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모든 산업의 판을 뒤집고 있다.”
김의준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자는 11일 고려대학교 SK미래관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AI가 몰고 온 변화를 지난 10년간 가장 인상 깊은 현상으로 꼽았다. 그는 “기자 업무에도 AI 활용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AI의 파급력을 강조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는 실리콘밸리와 미국 전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창업자와 실무자들이 직접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는 커리어 세션과 창업 세션으로 진행됐으며 커리어세션 패널토론에는 김의준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자, 이혜진 구글 제미나이 시니어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 김준식 피그마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참여 실리콘밸리 현지 커리어 경험을 공유했다.

패널들은 먼저 AI로 달라진 실리콘밸리의 환경을 언급하며 AI를 도구로 활용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의준 기자는 “AI가 모든 기사의 핵심 앵글이 될 만큼 기업들의 AI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기자 역시 리서치는 물론 간단한 단어를 찾는 데도 AI를 활용하며 회사 차원에서도 전 직원이 챗GPT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혜진 매니저는 “최근 1년은 매일이 전쟁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오픈AI 같은 경쟁자를 따라잡기 위해 스타트업 처럼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경쟁이 빅테크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술이 빠르게 업데이트되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내부 프로세스가 바뀌고, 마케팅 현장에서도 콘텐츠 제작과 운영이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식 디자이너는 AI를 위협이 아닌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도구로 바라봤다. AI가 발전했지만 아직 자신이 일하는 영역에서의 위협은 느끼지 못한다고. 그는 “AI 덕분에 더 많은 소프트웨어가 쏟아지는 만큼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좋다’고 느끼는 디자인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시대에도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차별화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패널들은 실리콘밸리에서의 이직, 업무 차이, 문화 차이 등에 대한 경험도 공유했다. 패널 중 가장 많은 이직 경험을 가진 김의준 기자는 커리어 이동에 대해 “안주할 때가 바로 이직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긴장감이 커리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더 이상 기존 업무가 나를 자극하지 않을 때가 이직의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설명이다. 두 패널과 달리 한국 토종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이혜진 매니저에게는 특히 현지에서의 어려움에 관련된 내용의 관객 질문들이 이어졌다.
이 매니저는 “한국은 완성도를 갖춘 결과물을 공유하는 문화라면 미국은 아이디어와 자료를 빠르게 공유하고 협업하는 속도가 중시된다”며 “마치 메일을 메신저처럼 사용해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는 스피드를 기반으로 한 협업이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식 디자이너는 미국 취업 과정에서의 치열했던 준비 과정을 공유했다. 영어는 편하게 구사하지만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피그마에 연달아 취업할 수 있었던 비결로 포트폴리오와 스토리텔링을 언급했다. 수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계속 도전했다고. 그는 “미국은 학벌 같은 것보다도 결과를 중시하는 문화”라며 “과거 회사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 어떤 결과물을 내놓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니어 디자이너를 평가할 때 빠른 학습 능력과 더불어 AI 같은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배울 수 있을지 등을 중요시한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생활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이혜진 매니저는 잦은 해고와 정치를 언급했다. 그는 해고가 흔한 일이지만 동시에 이직도 활발해 큰 위기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안정성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의준 기자는 실리콘밸리의 자율적인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식 디자이너는 단점보다는 성과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현지 생활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세 패널들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과 좋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도전을 주저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