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붐이 글로벌 IT 생태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챗GPT 등장 이후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투자가 집중되면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들은 혹독한 재평가에 직면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챗GPT 등장 이전에 마지막 자금 조달을 마친 스타트업 중 220개사가 2026년 시점에서 기업 가치 10억 달러를 밑돌며 유니콘 지위를 상실했다. 그 중에서도 소프트웨어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기존 SaaS 기업 타격이 가장 커 75개사가 유니콘 지위에서 탈락했다. 과거 연 40% 성장률을 보이던 SaaS 기업에 투자되던 벤처 자금은 현재 200% 성장을 기록하는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급격히 이동 중인 것. 비전문가도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은 기술적 한계와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있는 AI 거물은 잇달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클로드 개발사인 앤트로픽(Anthropic)은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S-1 등록신고서 초안을 제출하며 IPO 준비에 돌입했다. 앤트로픽은 최근 자금 조달을 통해 기업 가치 9,650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세계 최고 가치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이로부터 불과 1주일여 만에 경쟁사인 오픈AI 역시 기밀 처리된 비공개 방식으로 IPO를 위한 S-1 등록신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오픈AI는 이와 함께 자동 AI 연구자라는 새로운 구상을 발표했다. 이는 AI가 인간 연구원과 협력해 연구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는 시스템으로 2028년 3월까지 자사 연구 상당 부분을 AI 시스템이 수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동시에 오픈AI는 AI가 노동 시장, 고용주의 행동, 가계 복지, 지식 생산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외부 연구자들과 협력하는 오픈AI 경제 연구 교류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앤트로픽은 AI 시스템이 고도화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재귀적 자기 개선의 위험성에 대해 공식적인 경고를 내놓았다. 앤트로픽 내부에서는 AI 에이전트인 클로드 코드가 직원을 대신해 코딩 작업을 수행 중이며 현재 자사 코드베이스에 반영된 코드 80% 이상이 클로드에 의해 작성됐다. 앤트로픽은 인간 통제를 벗어나 AI가 스스로 차세대 AI를 훈련하는 루프가 완성될 경우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며 업계 전반의 협력과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앤트로픽은 보안 대책이 적용된 최고 성능의 신규 모델 클로드 페블 5와 특정 조직용으로 보안 제한이 해제된 클로드 미토스 5를 새롭게 출시했다. 페블 5는 장기간의 자율 작업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였으며 금융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는 팀 전체가 두 달 넘게 매달려야 했던 5,000만 줄 규모 코드 작업을 페블 5를 이용해 단 하루 만에 완료하기도 했다.
빅테크 기업의 AI 서비스 대중화 속도 역시 매섭다. 애플은 연례 개발자 회의인 WWDC26을 통해 자사 생태계에 AI를 융합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애플 인텔리전스와 구글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해 새롭게 탄생한 시리 AI가 큰 주목을 받았다. 시리 AI는 음성 명령 하나로 사진 검색, 리마인더 등록 등 기기 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사용자 개인의 평소 문체를 학습해 자연스러운 문장을 자동 생성해 준다. 애플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여 제3자가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도록 강력한 보안 체계를 마련했다. 또 클린업 기능을 비롯한 고도화된 사진 편집 툴과 고품질 이미지 생성을 지원하는 새로운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기능도 선보였으며 운영체제 전반에 리퀴드 글래스 아트워크가 적용된 iOS 27과 macOS 27도 함께 공개했다.
구글은 언어 장벽을 허무는 실시간 음성 번역 모델 제미나이 3.5 라이브 트랜슬레이트를 발표했다. 이 모델은 발화자의 억양, 말하는 속도, 음높이까지 자연스럽게 유지하면서 한국어를 포함한 70개 이상 언어로 음성을 즉시 번역해 준다. 현재 아고라, 피쉬잼, 라이브킷, 핍캣, 비전 에이전츠 등 개발자 플랫폼이 해당 API를 활용 중이며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인 그랩은 다국적 운전자와 이용자 간의 소통을 돕기 위해 이를 적극 시범 도입했다. 구글은 하반기부터 이 번역 기능을 화상회의 도구인 구글 미트와 스마트폰용 구글 번역 앱에도 전면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AI 기술 혜택은 의료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근연종의 유전자 데이터를 AI로 분석하여 수천 종의 변이 바이러스에 공통으로 작용하는 만능 슈퍼 항원 백신을 설계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설계된 유효 성분이 실제 인체 임상 시험에 돌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피부 위로 액체를 분사하는 마이크로젯 방식으로 투여된 이 백신은 안전성이 확인되었으며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이하더라도 효과를 유지하는 미래 대비형 기술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의 압도적인 하이테크 붐을 경험하려는 테크 투어리즘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투자자와 창업가는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위협하는 제조사 비야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로 주목받는 유니트리 로보틱스, AI 챗봇 유망 기업인 딥시크 등 중국 첨단 기술 현장을 시찰하기 위해 상하이와 선전 등으로 몰려들고 있다. 트립어드바이저와 같은 여행 플랫폼에서도 로봇 택시 탑승 체험이나 드론 배달 시연 등을 포함한 테크 투어 상품이 큰 인기를 끌며 기술 강국으로서 중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고 있다.
AI 혁신은 마침내 우주 인프라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인공위성 인터넷 스타링크(Starlink)는 이미 160여 개국에서 1,200만 명 이상 활성 고객을 확보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기존 위성보다 대역폭이 10배 넓고 지연 속도를 5ms 미만으로 줄인 3세대 위성을 앞세워 전체 운영 위성 수를 10만 기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행보는 궤도상 AI 데이터센터 구축이다. IPO를 앞둔 스페이스X는 태양광 발전으로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 위성 100만 기를 발사하기 위해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허가를 신청했다. IPO 목표 기업 가치가 1조 7,500억 달러에 달하는 이 회사는 2027년부터 본격적인 궤도상 실증에 나설 방침이다. 초기 데이터센터 위성에는 엔비디아 칩이 탑재되어, 지상의 물리적 제약을 벗어난 막대한 연산 능력을 우주에서 직접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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