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여러 기업이 원격근무를 도입했고 일부 기업은 유행이 잦아든 뒤에도 원격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내놓은 새 워킹페이퍼에서는 완전 원격근무 직원을 한 달에 하루만 출근시키면 어떻게 되는지를 검증했다.
유행 기간에는 IT 업계를 중심으로 사무실 근무에서 원격근무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원격근무를 하면 생산성과 사기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무실 근무 복귀를 밀어붙이고 있다.
연구팀은 터키 대형 아웃소싱 기업과 손잡고 통신사 고객 전화를 받는 고객서비스 담당자를 대상으로 9개월에 걸친 무작위 비교시험을 진행했다. 이 회사는 2020년 이후 원격근무를 기본으로 삼아왔지만 관리직에서는 팀 결속력 저하와 코칭 감소, 인력 정착률 부진 같은 문제가 보고됐다. 연구진은 원격근무 장점을 해치지 않는 수준의 대면 교류가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살폈다.
실험에는 희망자 가운데 근속 연수와 사무실까지 통근 거리 등을 고려해 뽑은 248명이 참여했고 124명씩 2개 그룹으로 나뉘었다. 한 그룹은 완전 원격근무를 이어갔고 다른 그룹은 2024년 8월부터 2025년 4월까지 한 달에 하루 정해진 날에 출근하도록 했다.
실험에서는 한 달에 하루 출근하는 것 말고 급여와 노동시간, 업무량, 업무 도구, 인센티브, 연수에는 변화를 두지 않았다. 대상자는 회사 셔틀버스로 사무실에 출근해 평소와 같은 근무시간에 늘 쓰던 노트북으로 일했고 동료와 식사나 커피 브레이크를 함께했다. 실험 기간 중 대상자 출근율은 95% 정도였다.
주요 생산성 지표로 쓴 시간당 통화 처리 건수를 비교하자 실험 시작 전에는 두 그룹 모두 시간당 평균 10.8건이었고 시작 뒤 몇 달 동안은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실험 시작 6~9개월이 지나자 출근하는 그룹 생산성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실험이 끝난 시점에 완전 원격근무 직원 평균 처리 건수가 11.5건이었던 데 비해 한 달에 하루 출근한 직원은 평균 12.4건을 기록했다.
출근 그룹 평균 통화 시간은 실험 전보다 짧아진 반면 사무 작업이나 전화 대기, 휴식에 쓴 시간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고객 만족도와 내부 감사 점수도 제자리여서 처리 속도 향상이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룹 단위 생산성 향상에는 직원 1인당 생산성이 올라간 데 더해 우수 인재가 잘 떠나지 않은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성과가 출근일 도입 직후가 아니라 서서히 쌓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새로움이나 일시적인 사기 상승이 원인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났다.
연구팀은 실험 기간이 끝난 시점에 직원 소통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도 조사했다. 그 결과 출근 그룹에 배정된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과 비교해 가장 자주 연락하는 동료 3명과 소통하는 데 쓰는 시간이 주당 36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근할 때 무작위로 배치된 좌석 위치를 기준으로 분석하자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상대와 교류가 늘어나는 것도 확인됐다.
출근 그룹 직원은 직장 환경 설문에서 상사에게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받는다거나 팀 안 소통이 잘 이뤄진다, 회사 문화에 잘 녹아들고 있다고 답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높았다. 반면 생활 만족도나 일과 삶 균형처럼 더 넓은 행복도 지표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개입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주목할 성과 가운데 하나는 직원 정착률 향상이다. 실험 기간 중 완전 원격근무 그룹 누적 이직률이 21%에 달한 데 비해 한 달에 하루 출근한 그룹은 13.7%에 그쳤다. 이 차이는 마지막 출근일 이후에도 이어져 다음에 그 사람을 만날 때까지는 그만두지 말자는 심리에 따른 지연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퇴직자를 들여다보면 완전 원격근무 그룹에서는 퇴직한 직원 쪽이 남은 직원보다 생산성이 다소 높았다. 반대로 한 달에 하루 출근한 그룹에서 이직한 직원은 남은 직원 쪽 생산성이 뚜렷하게 높았다. 연구팀은 한 달에 하루 대면 접촉으로 관리직이 우수 인재를 가려내기 쉬워지면서 붙잡아두는 데 도움이 된 게 아닌가 보고 있다.
비용 대비 효과 분석에서는 직원 124명이 한 달에 하루 출근하는 데 든 교통비와 식비, 사무공간 비용이 9개월간 1,820만원대(1만 3,000달러)에 달했다. 반면 이직률이 낮아지며 추정 9건 이직을 막아 896만원대(6,400달러)를 아꼈고 생산성 향상을 인건비로 환산하면 8,442만원대(6만 300달러)에 이르렀다. 이를 합치면 한 달에 하루 출근으로 줄인 비용이 들어간 비용의 5배 가량에 해당해 비용 대비 효과가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연구는 고도로 표준화된 인바운드 고객서비스 업무 환경에서 이뤄져 직원 간 업무 내용이 균일했다. 자유도가 높은 노동이나 원격근무 도입 경위가 다른 기업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오는지 알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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