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AI 인프라 부문에서의 기록적인 대규모 자금 조달과 함께, 핀테크, 법률, 배송 등 특정 산업 분야를 혁신하는 스타트업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 중에서도 유럽과 인도 시장에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고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기술 혁신의 범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 유럽, AI 인프라 부문에서 역대급 투자 유치=영국에 본사를 둔 AI 인프라 플랫폼 Nscale은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억 달러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Nscale은 GPU 배포 및 AI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할 계획이며 이 자금은 유럽, 북미, 중동 전역에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사용된다. 이번 투자에는 Aker ASA가 주도했으며, 기존 주주인 Sandton Capital과 Blue Owl, Dell, Fidelity Management & Research Company, G Squared, Nokia, NVIDIA, Point72, T.Capital 등이 참여했다. Nscale은 이미 Microsoft, NVIDIA, OpenAI와 협력하여 영국과 노르웨이에서 Stargat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AI 배포 플랫폼 Modular 역시 3번째 펀딩 라운드에서 2억 5,000만 달러를 확보하며 기업 가치 16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Modular는 개발자가 CPU, GPU, ASIC 등 다양한 컴퓨터 칩 환경에서 AI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Nvidia와 AMD, Apple 등의 아키텍처를 지원한다. 이 회사는 Google Ventures, General Catalyst, Greylock Ventures 등 기존 투자자 참여와 함께 Thomas Tull의 US Innovative Technology Fund와 DFJ Growth가 주도했다.
또 엔터프라이즈 AI 모델 개발사 Cohere는 8월에 발표했던 투자 라운드의 연장으로 1억 달러를 추가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7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Cohere는 주요 경쟁사인 Nvidia와 달리 투자사이기도 한 AMD와 파트너십을 맺고 Command-family AI 모델을 AMD의 Instinct GPU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 AI 응용 분야: 법률, 채용, 앱 개발 전반 효율성 증대=AI는 특정 산업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솔루션으로 활발히 투자되고 있다. 법률 AI 스타트업 Superpanel은 원고 법무법인의 법률 접수(Legal Intake) 과정을 자동화하는 플랫폼으로 53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Superpanel은 의뢰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및 문서 수집 등 법률 접수 작업의 절반을 자동화하는 ‘디지털 팀원’ 역할을 수행하며, Clio Grow, LegalClerk.ai, MyCase, Whippy.ai 등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라운드는 Outlander VC와 Field Ventures가 공동으로 주도했으며, LOI Venture, Zenda Capital, 8-Bit Capital, Behind Genius Ventures 등이 참여했다.

인공지능 채용 시장에서는 Juicebox가 LLM 기반 검색 엔진(PeopleGPT)으로 3,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포함해 총 3,600만 달러를 확보했다. Juicebox는 자연어를 사용해 후보자 정보를 추론하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며 소규모 스타트업부터 Cognition, Ramp, Perplexity 같은 대기업까지 2,500개 이상 고객을 확보했다. 투자는 Sequoia가 주도했다. 경쟁사인 Eightfold 역시 AI 검색 기능을 추가하며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앱 개발 분야에서는 노코드(No-code) 플랫폼이 주목받았다. AI 기반 노코드 앱 빌더 Emergent는 Lightspeed Venture Partners가 주도하고 Prosus, Together Fund, Y Combinator가 참여한 시리즈 A 라운드에서 2,300만 달러를 유치했다. Emergent는 출시 90일 만에 연간 반복 매출(ARR) 1,500만 달러를 달성하며 급성장 중이다. 인도 스타트업 Rocket.new 또한 자연어 프롬프트를 통해 완성된 프로덕션 앱을 구축할 수 있는 AI 플랫폼으로 Salesforce Ventures가 주도한 시드 라운드에서 1,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Accel과 Together Fund도 이번 라운드에 참여했으며 Rocket.new는 Lovable, Cursor, Bolt, Replit 등 경쟁사에 맞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 핀테크 및 이커머스 시장: 유니콘 탄생과 글로벌 확장=핀테크 분야에서는 유니콘 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영국 핀테크 기업 Tide는 TPG의 The Rise Fund가 주도한 1억 2천만 달러의 투자 유치로 15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지위를 획득했다. Tide는 현재 전 세계 160만 개 이상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통합 비즈니스 플랫폼을 제공하며, 특히 인도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을 보였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업 RedotPay 역시 4,700만 달러 전략적 투자 유치와 함께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Coinbase Ventures, Galaxy Ventures, Vertex Ventures가 이번 라운드에 참여했다. RedotPay는 출시 이후 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총 결제 규모(TPV) 100억 달러를 처리했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영국 블록체인 결제 기업 Fnality는 WisdomTree, Bank of America, Citi, KBC Group, Temasek, Tradeweb 등이 참여한 시리즈 C 라운드에서 1억 3,600만 달러를 유치하며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스타트업 Bastion은 Coinbase Ventures가 주도하고 일본의 Sony, 한국의 Samsung 투자 부문, A16z 등이 참여한 라운드에서 1,460만 달러를 확보했다. 암호화폐 네오뱅크에서 피벗한 Shield는 Giant Ventures 주도로 5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국경 간 무역 결제를 지원한다.
인도 핀테크 시장도 주목받았다. 벵갈루루 기반의 디지털 금 핀테크 Gullak은 Chiratae Ventures가 주도한 시리즈 A 라운드에서 750만 달러를 유치하며 인도인들의 금 선호 현상을 모바일 시대에 맞게 재편하려 한다. 월마트가 지원하는 Flipkart India Pvt.는 핀테크 사업부인 Supermoney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디지털 결제, 대출, 주식 중개 서비스 확장에 집중했다.
이커머스 및 물류 혁신 분야에서도 중요한 딜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단기 렌탈 플랫폼 Gathern은 Sanabil Investments가 주도한 시리즈 B 라운드에서 7,200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10억 사우디 리얄(2억 6,6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빌 게이츠의 딸인 Phoebe Gates와 Sophia Kianni가 공동 설립한 패션 쇼핑 앱 Phia는 Kleiner Perkins가 주도하고 Kris Jenner, Hailey Bieber 등이 참여한 시드 라운드에서 8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배송 효율화 기업 Doorstep은 표준 GPS가 작동하지 않는 건물 내부 ‘라스트 마일’ 추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Canaan Partners가 주도한 80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Uber Eats나 DoorDash 같은 배달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하여 분쟁 해결을 자동화한다.

