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9일 디캠프 마포에서 ‘트렌드클럽: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뉴노멀’을 개최하고 최근 늘어나는 해외 정착 한인 스타트업이 뉴노멀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의 실제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행사에는 우성훈 아모지 대표, 김나율 클리카 대표, 김민주 스톤벤처스 파트너가 참여했다.

김민주 파트너는 최근 현장 분위기를 “예전에는 한국에서 시작해 준비가 되면 미국을 노려보겠다는 스토리가 많았다면 요즘은 처음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하겠다는 기업이 확연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흐름이 AI 웨이브와 함께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술의 흐름을 직접 체감하며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만나는 것과 뉴스를 통해 접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마루 SF 하우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센터 등 한인 인프라가 확충된 것도 진입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우성훈 대표는 한국과 미국 중 어디서 창업할지 전략적으로 고민한 건 아니었다. 서울대·MIT 대학원, IBM 연구소를 거쳐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창업했고 지금은 뉴욕과 휴스턴, 한국에 오피스를 두고 운영 중이다. 암모니아를 활용한 친환경 발전 기술로 아마존,아람코, SK, 삼성, GS 등 전 세계 15곳 이상에서 총 3억 2천만 달러를 유치했다.
김나율 대표는 반대로 처음부터 고민한 케이스다. 한국에서 창업해 중기부 초격차 스타트업에도 선정됐지만 결국 2024년 말 플립을 단행했다. 플립을 결심한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됐다. 우선 한국은 하드웨어 중심 성장 구조여서 소프트웨어가 단독으로 제값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이스라엘 기반 경쟁사 5~6곳이 창업 초기에 연달아 인수됐는데 인수 주체가 모두 미국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투자·M&A 딜이 투자자 네트워크 기반으로 이뤄지는 만큼 그 네트워크에 진입하려면 미국 법인 구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플립은 신중해야한다고. 가장 흔한 함정은 실리콘밸리 투자자의 피드백을 오해하는 것이다. 현지 투자자들은 아이디어가 별로여도 직접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 김나율 대표는 “좋은 것 같다, 플립하면 연락해”라는 말을 투자 의향으로 착각해 플립을 결행했다가 투자를 받지 못하고 역플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주 파트너 역시 “플립을 조건으로 투자하겠다는 구체적인 텀(term) 논의가 있을 때 비로소 진지하게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비용 문제도 현실이다. 사전 준비를 잘 해도 플립에는 5천만 원~1억 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고 역플립은 더 많이 든다는 것. 미국에서 오퍼레이션을 시작하면 변호사 비용 크게 나오는 경우가 있고 타이밍의 딜레마도 따라붙는다. 김나율 대표는 “미국 투자자는 미국 법인이 아니면 검토를 꺼리고 한국 투자자는 플립 이후 모태펀드 해외 투자 비중 제한으로 리드 투자가 어렵다. 한국과 미국의 투자 타이밍을 동시에 맞추는 것이 플립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연사들이 공통으로 도달한 결론은 플립의 필요성은 단계에 따라 다르다는 것. 시드 단계에서는 실리콘밸리에 투자 대상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미국 투자자가 굳이 해외 기업에 법률·재무 리스크를 지며 투자할 이유가 없다. 이 경우 플립은 사실상 필수에 가깝다. 반면 시리즈 A 이후에는 한국 법인 상태로도 미국 투자를 받은 사례가 존재한다.
스톤벤처스 포트폴리오인 피지컬 AI 스타트업 카본식스는 처음부터 델라웨어 C-Corp으로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오퍼레이션은 한국에서 진행하는 모델을 택했다. 김민주 파트너는 “델라웨어 법인이기 때문에 투자를 받은 게 아니라 한국의 인재풀로 먼저 검증하고 글로벌로 나간다는 비전에 투자자들이 동의한 것”이라며 “오히려 한국 오퍼레이션이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카본식스는 스톤벤처스와 실리콘밸리 다른 VC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시리즈 A도 클로징했다.

미국 투자 유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사들은 스토리텔링과 신뢰 이행을 공통으로 꼽았다. 김민주 파트너는 “한국에서 비슷한 기업이 두세 개라면 미국에는 200~300개가 있는 시장”이라며 “투자자의 기억에 남으려면 내가 왜 이 회사를 시작했고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충실한 스토리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을 함께 가는 관계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자체만큼이나 창업자의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매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성훈 대표는 “스토리텔링은 거짓을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라며 “때로는 작년 실적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투자받을 때 약속한 마일스톤을 실제로 이행하는 스타트업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우리를 2~3년씩 지켜보던 미국 투자사들이 결국 투자를 결정한 것도 한다고 한 것을 꾸준히 실행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연사들은 현지 창업이나 플립을 택한 한국계 스타트업이 국내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는 문제에 대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나율 대표는 “한국 법인 여부가 아니라 한국 기반 인력과 기술에 실질적으로 투자하고 운영하는지를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성훈 대표는 “한국 사람이 나와서 만든 미국 스타트업도 넓은 의미의 한국 스타트업으로 봐줘야 에코시스템에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아모지가 삼성중공업·GS와 협업해 한국 제조 생태계에 기여하는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아모지는 미국에서 기술을 개발·실증한 뒤 한국에서 제조 파트너를 찾는 역진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성훈 대표는 “제조업은 아시아가 장점이고 앞으로도 아시아의 슈퍼파워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 새로운 제조 산업을 기술로 가져올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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