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결제 내역과 개인정보가 국외 기업에 넘어간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유럽에서는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국외 결제 수단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독자적인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1월 아일랜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럽에서의 카드 결제와 모바일 결제의 거의 전부가 비자나 마스터카드, 페이팔, 알리바바 같은 미국이나 중국 인프라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럽은 독자적인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긴급히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보도에선 유럽인이 카드를 탭하거나 온라인으로 결제하거나 친구와 청구서를 나눌 때마다 그 거래는 미국 기업이 소유·운영하는 인프라를 경유해 이뤄진다며 카드 결제는 EU 무현금 거래 전체 56%를 차지한다며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얼마에 샀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항상 유럽 관할권 밖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 등에 대한 의존에 대해서는 에너지나 방위 산업, 자원, 식량 등 분야가 다뤄지는 경우가 많은 반면 디지털 결제에 대해서는 논의의 사각지대가 되기 쉽다. 소비자 대부분은 자신의 데이터가 일상적으로 국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나 미국이 그럴 마음만 먹으면 결제 서비스를 중단시켜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러시아 국내에서의 결제를 중단했다.
유럽에 있는 16개 은행과 금융 서비스 회사가 지원하는 통합 디지털 결제 서비스 EPI(European Payments InitiativeI) 마르티나 바이마르트 CEO는 유럽이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을 조속히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에는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카드 제도 등 우수한 자산이 있지만 국경을 넘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유럽의 자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대안이 될 결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EPI는 2024년에 유럽 독자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Wero를 출시했다. Wero는 중개업자나 카드를 필요로 하지 않고 전화번호만으로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로 이미 Wero는 벨기에·프랑스·독일에서 사용자 4,850만 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2025년 말에 소매 결제 서비스가 시작됐고 프랑스와 벨기에에서도 2026년에 서비스 개시 예정이다.
그리고 2월 2일 유럽 독자 결제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하는 EuroPA Alliance가 EPI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EuroPA는 이탈리아 은행 간 네트워크인 Bancomat, 스페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Bizum, 포르투갈 결제 서비스 기업인 SIBS, 북유럽 결제 서비스인 Vipps MobilePay 등이 참여하는 이니셔티브다.
이 양해각서로 13개국에 걸친 사용자 1억 3,000만 명이 Wero에 연결되게 된다. 이 이니셔티브에 의한 직접 거래는 2026년 중에 개시되며 전자상거래 및 POS 결제 서비스는 2027년 시작될 예정이다. 바이마르트는 이 양해각서에 대해 유럽의 결제 주권은 단순한 비전이 아니라 실현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논평했다.
보도에선 유럽에서는 과거에도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결제 서비스를 실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국가 간 자존심이나 은행 간 이해 대립으로 실패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대기업은 이미 많은 소비자와 사업자를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그 점도 독자적인 결제 서비스 전개의 장애물이 되어 왔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고려해 EuroPA는 이미 존재하는 각국 결제 서비스를 연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PI와 EuroPA 간 양해각서는 유럽 독자 결제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한 유망한 첫걸음이지만 비자나 마스터카드를 대체하는 건 쉽지 않다. EPI 독자 추산에 따르면 비자나 마스터카드의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려면 수십억 유로 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EU 규제로 수수료가 억제됨에 따른 수익성 저하나 소비자의 깊이 뿌리박힌 습관, 비자나 마스터카드의 대응책 등도 과제가 된다.
하지만 보도에선 EU 역내 자본시장을 통일하는 자본시장동맹 추진이나 강대국 간 경쟁 격화 등 유럽 독자 결제 시스템 실현을 향한 정치적인 순풍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에게는 이를 이루기 위한 자산과 기회가 있다며 유럽이 스스로 설정한 내부 장벽을 제거하면 경제적 부는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