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샌드박스로 부동산 조각 투자 시장을 연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이 정식 제도화 단계에서 밀려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커진 이유는 정부가 지정한 대로 5년 가량 사업을 이어왔지만 정작 조각투자 장외 거래소 인가는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NXT)가 주도한 컨소시엄이 가져가게 되면서다. 국정감사에서도 여야가 모두 문제를 제기했고 국무총리가 공개 석상에서 안타깝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최대 2곳만 허용=루센트블록이 설립된 건 지난 2018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업기업으로 대전에 본사를 두면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소유를 선보였다. 지난 2021년 4월 금융위원회(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으면서 이듬해인 2022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금융위는 지난 2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대상으로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과 한국거래소가 주도하는 KDX를 선정했다. 인가 대상으로 최대 2곳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 외부평가위원회 점수는 NXT 컨소시엄이 750점, KDX 725점, 루센트블록은 653점이었다.
금융위 측은 루센트블록이 자기자본과 자금 조달 계획, 장기 사업 계획, 지배구조, 이해상충 방지체계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심사 기준에는 샌드박스 사업자와 스타트업 컨소시엄 가점을 각각 최대 50점 반영했고 벤처캐피털 투자금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하는 등 스타트업을 최대한 배려했다는 입장. NTX와 루센트블록 사이 제기된 기술탈취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무혐의로 판단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NXT를 신고하면서 NXT가 인가 신청 전 투자 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이유로 접근하면서 비밀유지각서를 맺은 뒤 재무정보와 주주명부, 사업계획, 기술 자료 등을 받아갔다고 밝힌 바 있다. 무혐의 이후 NXT에 따르면 공정위는 제공된 자료를 기술로 보기 어렵고 NXT가 이를 이용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통지했다고 한다.
◇ 규제 샌드박스가 허용한 사업범위…발행이냐 유통이냐=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게 된 건 지난 10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규제 샌드박스로 허용한 사업 범위는 조각 투자 발행이며 이번에 주려는 건 유통이라고 밝혔다. 샌드박스 사업자는 자신이 발행한 상품만 유통했고 이번 장외거래소는 모든 발행인 상품을 거래한다는 점에서 다르고 설명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허세영 대표는 지난 2021년 지정 당시 서비스가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로 투자자에게 유통하는 서비스로 명시되어 있었다고 반박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 역시 15일 금융위가 내준 지정서상 서비스 명칭이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유통 플랫폼”이라고 공개했다.
허 대표는 루센트블록이 요구하는 게 결정을 뒤집거나 자동으로 인가를 달라는 건 절대 아니라면서 금융혁신지원특별법 21조에 따른 정식 인가 절차로 실증 성과와 규제 준수 능력을 심사받고 싶다고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가 21조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법령 위임 없이 최대 2곳이라는 경쟁 인가 방식을 도입했다고 지적하면서 “결과적으로 실험은 청년이 하고 열매는 기득권이 가져간 꼴”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 역시 거래소가 2개만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면서 3개가 있으면 조각 투자 산업이 망하냐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21조 절차가 의무 사항은 아니며 최대 2곳 방침은 사전에 발표했다고 답했다. 이어 절차는 공정했으며 인가 방법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충분히 공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혁신사업가가 느꼈을 좌절감에 공감하며 추가 인가에 대해선 시장이 형성되는 걸 봐가면서 인가를 더 줄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 정부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공감 목소리=정부 내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대전에서 허 대표를 만났다며 “샌드박스에서 뛰게 해놓고 본 게임이 시작되니 벤치에 앉히는 게 규제혁신의 결론이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루센트블록이 사용자 50만 명과 300억 원 규모 발행‧유통 실적을 쌓는 동안 금융 사고가 없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그는 금융위 인가 심사 결과와 절차는 존중되어야 하며 루센트블록에게 특혜나 자동 인가를 요구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경쟁자 하나 더 참여한다고 시장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라면서 총리나 금융위 관계자를 만나 예비인가 추가 신청을 포함한 재도전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지난 10월 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중 이언주 더블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면서 “수년에 걸쳐 규제 샌드박스를 성실하게 거쳤는데 막상 본 사업 진입 단계에서 탈락하는 것 자체가 제도에 대한 신뢰도, 실효성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성숙 총리는 10우러 15일 대전 ETRI에서 열린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 대토론회 중 루센트블록도 그렇고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 있고 현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발언했다.
허 대표는 지난 8월 한 인터뷰에서 “2828일간 꿈을 갖고 흘린 땀방울이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간절한 믿음으로 재도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공방은 22일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자리에는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가 증인으로 나와 인가 경쟁 참여 경위와 심사 공정성에 대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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