에 나섰고 아부다비 기반의 말(Mal)은 AI 기반 이슬람 디지털 은행 설립을 위해 2억 3,000만 달러 투자를 확보했다.

인도 시장에서는 물류 스타트업 섀도팩스(Shadowfax)가 21억 달러 가치로 2억 1,060만 달러 규모의 IPO를 신청하며 이커머스 물류 인프라의 확장을 선언했다. 또 재사용 로켓을 개발하는 이더리얼X(EtherealX)는 엔진 테스트를 앞두고 기업 가치가 5.5배 상승하며 인도 우주 생태계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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