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빠르게 진행되는 일이 일본에서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신뢰는 더욱 단단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키요코 하시바(Kiyoko Hashiba) 도쿄도청 국장은 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Try Everything 2026 서울-도쿄 브리지: 한·일 시장 진출 전략 패널토론에서 일본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의 만남이 아니라 반복적인 관계 형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열심히 노력하고 사람들을 자주 만나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패널토론에는 하시바 국장을 비롯해 김혜진 IMM인베스트먼트 매니징 디렉터, 김도환 뉴빌리티 CBO, 박종범 아이핀랩스 총괄 등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한국과 일본의 사업 문화 차이를 두고는 ‘속도’와 ‘신뢰’가 주요 키워드로 제시됐다. 한국 기업이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강점으로 삼는다면 일본에서는 파트너와의 관계를 충분히 쌓고 사업의 역할과 위험 요소를 꼼꼼하게 조율한 뒤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단순히 현지 행사에 참가하거나 한 차례 미팅을 갖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패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나 기관의 지원 프로그램과 스타트업 행사 등은 일본 기업과의 첫 연결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첫 만남만으로 협업이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점도 강조됐다.
하시바 국장은 단순히 한 번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일본을 방문해 현지 커뮤니티와 교류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계는 투자뿐 아니라 고객 확보와 기술 협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 기업과의 협업에서는 속도보다 사전 조율과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역할과 기대 수준, 위험 요소, 성과 지표 등을 세밀하게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실제 프로젝트나 PoC에 착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신뢰가 형성되면 이후 협업은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결국 일본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빠르게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만나며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이러한 관계 형성과 시장 진입을 돕는 현지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일본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시테크 도쿄(SusHi Tech Tokyo)도 소개됐다. 스시테크 도쿄는 도쿄도가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스타트업이 다양한 기업 및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딥테크, IoT, 로보틱스, 빅데이터 등 다양한 첨단 분야의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도쿄데스크(Tokyo Desk)를 통해 도쿄 시장 진출 방법과 현지 지원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패널토론에 이어 피칭 세션에서는 이러한 생태계를 바탕으로 성장 중인 일본 스타트업 3곳의 사업 사례가 소개됐다. 첫 발표에 나선 그린카본(Green Carbon)은 자연 기반 탄소배출권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기후테크 기업으로, 일본을 시작으로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 태국 등 10개국 이상에서 벼농사, 산림, 맹그로브 복원, 바이오차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린카본의 애그린(Agreen)은 농가 등록부터 현장 데이터 수집, 프로젝트 문서 관리, 수익 시뮬레이션, 모니터링, 탄소배출권 관리까지 한곳에서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농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해 탄소배출권 프로젝트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어 시에르파앤드코(Cierpa & Co.)가 소개됐다. 시에르파앤드코는 ESG 공시와 지속가능성 보고를 데이터와 AI를 통해 효율화하는 기업이다. 대표 플랫폼인 스마트ESG(SmartESG)는 기업 곳곳에 흩어진 ESG 데이터를 통합하고 데이터 수집과 업무 절차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기에 AI를 활용해 ESG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 초안을 작성하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발표에서는 이 같은 자동화 기능을 통해 고객사의 ESG 기록 업무를 63% 줄였다는 성과도 소개됐다. 대만에서는 KPMG 타이완과 사업 제휴를 맺는 등 아시아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의 프라임 상장기업 100곳 이상이 스마트ESG를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러스(Morris)는 일본의 전통적인 양잠 산업을 예방적 헬스케어와 연결한 기업이다. 일본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실크 생산 과정에 주목해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를 활용한 영양 제품 모어 실크(More Silk)를 개발했다. 모리스는 자신을 단순한 곤충 단백질 기업이 아니라 전통과 영양을 결합해 예방적 헬스케어의 공백을 채우는 기업으로 설명한다. 기존의 생활습관 개선과 의약품 치료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영양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모어 실크는 캡슐, 차 형태의 분말, 단백질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으며 한국을 새로운 시장 기회로 주목하고 있다.
이날 피칭에 참여한 세 기업은 행사장 내 글로벌존에도 전시 부스를 마련해 참관객을 맞았다.
한편 서울시는 9월 9일부터 10일까지 DDP에서 ‘AI Changes Everything, Now Try Everything’을 주제로 Try Everything 2026을 개최한다. 국내외 스타트업과 투자자, 대기업, 창업지원기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로 올해는 국내외 스타트업 80개사와 11개국 18개 기관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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