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NA 컴퓨터는 실리콘 칩 대신 DNA의 화학적 성질을 이용해 계산과 정보 저장을 수행하는 초소형 계산 시스템이다. DNA는 에너지 없이도 장기간 정보를 저장할 수 있지만 계산을 실행하기 위한 안정적인 동력원을 찾는 게 오랜 과제였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연구팀이 이 과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열을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DNA 컴퓨터는 평소 사용하는 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로 작동하는 계산기다. 일반 컴퓨터가 실리콘 칩 위를 흐르는 전기 온·오프를 이용해 계산하는 것과 달리 DNA 컴퓨터는 DNA 분자가 가진 화학적 성질을 활용한다. 프로그램과 데이터는 특정 염기서열을 가진 DNA 가닥 그 자체이며 이들이 시험관 안에서 설계대로 결합하거나 분리되는 화학반응의 연쇄가 계산에 해당한다.
DNA 컴퓨터가 지닌 장점은 놀라운 정보 기록 밀도와 에너지 절약 성능이다. DNA는 작은 분자이면서도 방대한 정보를 기록할 수 있으며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그 정보를 수백만 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DNA 컴퓨터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려면 생물체 아데노신 삼인산(ATP)과 같은 보편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DNA 컴퓨터를 열로 반복적으로 충전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1회용이 기본이었던 복잡한 분자 회로를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특정 DNA 가닥을 헤어핀이라 불리는 접힌 구조로 설계하고 동적 트랩이라는 에너지가 축적된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헤어핀 구조는 외부에서 ‘입력’이 되는 다른 DNA 가닥이 추가되면 풀려서 계산이 실행된다. 그리고 계산이 끝난 회로를 95℃ 정도까지 가열하면 모든 DNA 결합이 풀려 단일 가닥 상태로 돌아간다.
그 후 시스템을 냉각하면 DNA 가닥은 에너지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상태가 아닌 원래의 헤어핀 구조로 빠르게 복귀한다. 이를 통해 회로는 다시 계산이 가능한 고에너지 상태로 충전되는 것. 이 가열과 냉각 사이클은 수 분 만에 완료되며 화학 연료와 달리 유해 폐기물을 축적시키지 않아 성능 저하 없이 반복 사용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연구팀은 또 이 기술 유효성을 보여주기 위해 DNA 컴퓨터를 사용해 100비트 입력을 가진 DNA 신경망을 구축하, 손으로 쓴 숫자 ‘6’과 ‘7’을 올바르게 분류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는 서로 다른 손글씨 숫자 패턴을 연속으로 10회 입력하고 그때마다 열을 통한 재설정과 재충전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시스템은 성능을 유지한 채 10라운드에 걸쳐 안정적으로 올바른 분류를 계속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는 이 기술이 단순한 회로 뿐 아니라 200종 이상 분자가 관여하는 복잡한 대규모 시스템에도 적용 가능함을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설정을 위해 DNA를 반복적으로 고온에 노출시켜 DNA 자체가 분해되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실험에서 재설정을 100회 반복하자 가열 시간이 길 경우 계산 성능이 명확히 저하되는 게 확인됐다. 연구팀은 1분간 가열이라면 재설정 횟수 상한선이 1,000회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계산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설계를 하면 재설정 성공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연구자는 속도와 재사용성 균형을 고려해 최적의 설계를 선택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논했다.
한 연구자는 이번 연구에 대해 이 기술은 온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재설정할 수 있다는 실로 교묘한 것이라며 온오프 스위치로 사용할 수 있고 매우 단순해서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또 다른 전문가는 열이 DNA 컴퓨터의 에너지원이 되는 건 흥미롭다고 생각하지만 ATP 등의 분자를 사용하면 같은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논평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AI서머리] 제주소금, 시드 투자 유치‧日 조조타운에 ‘무신사 숍’ 공식 오픈](https://startuprecipe.co.kr/wp-content/uploads/2025/10/251010_jejusalt_00042343-75x7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