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꿈꾸는 ‘팬덤 경제’의 시대

[Startup:CON 연사 릴레이 인터뷰] K-콘텐츠 중심지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국 콘텐츠 업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콘퍼런스 <스타트업콘> 개막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11회째를 맞이하는 스타트업콘은 CONTENT X EVERYTHING, BEYOND IMAGINATION(콘텐츠 X 모든 것,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다)를 주제로 오는 9월 25일(목)~ 26일(금)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스위트스팟 스테이지 성수(피치스도원)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구글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관계자를 비롯해 갤럭시코퍼레이션, SAMG엔테테인먼트 등 콘텐츠 선도기업 관계자, 한국형 소버린 AI 개발팀에 선정된 NC AI, 업스테이지,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테크셀레스터 배우 이제훈 등이 연사자로 참여해 AI 기반 콘텐츠 혁신 사례와 산업간 융합의 확장성, 기술과 콘텐츠 결합으로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다양한 사례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 밖에 국내외 선도기업과 투자자 30명이 참석하는 1:1 밋업도 함께 진행된다. 이에 스타트업콘 주요연사 7인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미리 듣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 대상은 박시하 오로라파이브 대표다.

◇ 국경 없는 팬덤 경제 실현 꿈꾼다=박 대표는 미디어 방송사 PR 디렉터를 거쳐 글로벌 팬덤 기프팅 플랫폼 창업에 나섰다. 그는 “해외 한류 글로벌 팬을 가까이에서 직접 경험하며 깨달은 건 진짜 팬덤의 가치는 단순한 정보 소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이젠 어엿한 문화 강국임에도 해외 팬을 위한 소통 채널이나 연결 방식은 여전히 부족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면서 지금의 창업으로 이어졌다는 것.

이렇게 탄생한 오로라파이브(AuroraFive)에는 2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오로라는 국경 없이 하늘을 수놓은 빛처럼 전 세계 팬의 마음이 스타에게 자연스럽게 닿기를 바라는 미션을 상징한다. 파이브는 5대륙을 뜻한다. 국경과 대륙을 초월한 글로벌 확장 비전을 나타내는 것이다. 박 대표는 “글로벌 팬덤 경제에서 점하려는 위치는 단순한 팬덤 서비스 플랫폼이 아니라 존 세계 팬과 스타를 연결하는 인프라”라고 말한다. 팬덤의 선물과 메시지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감정과 문화를 교류하는 새로운 경제 활동으로 보고 “국경 없는 팬덤 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

오로라파이브는 이를 위해 글로벌 팬덤을 위한 기프팅 플랫폼 FUZ(퓨즈)를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FUZ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로 2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국경 없는 선물 전달. 지금까지 팬덤 문화라고 하면 굿즈 구매나 온라인 메시지 등 제한적이면서 일방향 메시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FUZ는 해외 팬이라도 현지 유통망을 통해 배송비 없니 선물을 보낼 수 있고 스타는 안전하게 이를 수령할 수 있다. 기존 팬덤 문화에선 불가능했던 실질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연결을 만들어낸 것이다.

둘째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팬덤 산업군을 아우르는 플랫폼이라는 것. 실제로 FUZ에는 한류 스타를 시작으로 배우, 스포츠 선수, 작가, 클래식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등 온갖 산업군 스타가 등록되어 있고 일본과 대만 스타도 유입되고 있다.

박 대표가 팬과 스타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두는 가치는 공감과 연결. 팬이 스타를 응원할 때 단순한 현금성 후원이 아니라 선물에 담긴 팬의 축하와 응원, 감사의 마음이 국경을 넘어 온전하게 전달되는 걸 최우선으로 한다. “팬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스타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연결을 제공하는 게 FUZ가 지키려는 본질적 가치라고 할까요.”

FUZ는 국제 배송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국가별 파트너 네트워크와 손잡고 현지 유통망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지 파트너 네트워크와 팬이 보내면 해외 배송 없이 현지에서 준비, 전달할 수 있게 설계해 비용 시간을 절감한 것. 스타 수령은 승인 기반 인증 절차를 거친다. 스타 계정은 내부 검증을 거쳐 개설하는데 이후에도 비정상 패턴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가짜 계정이나 사칭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최소화하고 있다.

FUZ는 비교적 작은 규모 팀이지만 집중력 있는 운영 방식으로 글로벌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의사 결정은 빠르게 공유하고 팀원 각자가 여러 역할을 동시 수행할 수 있게 멀티태스킹 구조를 갖춰 기민하게 움직이는 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박 대표는 자사 조직 문화 핵심으로 “속도와 창의성”을 든다. “글로벌 시장에선 완벽한 준비보다 빠른 실행과 학습이 더 중요하다”는 것. 박 대표는 작은 아이디어라도 곧바로 실험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동시에 정답 없는 팬덤 시장을 다루는 만큼 팀원 각자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역할을 바꾸며 협업하는 문화를 지향한다.

