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꼭 한국어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어져야 합니다.”
라비 샨카르 판딧 코넥트(KONNECT) 대표는 글로벌스타트업포럼에 참여해 “한국은 이미 글로벌 국가로 진입했음에도 사업의 대부분 과정이 한국어로만 진행된다”며 “더 많은 다양성이 필요하고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행정 문서가 한국어로만 제공돼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가 언어 장벽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20일 스타트업벤처캠퍼스에서 열린 글로벌스타트업포럼에서 한국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창업자들이 한국 창업 생태계의 현실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번 행사는 스타트업 성장 사례, 투자자 인사이트, 글로벌 네트워킹 기회를 조명하고 협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패널토론에는 왕징룽 아론(AARON) 대표, 라비 샨카르 판딧(Ravi Shankar Pandit) 코넥트(KONNECT) 대표, 셀리나 리 알바랩스(Arbalabs) 매니저 등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수상 팀 등이 참여했다. 스타트업 지원 기관으로는 폴 권 경기창조혁신센터 팀리드, 송명수 펜벤처스 대표가 함께했다.
참가자들이 한국을 창업 거점으로 선택한 이유는 다양했지만 공통적으로 시장 접근성과 생태계 개방성을 꼽았다. 라이브커머스 분야에서 활동하는 왕징룽 대표는 데이터를 근거로 한국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동남아시아는 진입이 쉽지만 건당 거래 단가가 약 4달러에 불과한 반면, 한국·일본·미국 같은 선진국 시장은 40~50달러 수준”이라며 “한국에서 라이브 테스트를 시작한 지 2~3시간 만에 대만, 일본, 중국에서 매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한 달 이상 데이터를 다듬어야 매출이 나오지만 한국은 훨씬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한국을 발판 삼아 일본·미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셀리나 리 매니저는 “CEO가 한국을 제조 허브로 만들고 싶어한다”며 “한국에서 모듈과 소프트웨어를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알바랩스는 유럽 에스토니아에도 오피스를 두고 있으며 한국과 유럽을 잇는 브릿지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창업자들은 한국에 대한 기대와 함께 현실적인 어려움도 전했다. 라비 샨카르 판딧 대표는 “가장 큰 도전은 자금 조달이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이라고 짚었다. 그는 “처음 한국 시장을 탐색할 때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정부 보조금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실제로 받기는 매우 어렵다. 잘못된 기대를 갖기보다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중에서도 고충이 나왔다. 한 스페인 출신 창업자는 “한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사람보다 학력 배경을 더 중시하는 문화”라고 말했다. 스페인·중국·일본·한국에서 영업팀을 이끌고 창업 경험도 있지만,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여러 번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의 개방성이 글로벌 스타트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된다는 시각도 있었다. 칠레의 벤처캐피털 펀드에서 일하는 한 창업자는 현재 아시아 스타트업들이 라틴아메리카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한국이 가장 접근하기 쉽고 창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아시스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이 있고 사람들도 매우 개방적”이라고 설명했다.
폴 권 팀리드는 “한국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인센티브도 많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 같은 기관의 플랫폼을 꾸준히 팔로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를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글로벌 스타트업에게 한국에 머물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과 자금 지원, 이 두 가지를 핵심 목표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널들은 한국에서 사업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로 로컬 파트너십 구축을 꼽았다. 셀리나 리 매니저는 한국 우주 프로젝트에 자사 솔루션이 채택된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시장, 특히 TIPS 등에 진입하려면 한국 기업과의 네트워킹과 현지 활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알바랩스는 한국 로컬 기업과 협업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양측 모두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컬 파트너십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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