◇ 모빌리티, 딥테크, 그리고 정책적 난관=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전기차 스타트업 Telo가 도시형 소형 전기 트럭(MT1) 개발을 위해 2,000만 달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디자이너인 Yves Béhar와 Tesla 공동 창업자인 Marc Tarpenning이 공동 주도했으며, Salesforce CEO Marc Benioff, TO VC, E12 Ventures, Neo 등도 투자에 참여했다. 인도 전기 이륜차 제조사 Simple Energy는 Thyrocare의 가족 사무소인 Arokiaswamy Velumani가 주도한 라운드에서 1,000만 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딥테크 및 방위 산업 부문에서는 Auterion이 방위 산업용 자율 시스템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로서 1억 3,000만 달러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의 AI 지원 소프트웨어는 상업용 드론을 공중, 지상, 해상에서 작동하는 조정된 전투 부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Bessemer Venture Partners가 투자를 주도했다. 인도의 클린테크 스타트업 Chakr Innovation은 Iron Pillar가 주도한 시리즈 C 펀딩에서 2,300만 달러를 확보해 제조 능력 확장과 R&D(알루미늄-공기 기술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의 수중 로봇 스타트업 BeeX는 해양 인프라 검사 혁신을 위해 74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한편 미국의 H-1B 비자 신청 수수료가 10만 달러로 인상되면서 기술 스타트업이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AI 스타트업 Vectara의 창업자 Amr Awadallah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이 조치가 Iterate, Exa.ai 같은 소규모 스타트업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급여 회사인 Native Teams의 CEO는 이로 인해 미국 기업이 해외 아웃소싱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 글로벌 전략적 투자와 시장 동향=영국 은행 NatWest는 인도 스타트업에 최대 2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하며, 특히 핀테크 및 에이전틱 AI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VC Antares Ventures는 독일 유망 스타트업에 755만 달러를 투자하며 유럽 기술 혁신에 대한 아시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싱가포르 IoT 솔루션 제공업체 iSense Global은 중국 기업 DNAKE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고 제조 시설을 DNAKE로 이전할 예정이다.

교육 기술 분야에서는 인도 에듀테크 기업 Vedantu가 ABC World Asia, Accel, Omidyar Network 등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1,1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경쟁사인 PhysicsWallah는 IPO 수익금으로 5,527만 달러를 투자해 하이브리드 학습 센터를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Oura Health Oy는 8억 7,5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E 펀딩을 진행 중이며, 기업 가치가 1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용품 대기업 Medline은 50억 달러 규모 IPO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상장이 현실화될 경우 2025년 미국 최대 신규 상장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인도 특수 화학 스타트업 Distil은 Jungle Ventures와 CE-Ventures가 공동 주도한 시리즈 A 투자에서 770만 달러를 확보하며 미국 및 MENA 지역으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 액셀러레이터 Iterative는 아시아 지역 시드 및 시리즈 A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Scale Program’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