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소상공인 전용 신용평가체계인 SCB(Small-business & self-ownership Credit Bureau)를 8월 말부터 은행권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 대표자 개인에 대한 과거 금융이력에 의존해 온 소상공인 신용평가에 사업체 미래 성장성을 별도 지표로 얹는 방식으로 국내 신용평가 관행을 바꾸려는 것.
금융위는 지난 7월 27일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 신용인프라 분과회의 겸 제7차 신용평가체계 개편 T/F를 열고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시범운영 대상은 당초 7개 은행 1.8조원 규모에서 16개 은행 2.2조원 규모 사업자 대출로 확대됐다. 기업·신한·국민·우리·농협·하나·제주은행이 8월 말부터 먼저 적용하고 케이·카카오·토스·수협·iM·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이 하반기 중 순차적으로 합류한다.
◇ 신용평가체계를 바꾸려는 이유는?=그렇다면 이렇게 신용평가체계를 바꾸려는 이유는 뭘까. 현행 CB 등급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앞서 잠깐 언급했듯 과거 이력을 중심으로 한 후행 평가라는 것이다. 연체·대출·카드 사용 내역처럼 이미 발생한 금융 거래를 근거 삼아 위험을 가려내는 구조다. 지금은 매출도 늘고 상권이 좋아지는 등 사업체 변화가 있어도 등급에 반영하지 못한다.
또 다른 문제는 사업체가 아니라 대표를 본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도 주민등록번호를 바탕으로 한 개인신용정보 위주로 심사를 받아 업력, 업종, 매출액, 상거래 정보 같은 사업장 정보는 평가에서 빠진다. 이런 게 빠지니 사업 성장성이나 안정성을 가려낼 근거도 없다. 당연히 금융회사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한도를 낮춰 잡게 된다.
이런 구조 탓에 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업자는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창업 초기 혹은 대출이나 카드 사용이 적은 소상공인이라면 상황 능력과는 무관하게 낮은 등급을 받아 제도권 금융 접근 자체가 막힌다.
물론 정부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지난 2016년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대출을 내놓은 바 있다. 신용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은행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이들이 곧바로 고금리 시장으로 가게 되고 실제 신용위험보다 비싼 이자를 물다가 부실화되는 흐름을 끊자는 취지였다. 사잇돌대출은 SGI서울보증이 보증서를 발급해 손실 일부를 떠안는 구조를 취했다.
문제는 사잇돌대출도 개인사업자를 사실상 일반 개인과 같은 방식으로 심사해왔다는 것이다. 앞서 밝힌 주민등록번호 기반 소득·연체·대출 이력이 판단 근거였던 것. 결국 개인사업자 사잇돌대출 월평균 공급액은 초기에 비해 지난해에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심사 항목이 사업자 특성을 담지 못한 결과가 실제 자금 공급 축소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문제는 결국 금리 부담을 키우게 된다. 은행 문턱을 못 넘은 중신용 사업자는 제2금융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중신용자 가운데 25.6%가 제2금융권을 이용했다고 한다.
◇ SCB=신용등급+성장등급=이번에 시범 도입하는 SCB는 앞서 설명한 기존 사업자 CB등급에 성장등급(S등급)을 더해 최종 등급을 산출하는 구조다. 기존 신용이라는 과거에 성장성이라는 미래를 결합했다는 얘기다.
신용정보원이 매출 성장률, 동일 업종·지역 평균 대비 생산 역량, 사업 지속성과 고용 유지, 온라인 플랫폼 활동 지표 등을 AI 모형으로 분석해 성장등급을 매기면 CB사는 이를 신용등급과 결합한 SCB등급을 금융회사에 보낸다. 성장등급이 높은 사업자라면 기존 신용등급보다 한 단계 위 대우를 받아 대출 승인 가능성이나 한도, 금리에서 모두 우대를 받는다. 모형은 도소매업·숙박음식업·서비스업·기술업 4개 업종군으로 세분화했고 계량 평가에 더해 사업장 접근성, 상권 수익성과 포화도, 인증·업력 같은 비계량 요소를 점검하는 정성평가 체크리스트가 등급 상향 요인으로 붙는다.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도 새로 짰다. 카드·현금 결제 기반 매출 추정치, 우편번호 단위 상권지수, VAN·POS 거래 요약정보, 노란우산 등 공제 납부 이력, 고용·산재보험 피보험자 수, 온라인 플랫폼 활동성 지표 등을 월 단위로 수집해 소상공인 전용 DB에 쌓는다. 그간 제도권 금융이 활용하지 못하던 비금융 데이터가 여신심사에 편입되는 셈이다.
