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고 대학 중 하나로 손꼽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는 컴퓨터 과학 및 AI 분야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연구 거점. 그런데 이 버클리 내 컴퓨터 과학 수업에서 AI 이용 확산과 수학 실력 저하가 두드러지면서 낙제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버클리 온라인 수업 검색·이수 계획 플랫폼인 버클리타임(Berkeleytime)에 따르면 올 봄 학기에는 컴퓨터 과학 강의인 CS10: 컴퓨팅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에서 수강생 35.3%, CS61A: 컴퓨터 프로그램 구조와 해석에서 수강생 10.6%가 F 학점 그러니까 낙제를 받았다.
2025년과 2024년 봄 학기에는 두 수업 모두 F 학점 비율이 10%를 넘은 적이 없었다. 또 버클리 전기공학·컴퓨터과학과 성적 평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CS10과 CS61A를 포함한 하급 과목 수강생 중 D~F 학점을 받는 비율은 7%에 그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하급 과목의 일반 GPA를 2.8~3.3 범위로 제시하고 있지만 올 봄 학기 CS10과 CS61A 평균 GPA는 2.3에 불과했다.
CS10과 CS61A 담당 교수는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높은 낙제율의 주된 원인으로 학생이 챗GPT·클로드·제미나이 등 AI 모델을 사용하는 데 따른 대폭적인 학업 부정행위 증가를 꼽았다. 올 봄 학기 CS10 강의에서는 학생 30명이 과제형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게 적발됐다.
이 교수는 낙제한 학생 중에는 부정행위가 발각되어 추궁을 받고 학생생활센터에 회부된 사례도 있다며 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학생이 대규모 언어 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시험 때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교수 강의에서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가 도입되어 있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인원에 관계없이 학점이 부여된다. 정해진 비율에 따라 A 학점을 받는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에 반대하며 교수가 사전에 성적 기준을 공개하고 모든 학생이 A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낙제자 급증 원인으로 AI 이용 확산을 지목하는 동시에 학생 기초 수학 실력 저하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른 버클리 교수도 같은 우려를 품고 있으며 실제로 올 봄 학기 EECS27: 공학에서의 최적화 모델 강의에서도 수강생의 수학적 사전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가 가르친 2026년 봄 학기 EECS27 낙제율은 16.8%로 가이드라인에서 상급 과목의 전형적인 D~F 학점 비율로 규정한 5%를 크게 상회했다.
EECS27 수강생은 선형대수학과 벡터 해석 등 수업을 이미 이수했다는 걸 전제로 한다. 하지만 오피스 아워 그러니까 교수진이 학생 질문을 받는 시간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많은 학생이 선형대수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느 학생은 대학에서 수강한 선형대수학 수업에서 인터넷과 AI 이용이 자유로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5월 25일에는 버클리 교수진이 대학 운영진 등에게 보내는 교육 체계에 관한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1,000명 이상 교수가 서명한 이 서한에서는 2027년 입학시험부터 이공계(STEM) 전공 지원자에게 전국 공통 학력시험인 SAT·ACT의 수학 점수 제출을 다시 의무화할 걸 요구하고 있다.
교수들은 AI 시대의 교수진은 더 많은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학생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비판적 사고력과 분석적 사고력을 갖추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동료가 자주 쓰는 혼란은 배움의 땀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많은 학생이 땀을 흘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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