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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가 기밀 취급 국가안보 정보가 악용될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미국 데이터 분석 대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와 공공기관·국영기업·민간기업이 거래하는 걸 중단하도록 지시를 내린 사실이 밝혀졌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AI로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미국 기업. 유래는 반지의 제왕 등에 등장하는 팔란티르(Palantir)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우크라이나가 운용하는 표적 시스템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제조하고 있으며 이는 미군 전체에서도 도입되고 있다.

이런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플랫폼에서 국가안보에 관련된 기밀정보가 악용될 우려가 고조되면서 스페인 정부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도록 국영기관에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스페인산업투자공사(SEPI)가 감독하는 기업에 대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의 향후 계약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이 지시로 인해 대형 통신사업자 텔레포니카(Telefónica), 정보기술·방위·항공우주 기업 인드라 시스테마스(Indra Sistemas), 조선회사 나반티아(Navantia) 등 스페인 대기업이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도됐다.

익명 기업 임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국가 주권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는 계약을 방지하기 위해 상장기업에 대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의 거래를 중단하라는 지령을 통지했다.

이에 따라 나반티아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간 ‘최종 단계에 있던 프로젝트’나 스페인 국가헌병 조직인 과르디아 시빌(Guardia Civil)과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협력 협정 등 이미 진행돼 온 여러 프로젝트가 중단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스페인 정부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공공기관·국영기업·민간기업에 통지했지만 이는 법적 강제력을 갖는 건 아니다. 또 스페인 통합군사정보기관 시파스(CIFAS)는 2023년에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 1650만 유로 규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다만 이 계약은 2026년 11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한편 스페인군 육군참모총장과 해군참모총장을 포함한 군 수뇌부는 운용상 우위성을 이유로 국방장관에게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의 계약 갱신을 촉구하고 있지만 스페인 정부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 스페인군의 계약을 갱신할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있는 게 스페인만이 아니다. 지난 6월 10일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를 프랑스 경쟁 기업 카오스비전(ChaosVision)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연방군 사이버정보영역사령부를 이끄는 토마스 다움(Thomas Daum) 해군중장도 지난 4월 미국 민간기업 직원에게 독일 국가 군사 데이터베이스 접근을 허가하는 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며 독일연방군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 계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의사를 표명했다.

유럽에서는 최근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이 의문시되고 있으며 미국제 도구를 자국제 도구나 EU제 도구로 대체하는 게 활발하게 검토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줌·구글 미트·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 미국제 화상회의 도구를 국산 도구로 대체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또 스페인 정부는 통신 감청이라는 극히 기밀성이 높은 시스템에 중국 정부와의 연관이 지적되는 중국 기업 화웨이 기기를 이용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런 배경에서 스페인 정부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의 계약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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