기존 CB등급 vs SCB등급 차이점
| 구분 | 기존 CB등급 | SCB등급 |
| 평가 대상 | 대표자 개인(주민등록번호 기준) | 사업자(사업자번호 기준) |
| 평가 관점 | 과거 금융이력에 근거한 위험 선별 | 위험 선별 + 미래 성장가능성 평가 |
| 핵심 데이터 | 대출·카드·연체 내역 등 금융정보 | 매출 추정, 상권지수, VAN·POS 거래, 공제 납부,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온라인 플랫폼 활동성 등 비금융정보 결합 |
| 모형 구조 | 단일 신용평가모형 | 사업자 CB등급 + 성장등급(S등급) 결합, 계량 AI 모형과 비계량 정성평가 체크리스트 병행 |
| 업종 구분 | 업종별 세분화 미흡 | 도소매업·숙박음식업·서비스업·기술업 4개 모형으로 세분화 |
| 산출 체계 | CB사가 단독 산출 | 신용정보원이 성장등급 산출 → CB사가 결합해 금융회사에 송부 |
| 등급 결과 | 금융이력이 얕으면 등급 상승 여지 제한 | 성장등급이 높으면 CB등급을 상향해 최종 등급 산출 |
| 차주 효과 | 대출 거절, 낮은 한도, 높은 금리로 이어지기 쉬움 | 대출 승인 가능성 확대, 한도 상향, 금리 우대, 정책금융·보증 연계 |
| 적용 현황 | 전 금융권 상시 적용 | 16개 은행 2.2조원 규모 시범운영(’26.8월말~),’27년 지역신보,’28년 전금융권 확대 예정 |
실제로 금융위가 밝힌 소상공인 전용 DB 구축안을 보면 데이터 출처가 금융권 외에 중소기업중앙회 공제 납부 이력, 근로복지공단 고용보험 정보, 온라인 플랫폼 활동 지표까지 끌어온다. 기존 CB사가 보유하고 있던 정보가 아니다. 또 눈길을 끄는 건 제공 단위. 사업자와 우편번호로 나뉘는 것이다. 매출·고용·공제 등 개별 사업체를 특정하는 정보는 사업자 단위로, 상권 지수와 코호트 정보는 우편번호 단위로 수집한다. 특정 매장 성과와 해당 매장이 위치한 상권 환경을 분리해서 평가하려는 것이다.
이들 정보는 대부분 월 단위로 갱신된다. 이 DB는 앞으로 소상공인 성장금융 데이터센터(SDB)라는 명칭으로 계속 확장될 예정이다. 카드매출과 에너지 사용량 등 성장성과 관계가 있는 추가 데이터를 계속 발굴하겠다는 것도 향후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소상공인 전용 DB 구성
| 구분 | 정보 내용 | 제공 단위 | 수집 주기 | 제공처 |
| 사업자 매출 추정 정보 | 카드·현금 결제 정보를 기반으로 추정한 가맹점 매출 데이터 | 사업자 | 월 | CB 3사 |
| 상권 지수 정보 | 상권별 수익성·안정성·활동성·포화도 지수 | 우편번호 | 월 | KCB |
| 결제 거래정보 | 사업장별 VAN·POS 기반 요약 항목(최근 3개월·6개월 평균 거래 규모 등) | 사업자 | 월 | NICE |
| 상권·금융 코호트 정보 | 전국 상권 및 금융정보 요약(사업장 반경 500m·1km·5km 기준 평균 매출액, 거주자 수, 연소득 등) | 우편번호 | 분기 | NICE |
| 소상공인 공제 정보 | 노란우산·공제기금·파란우산·PL보험 관련 납부 금액 및 성실납부 기간 | 사업자 | 월 | 중소기업중앙회 |
| 사업 지속성 정보 | 카드거래실적, VAN·POS 거래정보, 가맹계약 상태를 활용한 지속성 지표(최장 영업 부재기간 기반 영업징후 수준, 범주형) | 사업자 | 월 | NICE |
| 상시근로자 정보 | 고용·산재보험 피보험자 수, 연구개발 전담인력 수 | 사업자 | 월 | 근로복지공단 |
| 온라인 플랫폼 정보 | 온라인 플랫폼 데이터 기반 사업자 활동성·성장성 지수 | 사업자 | 월 |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
SCB는 개별 평가모형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정책과도 이어진다. 금융위는 지난 4월 27일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에서 개인사업자 전용 사잇돌대출을 예고한 바 있다. 10월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이 상품은 한도가 기존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늘고 연간 공급 규모도 1,000억 원에서 최대 1,500억 원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SCB 성장등급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장성 있는 중신용 개인사업자에게 금리 우대를 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SCB 적용 범위는 단계적으로 넓어진다. 2027년부터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심사·평가에 SCB가 반영되고 이후 전 은행권과 지역신보를 거쳐 2028년부터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겠다는 일정을 내걸었다.
물론 성장성을 반영하는 게 금융권 부실 위험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지난 5월 은행권 파일럿 테스트에서 고성장등급 소상공인 CB등급을 올려도 신용 위험 판단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걸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실제 대출을 실행한 이후 상환 성과는 시범 운영을 거쳐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번 SCB 시범 도입이 뜻하는 의도는 분명하다. 제2금융권으로 밀려 실제 신용위험보다 높은 이자를 내던 중신용 자영업자를 다시 중금리 구간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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