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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전기차 대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기차 제조사가 많을 뿐 아니라 국민 사이 전기차 보급률도 꽤 높다. 새로운 연구에서 중국 고속철도망 발달이 전기차 보급을 뒷받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에서는 2024년 신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45%에 이르렀다. 유럽 25%, 미국 1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런 성공을 정부 보조금과 산업정책 덕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많은 나라가 비슷한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는데도 중국 같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에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홍콩중문대학교 연구팀은 중국 고속철도망 발달에 주목했다. 중국은 2008년부터 세계 최대이자 가장 빠른 고속철도망을 구축해 왔다. 2023년까지 총연장은 4만5,000㎞를 넘었고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 96%가 고속철도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고속철도와 전기차가 서로를 보완하고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장거리 운전 중 배터리가 바닥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편리한 고속철도를 중장거리 이동 수단으로 쓸 수 있다면 짧은 거리는 전기차로 다니고 먼 거리는 값싼 고속철도를 타는 식으로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논리다.

연구팀은 가설을 검증하려고 2010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중국 행정구역 328곳에 걸친 신차와 중고차 월별 판매량 데이터를 모았다. 대상 도시에 고속철도망이 들어서기 전과 후를 비교해 고속철도망 발달이 주민 전기차 구매에 영향을 줬는지 살폈다. 고속철도망은 한꺼번에 깔린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넓어졌기 때문에 이 연구에 알맞은 자연실험 효과가 생겼다.

분석 결과 고속철도망 개통은 해당 도시 전기차 시장점유율 1.22%포인트 상승과 관련이 있었다. 분석 기간 전기차 시장점유율 평균 증가율이 4%였던 점을 고려하면 고속철도망 발달에 따른 시장 확대 효과는 꽤 크다고 할 수 있다.

고속철도망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도시가 고속철도망에 연결된 뒤 첫 몇 년 동안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1%포인트 안팎 올랐고 이후에는 몇%포인트씩 늘었다. 고속철도 개통 전에는 나중에 연결되는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 사이 전기차 시장점유율 추이가 비슷했다. 전기차를 도입하기 좋은 도시가 고속철도망에 먼저 연결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추론했다. 고속철도망 덕분에 장거리 이동 걱정이 사라져 전기차 판매가 늘었다면 소비자는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로 옮겨갈 것이다. 그 결과 더 싼 전기차가 잘 팔려 전기차 평균 판매가격이 내려갔을 거라는 추론이다.

이를 확인하려고 고속철도망 발달과 전기차 판매 기록을 살펴본 결과 도시가 고속철도망에 연결되면 팔린 전기차의 최대 주행거리가 줄었다. 전기차 평균 거래가격도 6.37% 떨어졌다. 연구팀은 고속철도망이 믿을 만한 장거리 이동 대안이 되면서 소비자가 전기차 주행거리를 덜 신경 쓰게 된 증거로 이 결과를 해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속철도망에 연결된 도시가 전기차 충전망을 넓히는 경향이 있으며 충전망과 고속철도망 모두 전기차 보급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고속철도망이 혼자서 모든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도시 인프라 확충과 맞물려 효과를 낸다는 얘기다. 도시에 연결된 고속철도 속도가 시속 300㎞를 넘으면 전기차 보급과 관련성이 더 강해지고 부유한 중국 동부와 중부에서 전기차 보급이 두드러졌다는 결과도 나왔다.

보도에선 연구팀이 끌어낸 교훈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값싸고 폭넓게 쓸 수 있는 대중교통이 전기차 전환을 막는 숨은 장벽을 낮춰 친환경 차를 일부 부유층 사치품이 아닌 더 많은 소비자의 현실적인 선택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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