◇ 국가별 문화적 차이‧규제 법률 환경이 가장 장벽=FUZ는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인프라를 목표로 삼았다. 실제로 사용자 70% 이상이 해외 팬인 만큼 국내만을 중심으론 수요를 충족시키긴 어렵다고 판단해 자연스럽게 해외로 나간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일본, 대만을 첫 무대로 삼아 배송과 결제, 언어를 현지화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팬이 일본, 대만 현지 스타에게도 선물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하게 됐다.

오로라파이브는 지난 5월 슈퍼IP 팬 플랫폼을 표방하는 비마이프렌즈와 글로벌 팬덤 커머스와 디지털 캠페인 확장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 협력이 단순 제휴를 넘어 전략적 테스트베드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글로벌 팬덤 플랫폼인 비마이프렌즈가 다양한 IP와 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보유한 만큼 든든한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은 팀 입장에서 모든 일정이나 프로세스를 따라가기 힘든 한계를 느낄 때도 있었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조직을 더 체계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방향성을 확인하는 한편 향후 글로벌 확장을 준비하는데 소중한 학습 재료가 됐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국가별 문화적 차이, 규제 법률 환경을 짚는다. “선물이라는 행위가 단순 소비가 아니라 문화와 제도에 맞닿아 있어 국가마다 다른 법규와 파트너 협력 방식을 조율하는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십을 적극 발굴하는 동시에 국가별 규제와 제도를 세심하게 검토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단순히 국가별 서비스를 복제하는 게 아니라 현지 팬덤과 스타가 안심할 만한 방식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배웠다.

그 뿐 아니라 팬덤 특징도 지역마다 조금씩 달랐다. 우리나라 팬덤은 조직력과 집단 응원 문화에 강하고 기획사와 협력해 팬덤 활동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일본 팬덤은 개별 팬 선물이나 응원 방식에서도 세심하고 정서적 교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대만 팬덤은 커뮤니티 기반으로 자발적 참여와 확산이 활발하고 글로벌 팬덤과의 연계성도 높다.

◇ 팬덤은 더 이상 단순한 취향 공동체가 아니다=박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 스타트업이 갖는 가치로 K-콘텐츠 생태계에서 성장하며 팬, 스타 요구를 현장에서 이해했다는 점을 든다. 우리나라는 이미 K=POP과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 팬덤을 경험한 국가다. FUZ 역시 이런 현장에서 팬과 스타 요구를 가까이에서 보고 배웠다. 박 대표는 덕분에 글로벌 팬덤이 원하는 게 뭔지, 어떻게 연결해줘야 할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K-콘텐츠 스타트업이 지닌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물론 팬덤 플랫폼은 지난 몇 년간 많이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수준에서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서비스 대부분이 한국 IP에만 의존한 굿즈나 포토카드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글로벌 팬덤이 요구하는 다양한 수요를 담아내지 못했고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도 여전히 팬과의 소통보다는 단기적 이익에 편향된 구조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

박 대표는 또 팬덤이 K-POP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미 스포츠와 드라마, 영화, 게임, 크리에이터 등 전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단순한 취향 공동체가 아니라 경제적 영향력을 가진 글로벌 소비 집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 같은 흐름을 제대로 담아낼 플랫폼이 아직 없었을 뿐 시장 자체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FUZ에게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글로벌 팬덤을 전제로 인프라를 설계했고 다양한 국가와 산업군 스타를 연결하며 팬덤 가치를 경제 문화적으로 확장해 결국 팬덤 플랫폼 산업은 지금까지의 한계를 넘어 팬과 스타의 진정한 연결을 중심에 둔 글로벌 인프라로 진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로라파이브는 앞으로 5년 뒤에는 글로벌 팬덤 경제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는 걸 목표로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지만 앞으로는 10개국 이상에서 스타 수만 명과 수억 명에 이르는 팬이 국경을 넘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우고 있다. 특정 장르나 국가를 넘어 스포츠와 음악, 예술, 게임 크리에이터 등 모든 산업군으로 확장되는 글로벌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팬과 스타가 연결되는 순간마다 새로운 가치가 탄생하고 자연스럽게 사회적 경제적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박 대표는 단순히 지역을 넓히는 것보다는 팬덤이 집중된 시장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 3년 안에는 동남아시아를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K-콘텐츠 팬덤이 강한 만큼 구단, 선수, e스포츠 스타를 중심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이후 북미에선 팝 아티스트와 인플루언서 팬덤을 연결하고 브랜드, 글로벌 이벤트와 협업해 전 세계 5만 명 이상 스타가 참여하는 글로벌 팬덤 기프트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후에는 OTT 콘텐츠 플랫폼과 연계한 팬덤 솔루션도 선보일 예정. “단순한 한류 확장이 아니라 팬덤이 존재하는 글로벌 홧스팟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려 합니다.”

박 대표는 오는 9월 25일부터 26일까지 스위트스팟 스테이지 성수에서 개최될 예정인 스타트업콘 행사 기간 중 글로벌 진출 부문 패널로도 참여할 예정이다. 박 대표와 FUZ의 글로벌 팬덤 플랫폼과 해외 진출 노하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 날 행사 기간 중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스타트업콘 행사 개요>