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7일 넥스트라이즈 2025 기간 중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선 2025년 예비창업패키지(이하 예창패) 프리-스타트업 론치 데이(Pre-Startup Launch Day) 행사가 열렸다. 벤처기업협회가 개최한 이 날 행사는 예창패 소셜 벤처 프로그램 일환으로 연 것. 이 날 행사에는 선배 창업자 2명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 선배 창업자가 예비 소셜 벤처 창업자에게 한 조언은 뭘까.
◇ 소셜 벤처 선배 창업자 조언 “핵심은 구체성”=I-ESG는 ESG에 특화된 통합 관리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 김종웅 대표가 후배 창업자에게 건넨 조언은 4가지다.
첫째 메시지를 뾰족하게 하라는 것. 김 대표는 두루뭉술한 선언적 얘기를 걷어내고 실제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둘째는 임팩트는 숫자로 말하라는 것. 쉽게 말해 정량화하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소셜 벤처의 가장 큰 도전은 사회적 임팩트와 수익 창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라면서 사회적 임팩트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려면 결국 수익 구조는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말라는 것. 시장 규모도 투자 유치도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I-ESG는 글로벌 시장에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다. 김 대표는 가설의 실제적인 검증, 타깃 시장에 대한 지속적 검증을 위해 해외 시장에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은 공공과 연대하라는 것이다. 비즈니스는 파트너십이라는 평범한 설명을 덧붙여놨지만 구체적인 부연 설명이 와닿는다. 소셜 벤처 입장에서 무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건 파트너십과 공공재로서의 활용 2가지가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어 무대에 오른 그리디언츠는 클린 뷰티 브랜드 운영 기업. 이 회사 김유재 대표는 후배 창업자에게 창업 초기 유기농 클린 뷰티 브랜드를 표방하다가 성분 중심으로 바꾼 일화를 꺼내들었다. 김 대표는 “의도를 소비자가 알려면 결국 접점이 필요하다”며 진정성만 있다고 해서 소비자가 아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진정성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

김 대표 역시 김종웅 대표와 마찬가지로 “뾰족하다”는 표현을 했다. “뾰족한 키워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품 중심으로 뾰족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뾰족한 그러니까 구체적인 키워드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그냥 유기농이고 깨끗하다는 말에서 구체적인 성분 중심 그러니까 효능이나 기능적 선택으로 바꾼 것이다. 김 대표는 인디 브랜드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면서 결국은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깃발을 꽂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뿌리를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들 두 선배 창업자가 뾰족하다는 표현을 동시에 말한 건 소셜 벤처의 그간 고민이나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셜 벤처가 더 이상 구체성 없는 사회 기여나 기부 같은 의미가 아닌 수익성과 사회적 임팩트를 동시에 창출할 균형 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뾰족함은 소셜 벤처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 I-ESG 글로벌 겨냥한 ‘AI 기반 토종 ESG 솔루션’=ESG 솔루션 기업 I-ESG(아이에스지)는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 기업의 ESG 규제 준수 난관을 해소한다. 한국에 명확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글로벌 1,000개 규제에 직면한 기업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한다. 이들의 솔루션은 ESG 데이터 수집, 정형화, 벤치마킹 및 리포트 생성을 자동화해 수억 원대 컨설팅을 대체하는 1,000만 원대라는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설명.
I-ESG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는 걸 소셜 벤처 임팩트로 정의하며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벤처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포스코 그룹 사내 벤처로 시작해 80억 원대 R&D 자금과 AI 기술 특허 13건을 확보했으며, 유엔 글로벌 컴팩트 및 비콥 인증으로 글로벌 신뢰도를 높였다. 높게 봐도 3조원대인 국내 시장 한계를 넘어 100조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목표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법인을 설립, 올해 글로벌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로부터 국내 ESG 솔루션에선 처음으로 역량을 인정받았고 공공 및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ESG 솔루션을 공공재처럼 활용하는 상생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 그리디언츠, 추상적 친환경보다 효능을=클린 뷰티 브랜드인 그리디언츠는 2021년 무라벨 화장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에 진출해 활발히 활동 중이며 지난해 상반기 매출 150억 원을 달성한 바 있으며 연말 3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리브영이나 왓슨스, 아마존 등 국내외 주요 유통 채널에서 확장 중이다.
그리디언츠는 초기에는 무라벨 제품 출시가 환경 보호라는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소비자가 브랜드 의도를 바로 알아주지 않는다는 걸 파악하고 이후에는 라벨을 쉽게 뗄 수 있는 이지필 라벨로 바꾸며 소통 방식을 전환했다.
그리디언츠는 소비자가 원하는 게 추상적인 친환경보다 효능이나 기능이라는 걸 파악하고 제품 중심 전략으로 선회했다. 피부 진정, 속 보습 같은 뾰족한 키워드로 기능성 제품 개발에 집중, 높은 고객 리뷰를 확보했다. 모든 역량을 분산하기보다 핵심 제품에 집중하며 유통 채널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 결과다.
글로벌 진출에서는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시장에 뿌리내리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해외 전시회 및 현지 파트너와의 신뢰 관계 구축에 힘쓰는 한편 단순 유통사를 넘어 현지에서 브랜드를 함께 성장시킬 파트너십을 통해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및 중동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며 단기간 내 높은 투자 유치 성과를 바탕으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날 행사에 참여한 선배 창업자는 모두 벤처기업협회가 진행 중인 소셜 벤처를 위한 예창패 출신 기업이다. 김진숙 벤처기업협회 부장은 “예창패를 거친 선배 창업 기업은 파편화되어 있는 다른 곳과 달리 협회가 운영 중인 영CEO(YOUNG CEO)나 PSWC 같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해 네트워크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